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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엽 Nov 21. 2021

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

두 개의 길은 과연 양자택일의 갈림길인가?

 진로를 결정함에 있어서 가장 많이 접하는 고민 중 하나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사이에의 고민일 것이다. 예술, 운동과 같이 아예 어렸을 때부터 분야가 명확한 진로를 가진 사람들은 해당 사항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나처럼 기업에 취업을 하는 (덜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더 대중적인) 진로를 택한 사람들은 대부분 저 질문과 맞닥트리게 된다. 나 역시도 저 질문을 가지고 많은 고민을 했었고,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하기보다는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리고 금융이나 컨설팅과 같은 전문분야가 아니라 대기업에 취직하겠다는 선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에 내가 누군가의 진로를 상담해줄 기회가 있을 때에도 이 주제를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스페셜리스트'의 길과 '제너럴리스트'의 길이 양자택일 상황의 두 갈래 길인가?

 보통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냐,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위 그림처럼  양자택일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에서와 같이, 내 몸은 하나이지만 길은 두 갈래이니 둘 중 한쪽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커리어를 쌓아본 지금 다시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실제 커리어의 세계에서는 반드시 두 갈래의 길 중 하나만 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1. 전문성 없는 온전한 '제너럴리스트'가 존재하는가?

 보통 일반적으로 제너럴리스트라고 말하면 '관리자', 좀 더 쉬운 예로 '팀장'이라고 주로 생각을 하게 되니,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아무래도 관리자가 되면 본인 스스로의 업무에 집중할 시간보다는 조직원들의 업무를 관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고, 내 분야에 전문성이 강화되기보다는 다양한 팀원들의 업무 분야를 골고루 커버하는 제너럴리스트의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 팀장은 전문성이 없는 사람인가? 온전히 제너럴리스트로서만 존재하고 기능하는가? 조금만 더 깊게 생각을 해보자. 내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팀장(관리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최소한 특정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하게 본인의 전문성을 쌓고 성과를 보여주었을 때 관리자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관리자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제너럴리스트로서 다양하게 이 업무, 저 업무를 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에서도 팀원들보다 확실하게 잘하는 영역이 없다면 팀원으로부터 무시만 받는 팀장이 되고 만다. '저 팀장은 잘하지도 못하면서 참견만 하네'라는 말을 들으면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 경우는 제너럴리스트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순 있지만, 좋은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좋은 제너럴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나 자신의 커리어를 생각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커리어의 시작부터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 원티드의 커리어사업부문장으로서 제너럴리스트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역할을 맡는 과정에 있어서, 커리어사업의 모든 분야를 다 꿰고 있기 때문에 이 역할을 맡게 된 것이 아니라 특정 업무 분야(사업개발)의 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하였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인정받아서 이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업부의 구성원들이 나를 믿고 따라주는 이유는 내가 우리 사업부의 전략/마케팅/콘텐츠/디자인/개발 등 모든 분야를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쌓아온 전문 분야인 사업개발/전략/재무 등의 부분에 있어서 나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좋은 제너럴리스트가 되기 위해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2. 내 분야밖에 모르는 온전한 '스페셜리스트'가 존재하는가?

 이번에는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커리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직접 걸어보고 경험한 길은 아니기에 논리의 깊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하고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가장 대표적으로 예시를 들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의 사례 중 하나가 '연구자'의 커리어일 것이다. 본인의 연구 분야가 특정화되어 있고 그 분야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쌓는 커리어이고, 앞선 경우와는 달리 누군가의 관리자가 되어서 시간을 빼앗길 가능성도 낮으니 말이다. 특히나 연구 논문의 경우에는 해당 가설, 실험, 이론에 대해서는 그동안 누군가 수행한 적이 없고 그 연구자가 가장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지 출간이 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연구자'라고 해서 온전하게 스페셜리스트로만 존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럴 수 없다"이다.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은 연구자일지라도 임팩트가 큰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협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내 전문분야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도 필요하고,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함께 업무를 하는 스킬도 필요로 한다. 꼭 협업에 대한 예가 아니더라도 본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접 분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관심과 전문성을 쌓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내 아내는 마케팅을 전공으로 하는 경영학과 교수인데, 그중에서도 소비자 행동(Consumer Behavior) 분야가 그녀의 전문분야이다. 하지만 그녀가 소비자 행동이라는 본인의 분야만 연구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마케팅 전공 안에서의 다른 분야인 계량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다른 연구자와 협업을 하기도 하고, 마케팅 전공 외에도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으로 하는 연구자와도 협업을 하기도 한다. 반드시 협업을 하는 상황이 아니라 혼자 연구를 하는 경우에도, 심리학/인류학/통계학 등 인접한 학문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소위 '스페셜리스트'의 커리어를 밟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본인 분야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범용적인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개인 성장의 관점에서의 해석

 이번에는 스페셜리스트 /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길에 대하여 개인 성장 관점에서 한번 해석을 해보도록 하자. 좀 더 편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개인의 성장을 블록을 쌓아나가는 것이라고 가정하고 도식화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보겠다. 가로축은 다양성(넓이)을 나타내고 세로축은 전문성 (높이/깊이)를 나타내고 총 100개의 블록을 쌓는 것이 커리어 성장이라고 가정하였다.


블록으로 표현한 성장 모형 (왼쪽이 스페셜리스트, 오른쪽이 제너럴리스트)

 앞의 문단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온전한 의미의 스페셜리스트 / 제너럴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한다고 해서 100개의 블록을 위로만 쌓아 올릴 순 없는 것이고,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한다고 해서 100개의 블록을 가로로만 죽 늘어놓을 순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스페셜리스트도 다양성(넓이)을 필요로 하고, 제너럴리스트도 전문성(높이)을 필요로 한다. 이를 그림으로 도식화를 해본 것이 위의 그림이다. 파란색 블록들이 스페셜리스트의 성장 모형을 나타내는데, 상대적으로 폭은 좁지만 전문성의 높이는 높다. 반대로 제너럴리스트를 나타내는 녹색 블록들은 특정 영역에의 전문성(높이)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다양한 분야를 커버하는 폭은 넓은  모습이다.


 이번 그림은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 각각의 성장 모형을 겹쳐서 그려본 것이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영역이 겹치는 영역인데, 몇 개의 블록이 여기에 포함될 것 같은가? 100개의 블록 중 무려 70개의 블록이 겹치는 영역에 해당된다. 내가 스페셜리스트로 성장을 하고자 하, 제너럴리스트로 성장을 하고자 하... 커리어 전체에 걸쳐서 쌓아야 하는 100개의 성장 블록 중 70%가 공통적으로 필요한 영역인 것이다.

 당신의 커리어 성장은 어떠한가? 공통 블록인 70개의 성장 블록을 이미 쌓은 상황인가? 혹시 스페셜리스트 / 제너럴리스트라는 잣대에 사로잡혀서 내 눈앞에 당장 쌓아야 할 블록을 안 쌓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신이 스스로를 스페셜리스트라고 정의 내리고 이 영역은 내 분야가 아니니까 열심히 할 필요 없다는 생각에 블록을 집어 들 생각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스스로를 제너럴리스트라고 정의 내리고 나만의 강점이 되어야 하는 지점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이것저것 다른 블록들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 수도 있다. 지금 쌓고 있는 이 블록이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하기 위한 블록이든,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기 위한 블록이든... 지금 당장은 하나하나의 블록을 정성 들여 쌓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나 역시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런 노력들이 모이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100개의 블록을 쌓을 때 150개, 200개의 블록을 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내가 쌓은 개별 블록들이 전문성과 다양성 중 무엇을 위한 블록이었을지는 모든 블록이 다 쌓이고 그림을 완성한 이후에 회고를 하면서 해석해보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스페셜리스트 / 제너럴리스트 질문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어보았다. 나의 경험과 해석이 모든 이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닐 수 있고, 각 개인들의 복잡한 성장 여정을 간단한 도식화로 요약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양자택일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것이, 어찌 보면 "성장"이라는 하나의 길은 아닐까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더 높은 곳으로의 성장을 위해 때로는 스페셜리스트가 되어 내 안의 깊이를 파고들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제너럴리스트로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도 있어야 한다. 여전히 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질문은 본인에게 맞는 커리어를 그려나감에 있어서 너무나 유용하고 필수적인 질문이다. 그렇지만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성장 블록을 알차게 쌓아나가는 것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것보다 사실은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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