파리지앵들이 무서워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집에 침투한 쥐이다. 파리지엥에게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상상해보자. 어느 날 밤, 그녀의 침대에 돌연 생쥐가 나타났다. 그녀는 속옷 바람으로 집을 나와 전 남자친구, 아빠 그리고 위층 이웃에게까지 전화를 걸지만 헛수고다. 아무도 그녀를 도울 수 없단다. 하지만 이때 그녀에게 유일한 구세주가 있으니 그 이름 레옹, ‘쥐 잡는 사나이’다.
그는 천개의 덫으로 무장하여 밤이든 낮이든 찾아와 안심시켜준다. 만만치 않은 상대와 결판을 벌일 때는 짐을 싸서 호텔방으로 가있길 권유하기도 한다. 그럼 당신은 떨면서 전쟁의 승전보를 기다린다. 파리지엥에게 레옹은 믿음직한 전사(戰士)이다.
사크레 쾨르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몽마르트 언덕 초입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레옹과 만났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마치 쥐를 잡기 위해 단련한 듯한(?) 멋진 근육질 몸이 돋보인다. 그는 연어 샐러드 나는 볼로네제 파스타를 주문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어떻게 쥐 잡는 사나이가 되었나요?
모든 것이 우연이었어요. 회사에서 쥐 박멸하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5, 6년이 지나 저만의 회사를 세우기로 했지요.
쥐를 잡아 달라는 요청이 많은가요?
시기에 따라 달라요. 여름에는 날씨가 좋아 쥐들도 밖으로 많이 나가죠. 하루에 한 번 정도에요. 겨울에는 쥐들도 따뜻한 집에 머물고 싶어 하기 때문에 많이 발견될 수밖에 없죠. 하루에 열 번 정도 의뢰를 받아요. 파리에서는 10년 전부터 의뢰가 꾸준히 증가했죠.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회사, 아파트, 정부청사, 병원, 가장 핫한 동네의 레스토랑 그리고 호화로운 건물까지 쥐들이 들끓는답니다. 몇 달 전에 르 바 뒤 크리옹Le Bar du Crillon에서 한 손님이 팔꿈치를 괴고 앉아 있다가 거리낌 없이 편안하게 양탄자 위를 산책하고 있는 작은 생쥐를 봤다고 하더군요. 어떤 30대 젊은 여자는 레퓌블리크 역에서 일곱 마리의 쥐가 일렬로 나란히 거닐고 있어 열차 플랫폼에 있는 시민들을 패닉에 빠뜨렸다고 해요. 엘리제궁, 프랑스 총리의 관저, 프랑스 국회의사당에서도 정기적으로 요청이 들어와요.
왜 파리에 쥐가 많을까요?
집에서 많이 사는 생쥐에 대해 살펴보면 성체는 몸길이가 6cm 정도입니다. 그래서 정말 작은 구멍으로 달아날 수 있고 번식능력이 뛰어나요. 한배에 6~7마리의 새끼를 얻어 연 4회 정도 낳으니 그 수가 짐작이 가나요?
파리는 낡고 오래된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쥐들이 활동하기 쉽죠. 그리고 수도여서 도시 재건축 공사현장이 많은데 공사장은 쥐들을 흥분시키죠. 또 파리의 하수도망 시스템도 한 몫 한답니다. 파리야말로 진정한 그뤼에르 치즈에요. 그러나 제 경험으로는 지방이라도 쥐가 적지 않답니다.^^
쥐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지요?
쥐들은 죽을 때까지 이가 계속 자란답니다. 때문에 무엇이든 갉아서 이의 길이를 일정하게 만드는 습성이 있어요. 생쥐의 체중은 대개 20g인데 자기 몸의 10%인 2g을 하루에 먹어요. 사람으로 치면 50kg인 사람이 하루 5kg의 음식을 먹는 샘이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답니다.
생쥐는 주로 식물을 먹지만 고기와 유제품도 먹을 수 있어요. 물도 마시지만, 먹이에 포함된 수분에 주로 의존하죠. 그 이외에 세탁물에 구멍을 내고, 콘센트나 가전제품을 고장 내기도해요. 그놈들은 시멘트블록까지 갉아서 건물을 침하시킬 정도죠.
또 소리도 내요. 보통 건물을 지을 때 벽이 숨 쉬게 하기 위해서 벽안에 빈공간이 있답니다. 쥐들이 거기로 들어가면 기타와 같은 공명상자처럼 공명을 일으켜 쥐 소리가 확대되죠.
쥐를 잡는 비밀병기가 있나요?
저는 쥐 끈끈이를 사용해요. 야만적이지만 가장 간편한 방법이죠. 접착력이 강력해서 온 몸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서 도망가기 힘들거든요. 쥐가 잘 다니는 곳이나 쥐의 서식처 근처를 잘 파악해야 돼요. 부엌 싱크대 밑이나 항상 벽에 접근하여 다니려는 습성을 잘 이용하면 유리하죠. 어떤 한 장소에서 쥐를 잡으려고 할 때 처음 한 번으로 가능한한 많은 쥐를 포획해야 한답니다. 쥐들은 영악해서 두 번 속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가능한한 넓게 많이 끈끈이를 놓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근데 끈끈이에 걸려든 쥐가 여전히 살아있다는게 문제죠.^^;
그렇다면 잡은 쥐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일반인들이 자체적으로 끈끈이를 사용하여 쥐를 잡을 경우에는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자연사할 때까지 방치했다가 끈끈이 채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면 됩니다. 저는 전문 업체이기 때문에 다른 끈끈이를 사용해 살아 있는 쥐를 덮은 다음 직접 유독성 쓰레기 하치장으로 보내요.
쥐와 생쥐 중 더 말썽인 것은?
생쥐가 더 말썽이에요. 쥐는 뚱뚱해서 도약, 기어오르기에 능하지 않죠. 쥐의 영역은 창고, 공원, 지하철 등 쓰레기가 있는 곳으로 제한돼요. 쥐약을 뿌리면 스스로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잡지 않아요. 하지만 구석으로 쥐를 몰면 쥐들은 저를 덮치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어요.
생쥐의 경우 훨씬 복잡하답니다. 최근에 18층의 고층건물에서도 생쥐를 쫓아내 달라는 연락을 받았죠. 생쥐는 여기저기 잽싸게 들어가고, 독에 내성이 있죠.
쥐도 장점이 있을까요?
우리 안에 갇혀있다면 별 문제가 없겠죠. 왜냐하면 사람들이 쥐 보기를 무서워하니까요. 사람이 사는 집은 그것들이 있을 자리가 아니긴 하죠. 쥐들이 아내의 롤러스케이트 안에 있는 솜뭉치로 보금자리를 마련해 아내에게 새 롤러스케이트를 사줘야 했고 자루에 들어 있는 감자를 먹곤 해서 다 마당으로 쫓아버렸어요.
월트 디즈니가 가난한 시절 차고에서 생활할 때 쥐구멍으로 매일 찾아와 그의 옆을 지켜주는 생쥐를 친구처럼 여겼다고 해요. 순간 청년의 머릿속에 불꽃이 튀며 그려진 것이 바로 미키마우스에요. 쥐 친구가 있나요?
이전에는 좋은 벗이었죠.(농담)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더 이상 제 친구가 아니에요^^; 그 전에는 쥐가 불편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전문적으로 쥐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궁리만 한답니다. 이젠 쥐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거죠. 제 딸은 귀엽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쥐는 자연에 있는게 좋겠죠.
만화영화 <라따뚜이Ratatouille>에서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레미에게는 단 한 가지 약점이 있다. 바로 주방 퇴치대상 1호인 ‘생쥐’라는 것! 어느 날, 하수구에서 길을 잃은 레미는 운명처럼 파리의 별 다섯 개짜리 최고급 레스토랑에 떨어진다. 그러나 생쥐의 신분으로 주방이란 그저 그림의 떡. 쥐면 쥐답게 쓰레기나 먹고 살라는 자기 가족들의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주방으로 들어가는 레미…· 파리의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불가능한 듯한 꿈을 이루기 위한 생쥐 한 마리의 모험담은 그럴듯한 설정인 것 같다. 너무도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주인공 생쥐 레미가 현실에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라따뚜이>의 레미는 그야말로 영화가 만든 의인화된 귀여운 생쥐 이야기일 뿐이다. 언젠가 파리 라파예트 백화점 주방에 진짜 생쥐들이 출몰했다는 기사가 크게 화제가 되었다. 아쉽게도 그것들은 사람들에게는 귀여운 요리사 레미가 아닌 징그러운 생쥐일 뿐, 사람들이 보면 까무러칠 존재이다. 영화 주인공 레미의 가족들도, 레미가 꿈꾸는 레스토랑 속 사람들도 레미에게 원하는 건 똑같이 “쥐답게 살아라”라는 것이다. 가족들은 레미에게 인간을 믿었다간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임을 이야기한다. 나도 쥐들에게 어쩔 수 없이 경고한다. 쥐 잡는 사나이 레옹으로부터 목숨을 지키고 싶다면 꿈과 낭만은 이만 접는게 좋을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