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경 혼자 적어보았던 글인데 근 1년이 지나서야 브런치에 옮겨봅니다. 다시 보니 부끄럽네요.
원티드에 조인해서 “사업개발”이라는 업무를 한 지 1년 6개월 정도가 흐른 것 같다. 내가 창업한 내 회사는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사업한다”라는 단어에 가장 가깝게 내 사업처럼 생각하고 더 잘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다고 자부한다. 나름대로 1년여 동안 고민하고 노력해오면서 가장 자주 드는 생각은 ‘사업이 정말 어려운 것이다’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로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각자의 직장생활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공급자가 되기도 하지만, 진정한 공급자 마인드의 사고를 하는 시간은 많지 않으므로 우리 대부분은 소비자로서의 경제활동에 익숙해있다. 소비자 마인드에서 어떤 회사, 제품, 서비스를 바라보면 ‘왜 저렇게 밖에 못할까?’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해당 회사에 클레임을 걸기도 하고, 비난을 하기도 하며, 사업을 하고 있는 주변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하지 말고 이렇게 하는 게 좋겠어’라고 조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사업을 기획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세일즈를 하는 “사업개발” 담당자로서 업무를 하게 된 이후에 웬만해서는 다른 회사 혹은 해당 비즈니스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 않게 되었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본인 사업을 잘하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인데, 해당 산업과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제삼자가 누군가의 사업에 대해 조언을 하는 것은 만용에 가까운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의 실력과 식견의 깊이가 부족해서도 있겠지만 실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 문제임을 이제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 연장선에서 공급자의 마인드에서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 사업을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고자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평소에 이런 생각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사실 일상적인 업무를 하면서는 급한 업무, 중요한 업무들에 치여가면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올해 초부터 팀원 충원을 위해 다른 사업개발자들을 많이 만나볼 기회가 생겼으며, 새로운 사람들과 어떻게 더 좋은 사업을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깊게 하면서, 부족하지만 그러한 고민들을 글의 형태로 적어보게 되었다.
“사업개발”이라는 직무는 대기업에서는 있다 하더라도 소수의 Task Force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스타트업에서 오히려 찾아보기 쉬운 직무이다. 대기업에서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직무는 “전략” 직무이다. 대기업에서는 “사업”, 바꾸어 말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이미 확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개발에 대한 필요보다는 확립된 비즈니스 모델 안에서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사업개발”이라는 직무가 필요한 것이다. 성공적인 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항상 고민하는 사업개발 담당자 중 한 명으로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되기 위한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경영학자도 아니며 이 글을 쓰기 위해 특별한 전문 서적을 참고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본 내용에는 어떠한 전문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필자가 스스로 느끼고, 고민해온 결과물임을 미리 밝혀둔다.)
한 마디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표현하자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서비스)을 공급하여 대가를 받고 판매하며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나는 정의하고 싶다. 더 많은 소비자들의 필요를 만족시켜서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성공을 넘어 위대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나름대로 만들어낸 이 정의를 구성하고 있는 4가지 요소, 다시 말해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4가지 기준에 대하여 각각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가?)
사업(Business)과 예술(Art)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Create)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점은 “고객”의 존재에 있을 것이다. 예술은 누군가를 만족시키기보다는 본인 스스로는 만족시키는 것에 가깝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표출하는 것이 바로 예술의 본질이다. 본인의 생각을 표출한 예술작품을 제3의 누군가가 알아봐 준다면 그 예술가는 대중성을 얻고 부와 명예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예술은 누군가의 만족을 추구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업은 다르다. 사업에 있어서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만이 사업의 목적이며, 모든 성공한 사업은 고객 만족에서 출발한다. 당대의 수요가 없더라도 나중에라도 위대한 예술가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고객의 수요가 없다면 결코 위대한 기업가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모든 사업 아이디어의 시작은 고객의 수요가 어디에 있는지에서 출발하게 된다. ‘소비자가 현재 (혹은 앞으로)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혹은 ‘현재 이런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가 모든 사업 아이디어의 시작이다. 오늘날 세계 최대의 기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 (Amazon)의 CEO 제프 베조스가 가장 강조하는 가치인 ‘고객 중심’이라는 말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고객 중심적 사고야 말로 사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겠다.
앞서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소비자의 관점에서 회사, 사업, 제품을 바라본다는 말은 결국 고객의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본다는 의미이다. 설령 고객의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는 것이 사업의 어려움이나 고민되는 지점들을 간과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사업을 바라보는 가장 직관적이고 직접적인 아이디어가 바로 소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고객의 관점에서 ‘이렇게 되면 좋겠어요’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좋은 사업개발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될 수는 없으나 거기서 생각이 그친다는 것은 여전히 소비자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이고, 기업가의 관점에서 사고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목소리만으로 풀 수 없는 수많은 난제들을 풀어내야 한다. 다음의 3가지 문제가 그것이다.
1번에서 소비자의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차례이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았다면 그것을 내가 (우리 회사가) 공급해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제품, 좀 더 나아가서 내 기업이 충분한 수익을 낼 만큼 소비자가 가격을 지불하고 다른 경쟁사보다 앞설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자연스럽게 이 문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Resource)의 문제와 연결이 된다. 내가 가진 자원의 양과 질에 대해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기 인식이 우선 필요하고, 목표로 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자원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판단 또한 명확하게 내릴 수 있어야 한다. 1차적으로는 고려해야 하는 자원은 인력, 기술, 설비의 문제로 이것들을 통해 목표로 하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2차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자원은 시간이다. 설령 생산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소비자의 니즈가 바뀌어 버리거나, 다른 경쟁자가 이미 그 기회를 낚아채가기도 한다. ‘돈’, 다시 말해 보유하고 있는 자본금은 1차적인 자원인 인력과 설비 등을 확보하는데 쓸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 스타트업이 존속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게 되므로 2차적 자원인 시간으로도 환산될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이 처해있는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어떤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처해있는 문제 중 하나가 자원 부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 경쟁사를 뛰어넘는 수준의 결과물을 한 번에 만들어내긴 어렵다. 게다가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고객이 요구하는 것에 정확히 일치하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요구 스펙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간단한 과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이를 다시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 보완해나가는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리라.
내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을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다. 전설적인 혁신기업 애플(Apple)과 그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들이 인지하지도 못 하고 있는 수요를 읽어내어 스마트폰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의 영역을 창조하는 데 성공하였다. 물론 지금까지도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오고 있지만 어느새 삼성, 화웨이 등 후발주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2018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삼성 20.4%, 2위 애플 14.4%) 애플처럼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말도 안 되게 힘든 일이지만, 성공적으로 개척한 이후에 결국 경쟁을 피할 수는 없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이러한 지경이라면,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이미 사업 초기부터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아주 초기의 스타트업이라면 한 명의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기에 경쟁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도 사치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점차 성장해나가면서 다른 경쟁자들과 어깨를 맞대는 상황이 점점 잦아진다. 만나는 경쟁자들은 해당 산업에서 원래 잘하고 있었던 기존 업체일 수도 있고, 비슷하게 성장한 다른 스타트업일 수도, 유사 영역에서 선전하는 기업이 내 산업으로 확장하는 경우일 수도 있다.
맞닥뜨리는 시점이 언제인지와는 무관하게 경쟁자들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지 그 시장에서 충분한 매출과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먼저 해당 시장을 선점하는 경우라면 이미 확보한 고객과 브랜드, 기술력이 경쟁자들을 막아낼 무기가 될 수 있겠지만, 누군가가 선점하고 있는 시장을 내가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것이라면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런 상황이다) 기존 업체들을 압도할 무언가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 기존 경쟁자들보다 개선된 제품 성능, 우수한 디자인, 저렴한 가격 등이 어느 정도는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거나 시장을 지배하는 데에는 조금 뛰어난 것으로는 부족하다.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지 고객의 마음속의 작은 자리라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제품의 기술 수준이라면 “Zero to One”에서 피터 틸이 언급하듯이 기존 제품보다 10배는 뛰어나야 비로소 골리앗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틈새시장을 노린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초기 사업기획 단계에서 그러한 역량을 미리 갖출 수는 없지만, 최소한 아이디어 수준에서라도 내가 어떤 무기를 가지고 경쟁자와의 싸움을 이길 수 있을지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원은 언제나 제한적이며 스타트업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기에 한정된 자원을 내가 이길 수 있는 게임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뛰어난 사업개발자라면 이 사업을 내가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내가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실한 고민과 대답을 가지고 사업을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사실 애초에 이 글을 쓰게 된 아이디어는 이 3번째 기준에서 출발하였다. 사업개발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 사업과 제품이 과연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절대 놓아서는 안 된다. 언제부터인가 대부분의 IT기업들, 스타트업들에서 ‘더 뛰어난 기술로 우수한 제품/서비스를 만들면 매출, 수익,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믿음에 빠져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제품이 반드시 더 큰 매출로 연결되진 않는다.
결국 기업의 존재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고, 돈을 버는 목적은 경제/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주주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해당 기업을 존속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회사가 기획하는 모든 비즈니스 모델이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될 필요는 없다. 어떤 것들은 시장을 학습하기 위해 하는 시도도 있고, 더 큰 비즈니스 모델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 또한 존재한다. 특히나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면 제품 출시, 고객 확보가 매출보다 훨씬 중요할 수 있으며, 다양한 사업 확장을 검토하는 단계에서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경험과 데이터 확보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적인 북극성 목표는 결국 각각의 비즈니스 모델들이 매출을 낼 수 있어야 하고, 회사의 시선을 유도하는 것이 사업개발 담당자의 역할일 것이다.
필자가 ‘수요’라는 단어를 책에서 처음 배운 것이 고등학교 때 경제 과목이었고 대학에서도 경제학을 전공하였고 몇 년째 전략과 사업개발 업무를 하고 있으니 ‘수요’라는 단어를 족히 수천, 수만 번은 사용했을 것이다. 교과서적으로 ‘수요’의 개념은 특정 가격에서 소비자들이 이 상품을 얼마나 구매하고자 하는 지로 정의되는데, 최근 실제 경제 상황에서는 고객이 해당 제품,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것(수요)과 해당 제품,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는 것(가격) 사이에 점점 큰 괴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해당 제품을 필요로 하고 사용하지만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특히 IT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며 ‘플랫폼 비즈니스’의 등장으로 인해 이러한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개방된 공간(플랫폼)에서 유저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만들어지는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개방된 공간과 자유로운 참여는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는데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수억 명의 유저가 전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여 플랫폼 내에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은 유저들에게 과금을 하지 않고 유저들에게 광고를 하고자 하는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다. 물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만드는 회사는 기업고객들이 더 광고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광고 관리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기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분야는 돈을 지불하지 않는 일반 유저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유저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수요가 있으나 돈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플랫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수요와 가격에는 괴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IT 세계가 아닌 곳에서는 수요와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은 항상 동반하게 된다. 실물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하지만 IT 세계에서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무료이다. 카카오톡 같은 채팅 서비스, 이메일, 토스와 같은 간편 송금, 네이버 지도와 티 맵 내비게이션, 카카오 택시 호출,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앱 등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돈을 내고 사용하는 IT 서비스는 거의 없다. 넷플릭스, 왓챠, 멜론 등과 같이 저작권에 연결되어 있는 서비스 혹은 유튜브 프리미엄처럼 더 편리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서비스가 우리가 유료로 이용하는 몇 안 되는 사례일 것이다.
소비자가 내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과 내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점점 멀어지게 되면서,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연결되진 않게 된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더 많은 소비자를 유치할 순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소비자가 더 많은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성공적인 사업 개발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수요에 맞는 서비스(본문 1)를 구현(본문 2)해내는 것을 넘어서, 이를 통해 어떻게 매출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하여 반드시 고민을 해야 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내 제품을 얼마를 받고 팔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수요와 매출을 연결시키는 방법이었다면, IT스타트업의 사업개발자는 누구에게서 매출을 만들어낼 것인지, 수많은 무료 서비스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낸 방법 들 중 검증된 것을 몇 가지 나열해보면,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이 서비스를 주로 사용하는 주체(유저)와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는 주체(광고주)가 다른 광고 모델이 있을 것이다. 또한 아마존, 쿠팡과 같이 거래를 중개해주고 그 사이에서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 있을 수 있고, 넷플릭스처럼 다른 곳에서 아예 찾을 수 없는 유료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검토하고 실행하는 것이 사업개발자의 중요한 미션이다. 그래야지 비로소 내 서비스에 가격을 책정하고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매출을 만들어내야만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매출까지 성공적으로 만들어 낸다면, 그야말로 성공적인 사업을 개발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만 잘해도 모두 다 채용하고 싶어 할 사업개발의 슈퍼스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이 진정으로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 넘어서서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다시 말해 비용을 넘어서는 수준의 매출을 만들어 내야지 수익으로 전환이 된다. 적자가 누적되면 자본금을 계속 까먹게 되고 다 까먹으면 기업이 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쿠팡의 2018년 적자 금액이 1조 1190억이고, 최근 4년간의 누적 적자가 2조 8640억이다. 물론 손정의 회장이 쿠팡의 기업 가치를 10조 이상으로 평가하고 계속적으로 투자를 하는 데에는 언젠가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평정하고 흑자 전환을 하여 현재의 손실보다 훨씬 더 큰돈을 벌어들일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현시점만 놓고 보았을 때는 새로운 자금 수혈이 없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것이 쿠팡의 현실이다. (필자도 쿠팡이 망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쿠팡에 비하면 그동안의 성공 실적이나 미래의 비전이 부족한 대부분의 스타트업에 있어서, 수익화 실패로 인한 파산은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을 수 있다. 지금 수익화를 낼 필요는 없으나 언젠가는 비용을 상회하는 매출을 통해 수익화를 이루고 지속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은 중요하다.
사실 매출 발생까지가 사업개발팀의 주요한 업무 영역이며 이후의 수익화까지 사업개발에서 고민할 필요는 없을 수 있다. 수익화를 위해 필요한 운영 효율화, 마케팅 최적화, 비용 관리를 위한 재무적인 노력 등은 사업개발의 영역을 벗어나는 부분이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 개별적인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회사 전체의 포트폴리오와 비용구조 또한 수익화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애초에 수익화가 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한다는 측면에서 수익화에 대한 고민 역시도 사업개발 업무와 무관하다고 볼순 없을 것이다.
물론 초기 사업기획에서부터 수익화까지 고려한 기획이 나올 순 없다. 초기 단계에서는 유저 1명의 확보, 매출 1원의 발생이 지상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단계가 지나가서 수익화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수 있다. 어차피 시간과 노력, 자금을 투자한다면 동일한 투입 대비 수익이 많이 남는 곳에 투자를 해야 한다. 특히나 IT 산업은 대부분 추가 서비스 공급에 대한 원가가 0이거나 0에 가깝다. 다시 말해 매출이 2배가 되었다고 해서 비용은 2배보다 적게 상승하여, 수익은 2배 이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매출이 성장함에 따라 수익이 비례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수함수 그래프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사업 아이디어를 기획할 때나, 가능성이 있는 몇 건의 아이템 중 선택을 해야 할 때 이러한 기하급수적인 성공의 순간과 가능성까지 고려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사업개발자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성공적인 사업 개발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4가지 요소 - ‘소비자 수요의 충족’, ‘제품의 구현’, ‘매출 창출’, ‘수익화’ -에 대해서 정리해보았다. 이런 고려사항들이 모두 완벽하게 충족된 사업을 계획하고 시작하는 일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설령 그렇게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막상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도 없이 계획에 어긋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계획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게 된다.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도 있을 수 있겠으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소비자의 열광적인 반응을 만날 수도 있다. 또한 위의 고민들이 반드시 시간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수요도 있고, 매출, 수익성도 뛰어난 것으로 검증되었음에도 자원 부족으로 고민할 수도 있고, 매출과 수익이 충분히 나고 있는 상태에서도 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소비자의 니즈부터 고민할 때도 있다.
하지만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고 직접 경험하면서 얻은 지식으로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Zero to One”에서 인상 깊게 읽은 구절 중 하나가 “나쁜 계획도 계획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구절이다.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시장 상황이 급변한다고 해서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은 바보짓이다. 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해나가면서 끊임없이 위의 4가지 사항에 대해서 고민하고 방향을 수정해나간다면 좀 더 좋은 사업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충분히 고민하고 계획했다면 그다음은 도전을 할 때이다. 사업개발 직무 명칭에 사업이라는 단어 뒤에 “실행”이라는 단어보다 “개발”이라는 단어가 붙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성공보다는 실패의 가능성이 몇 배는 더 높은 일이다. 하지만 그 실패 속에서 새로운 배움과 고민을 얻어 새롭게 도전하면서 길을 열어나가는 것이 스타트업이고, 사업개발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 또한 그러하다. 나는 사업개발 분야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도 아니고, 해당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도 아니다. 여러 번의 도전을 하였고 몇 번의 실패와 몇 번의 성공을 경험해보고, 다시 또 도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다. 이 글 또한 직접 경험하고 고민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을 그냥 기록해놓았을 뿐이다. 다른 누군가가 보았을 때는 별 것 아닌 수준의 글일 수 있고, 미래의 내가 언젠가 이 글을 돌아보았을 때 어떤 시행착오의 기록일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민하고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이 최소한 내가 배워온 사업개발의 본질이라 생각하며, 이 글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