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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예 Jan 22. 2016

에펠탑 열쇠고리 파는 흑인들



그들을 만나러 가기 전 부터 떨렸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할까?

인터뷰한다고 했을 때 설마 날 헤치는건 아니겠지 ^.^:::

에펠탑을 파는 흑인들의 삶이 늘 궁금했던 나는 트로카데로 광장으로 갔다.

봉쥬르~ . 하며 1유로를 건내니 4개를 주었다.


차마 입이 안떨어져서 뒤돌아 발만 동동구르다

교회 친구들에게 에펠탑 열쇠고리를 선물하기로 마음 먹고 다시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5유로치 주세요. 라고 하니 흑인 4명 정도의 무리가 반가워하면서 내게 관심을 보인다..<한국인이야? 중국인이야?>

난 한국인이야. 너희는?


그 날 세네갈에서 온지 두 달 정도되는 25살 Bamba와 나눈 대화는 이러했다.


에펠탑 열쇠고리는 누가 사?

중국인이랑 한국인이 많아. 백인들도 있고.


장사는 잘 돼? 

매일 10시간씩 일하면 한 달에 300, 400유로 정도 벌 수 있어.


이 에펠탑 열쇠고리는 어디서 오는거야?

너랑 바로 가까운 곳인 중국에서 와.


나머지 시간에는 뭐해?

잠자. 아니면 친구들이랑 영화다운 받고 보던지.


어디 살아?

저기 에펠탑 뒤로 보여? 파리 18구 Guy Moquet라는 곳에서 10명이 함께 살아.


왜 세네갈을 떠나왔니?

돈벌려고.


쉴 새 없이 눈동자를 굴리며 주의를 의식하더니 경찰이 왔다며 자기를 따라오란다.

이들과 함께 열심히 달릴 준비를 했는데 몇 걸음 안가 멈춘다.


나 불법이민자인거 알지? 여기는 그래도 감시가 덜 한 편이야.

경찰들과의 관계는 어때?

조심하는 정도 그 뿐이야. 관광객들이 많아서 우리를 못 잡거든.


프랑스에 기대하는 게 있어?

나에겐 남동생과 어머니가 있어. 그들은 내가 돈을 벌어오길 기대하고 있지. 돈벌면 바로 가족들에게 돌아갈거야.





좀 더 나은 세계로의 탈출을 꾀하며 파리로 온 아프리카 사람들,,

관광객들에게는 기특한 청년들이 먹고 살기 위해 생계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정작 프랑스인들에게는 세금도 내지 않는 도둑으로 취급된다. 이런 불법 판매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750유로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관광객이 넘치는 곳에서 결집력이 강한 200명 넘는 불법체류자들이 곳곳에 있다면 공권력도 그들을 어찌하기 어렵다. 상냥한 범죄인 것 같으나 그 뒤에는 거대한 조직적 범죄가 감춰져있는 것이 아닐까.


불법이민자라고 하더라도 인권을 존중하고 관용을 베풀기로 유명한 프랑스.

나 역시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어찌보면 순진하기도 한 그들의 삶이 고단하고 어려운 현실을 통해서 자칫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상실감도 느끼게 된다.


파리. 막연한 동경과 환상에 빠지게 되는 이름이지만

그 화려한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들....

꿈과 현실의 교차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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