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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윤 Mar 13. 2024

4년 만에 다시 찾은 부산

이전보다 조금 맑아진 눈으로 바라본 부산에 대하여




생애 두 번째로 발을 들였던 부산.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빠른 기간 내에 다시 오게 될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 31년 인생 대부분을 경기도에서 지냈고, 가족들 중에서도 경상도 지역에 연고를 둔 사람이 없었기에 더더욱 이 도시는 나에게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지난 밴쿠버 여행도 그렇고, 이번에도 자그마한 한 조각의 우연 덕분에 3일 동안 이곳저곳을 둘러볼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다. 캐나다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어서 정신이 조금 없었지만 다시 백팩에 짐들을 챙겨 넣고 비행기와 KTX 티켓을 끊었다. 오랜 인연을 만나 1년 간 쌓인 회포를 풀러 가는 게 주 목표였음에도 언제나 그렇듯 어깨를 가르 지르는 작은 크로스백에는 나의 작은 검은색 디지털카메라가 안에 담긴 채 새로운 여행지로 나아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이었지만 집을 떠나기 전에 가졌던 두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에는 충분한 스케줄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진적으로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기보다는 조금 라이트 하게 '처음 왔을 때와는 다른 시선으로 부산을 담을 수 있는가?'와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을까?' 같은, 누구나 어떤 곳을 재방문할 때 한번 즈음 떠올려 볼 법한 간단한 문항들로 구성했던 이번 여행.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내 생각보다 많은 새로운 것들이 놓여 있었고, 캐나다 물이 덜 빠진 상태로 와서 그랬는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컷들도 여럿 담아낼 수 있었다. 겨울이 조금 가셨다는 생각이 들 법 한 3월이었음에도 바람이 쌩쌩 부는 바닷가 근처는 여전히 쌀쌀했지만, 먹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날씨와 함께 금요일이 공휴일이었던 것 또한 재수라면 재수였다. 



지인의 집이 재송역 근처에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주변을 탐색해 움직였다. 모든 포인트들은 어떤 계획이나 조사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들이었다. 그래서 하루에 돌아보는 장면들이 매우 다이내믹했는데, MBTI J와 P를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필자의 성격이 이 때는 P에 가까운 상태여서 그랬는지 상당히 좋은 전략으로 작용했다. 차가운 도심지를 거쳐 북적거리는(3일 연휴였던 터라 사이사이를 지나가는 게 힘들 정도였다.) 시장통에서 돼지국밥 한 그릇을 만 뒤에 근처 선착장을 유유히 걷다가 감성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진 자그마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그리고 약간은 쓸쓸해 보였던 오래된 달동네까지. 사실 전형적인 여행 루트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시선이 담긴 기록' 이기에 눈앞에 펼쳐진 환경들을 그렇게까지 절대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절대적으로 여기지 않으려 노력했다."라고 쓰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글의 여러 부분에서 시선이라는 것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을 하는 게 나조차도 조금 껄끄럽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내가 이 기간 동안 이곳저곳을 거닐며 강렬하게 느꼈기에 계속 문장으로 꺼내어지는 게 아닐까? 내 눈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곳에 1년 동안 익숙해져 있던 상태였음과 동시에 한국에서도 자주 접해보지 못한 곳이라는 특수성까지 겹쳐서 그 어느 때보다 깨끗했다. 처음 캘거리에 도착했을 때보다 더. 그래서 조금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이런 결과물들에 대한 만족감은 어떤 부분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것인가? 맑아진 눈? 아니면 익숙지 않은 장소로의 여행?








저녁 늦은 기차로 올라갈 예정이어서 마지막 날은 광안리에서 해운대까지 이어진 보행로를 따라 걸었다.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어 중간중간 버스를 탈까 잠시 고민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조금 더 힘을 냈다. 세워진 지 얼마 안 된 건물들도 들어가 보고, "아! 여기 저번에 왔던 곳이지." 했던 거리를 알아채가면서 조금 더 유심히 관찰을 하려 노력했다. 나는 오리지널 토종 한국인이었지만 이 날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과거보다 내 일상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던 주변의 피사체들에 조금 더 호기심이 생김과 함께, 그 하나하나의 장면들을 조금 더 단단해진, 혹은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다 보니 기대 이상의 결괏값이 나왔고, 그로 인해 바로 윗 문단에서 했던 고민 또한 자연스레 같이 떠올랐다는 것을. 내가 외국에서 하던 방식대로 기록을 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부터 다른 방법을 모색하느라 신경이 조금 날카로웠던 차에 이 급작스런 이틀간의 사진 여행은 이런 의미에서 나에게 약간의 힌트를 쥐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언제 다시 이 도시에 내려올지는 미지수지만, (계획해 둔 다른 여행들이 많이 남아있으므로..)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있는 동안 자주 얼굴을 마주하고 싶은 게 내 현재 심정이다. 어떤 사람은 그 정도 봤으면 부산 다 본 거라고 말하겠지만 본인의 생각에 이곳에는 아직도 발굴하지 못한 보석 같은 장면들이 여럿 남아있다고 믿기 때문에. 나의 두 다리와 사진에 대한 학구열이 그전에 멈추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부산과의 2번째 만남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해 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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