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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엽 Nov 07. 2021

나 자신을 아는 법

 앞선 글에서 성장을 위해 고민해야 할 요소 3가지를 꼽은 바 있다. 그 3가지는 '나의 현재', '목표', '성장의 여정'에 대한 것인데.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 '나의 현재'에 대하여 아는 것이 왜 중요하고 어떤 방법으로 고민해볼지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메타인지의 중요성

 발달심리학에서는 "메타인지"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자신의 생각과 인지 과정에 대하여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발달심리학이나 교육학에서는 메타인지가 발달한 아이들이 실제 학습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보인다고 하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성취하는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메타인지 - 자기 자신을 인지하기

나에게 유리한 전장을 선택하기

 스스로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가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싸울 전장"을 나에게 유리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국지에서 손권-유비 연합군이 적벽대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본인들이 강하고 조조군이 약한 수중전이 일어나는 적벽을 전장으로 선택했다는 점일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본인의 단점을 커버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고자 노력하지만 이는 사실 이루어지기 어렵고,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내 커리어를 이끌고 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커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은 직무를 선택하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을 하고 직무 전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어떤 업무를 잘하고, 관심이 있으며, 오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은 커리어의 시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나는 숫자에 굉장히 강점을 가지고 있어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재무 학회도 하고 자격증도 준비하였고, 첫 커리어의 시작을 재무로 하게 되었다. 취업 과정에서 나의 강점으로 인해 도움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재무 지식, 데이터에 대한 감각 등은 내가 재무 업무를 하지 않는 지금도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이 되었다.

 직무를 정함에 있어서도 중요하지만, 같은 직무를 하고 있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나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한 나만의 특장점을 가지고 업무에 임했을 때 당연히 더 큰 성과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러한 특장점을 어필해야지 이직이나 승진 등에 있어서도 좋은 기회를 얻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료들끼리 업무를 배분함에 있어서도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업무, 관심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를 어필하여, 이를 담당하게 된다면 당연히 더 많은 성과가 날 수밖에 없다. 내가 리더가 되어서 나를 포함한 조직원들에게 업무를 배분하는 상황에서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업무를 내가 맡고 그 외의 업무를 팀원들에게 배분하는 것이 팀으로서 가장 큰 성과를 내는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나 역시도 앞서 말한 재무에 대한 지식, 데이터 등이 같은 사업개발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좀 더 가지고 있는 나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활용하고 있다.


내 수준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앞서 설명한 '싸울 전장'을 선택하는 것이 내 커리어를 어디서 쌓을지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그 전장에서 어떻게 싸울지, 혹은 우회할지, 도망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현재 내 수준이 어디에 와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내 실력을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잘 못 인지한다면, 무모해지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나에게 주어진 과제가 현재의 내 실력보다 더 높은 수준인데,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무모한 도전은 실패로 끝나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누군가와 협업을 하고 스스로의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스스로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으니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의 실력을 과소평가한다면 쉬운 과제만을 수행하게 되고 쉬운 과제의 나의 Comfort zone을 넓혀주질 못하니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진 실력에 비해 쉬운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으니 당연히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도 어려운 법이다. 내가 현재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있는지, 지향해야 하는 더 높은 수준은 어디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야 말로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메타인지를 키우는 방법

 메타인지를 키우기 위해, 다시 말해 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볼 수 있을까? 당연히 내가 무슨 심리학 전문가는 아니고, 그냥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것들을 편하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다양한 경험과 상황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거기에서 오는 정보들을 심도 있게 고민해보자.

 이것이 어찌 보면 가장 당연한 명제이다. 내가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남이 나를 더 잘 아는 경우도 있을 만큼, 나 자신을 아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나라는 사람을 미지의 블랙박스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에 탐험가들이 새로운 물질을 발견했다고 가정을 해보면, 그 물질을 물에도 녹여보고 가열도 해보고 망치로 두들겨보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였을 것이다. 나에 대한 탐구도 이와 동일하다.

 다양한 경험과 상황에 일단 노출을 시켜보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다양한 경험과 상황은 사람을 만나는 것일 수도 , 책을 보는 것일 수도, 새로운 것을 체험해보는 것일 수도, 여행을 떠나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처해있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이리저리 옮겨보는 것은 언제나 자극이 되는 것이고, 자극이 들어왔을 때 나는 새로운 데이터를 뱉어낸다. 그 데이터들을 모아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심도 깊은 고민도 매우 중요하다. 조금 생각해보는 것이 아니라 '심도 깊게' 탐구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장점에 대해서 생각해본다고 하면, 내 장점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이어가 보는 식이다. 나의 이러한 장점은 어떤 성격과 기질에서 기인하는가, 동일한 장점을 가진 사람들이나 나랑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로 특별한 수준을 가지고 있는지, 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커리어 기회가 무엇인지, 나는 이 장점을 활용하는 업무를 하고 싶은지 등으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가 보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본인의 장점을 생각해볼 때는 이력서나 면접을 준비할 때인데, 이때는 2~3분 정도 말할 수 있는 깊이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스스로 고민해보고 정의내려 볼 때는 2~3분의 깊이가 아니라 1시간 이상의 깊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심도 있는 고민을 해보기 위해 내가 개인적으로 시도해보았고 나름의 효과를 보았던 방법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스스로를 돌아보는 글 작성해보기

 가장 많이 시간을 쏟았던 것은 아무래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글을 작성해본 것이다. 아래 리스트는 최근 4~5년 사이에 스스로를 더 잘 알기 위해 작성해보았던 글의 리스트이다. 어떤 글은 꽤나 심도 있게 써본 것들도 있고, 어떤 글은 가볍게 10줄 내외로 개요만 작성해본 것도 있지만,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돌아보고 좀 더 나은 내가 되고자 하는 마음에 이렇게 저렇게 고민을 해보았던 것들이다.

 이번에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돌아보니 지금 보기에는 낯 부끄러운 것들도 너무나 많고, 심지어는 이런 글을 썼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것도 많다. 하지만 혼자 생각만 하는 것보다 '글'이라는 정돈된 형태로 작성을 해보는 것이 생각을 훨씬 더 깊게 할 수 있게 하고 구조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점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여전히 부족한 나 자신이지만, 이런 글을 통해서 그래도 조금씩은 성장해왔던 것 같다.


2.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를 비교해보기

 여러 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꽤나 인상적인 경험이 있어 소개를 해본다. 내가 하고 있는 Project One이라는 스터디에서 누군가의 제안으로 모든 멤버들이 다 같이 해보았던 일인데, 나에 대한 설문을 내 주변 사람들에게 받아보는 것이다. 보통 회사의 인사 평가나 이직을 위한 레퍼런스 체크 같은 것에서 이러한 일을 하곤 하는데, 그럴 때는 내가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나를 평가하기 위해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내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요청한다는 점이 특별한 점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구글 설문지를 활용하여 설문을 만들었고, 전/현직 회사 동료들과 가장 가까운 친구들 포함하여 10명 정도에게 익명으로 부탁을 했었다. 갑자기 얘가 왜 이렇게 특이한 짓을 하는지 다들 의아해했었지만, '내 성장'을 위해 도움을 받고 싶다는 말을 덧붙이니 다들 성심껏 대답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소개한 다른 방법들은 모두 내가 스스로 바라보는 내 모습에 기반한 것인데, 이것은 제3자가 바라보는 내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스스로 바라보는 내 모습이 실제 내 모습에 가까운지, 혹은 타인이 바라보는 내 모습이 더 진짜에 가까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타인이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데에는 분명히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잘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도 있었다. 내가 설문을 했을 때 나온 결과 중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승엽님은 에너지 레벨이 조금 아쉽다. 방향성은 스스로 잘 잡고 있는 것 같으니 그 방향으로 더 큰 에너지를 뿜어 낼 수 있으면 더 크게 성장할 것 같다"

 나는 에너지 레벨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고 일을 주도적으로 나서서 잘하는 편이라고 항상 생각해왔는데, 솔직히 조금은 놀라웠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막 스타트업으로 이직해서 지시를 받아서 업무를 하는 방식에 익숙해있던 나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내가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내겠어'라는 집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나의 단점 중 하나를 날카롭게 캐치하셨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들이어서 당시 나에게는 놀라운 발견이었고 아직까지도 그래서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나의 아쉬운 점을 일깨워주는 따끔한 말이었지만, 지금 잡은 방향으로 쭉 가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라는 따뜻한 응원도 함께 담겨 있어서 더욱 소중한 기억이다.


3. 진단 솔루션 활용해보기

 최근에 MBTI가 정말 유행했었는데 이것처럼 체계화된 방식으로 나를 진단해보는 것도 나를 알아가는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MBTI 검사보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내가 스스로를 알아 가는데 유용했던 "진단 솔루션"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내가 해보았던 검사는 "Gallup Clifton Strength Analysis"이다. 유명한 설문조사 기관인 갤럽(Gallup)에서 진행하는 검사인데, 34가지 테마의 어떤 테마를 내가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지를 분석해준다. (링크를 제공해드리고 싶은데 한국어 페이지가 갑자기 찾아지질 않는다) 강점 테마를 34가지로 구분을 하고 이를 순서화하여 설명하고 있어서, 굉장히 상세한 분석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으며 비슷해 보이는 단어들이지만 각각의 설명을 읽어보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어서 좀 더 정교하게 나를 알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나의 강점 테마 Top 5

 두 번째로는 버크만 진단 (Birkman report)라는 것을 회사 리더들끼리 해보았던 경험이 있다. 좀 더 업무, 커리어 중심으로 진행되는 진단이었다는 점에서 나에게도 흥미로웠고 회사/팀 단위로 같이 해보기에 적합한 프로그램이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어떤 사람과 협업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데 편안함을 느끼는지, 어떤 직무가 나에게 적합한지 등을 보여주는 검사이다.

 이러한 진단 툴을 사용하는데 아쉬움도 물론 있었다. 진단 결과에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기도 하고 해석을 도와주는 코치도 존재하지만, 아무래도 전문적인 툴에 의한 결과를 나에게 딱 맞추어서 해석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추가적인 비용을 투자하면 가능했겠지만 말이다)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관점이 없는 상태라면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지난 몇 년간 써왔던 글들이나 정리했던 내용들을 다시 찾아보니, 그동안 나를 잘 알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던 것 같다. 스스로를 탐구하는데 너무 빠져서 외부를 돌아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반성이 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나를 잘 아는 것이야 말로 행복하게 커리어를 쌓고, 그 과정에서 충분히 성장하고, 성과를 내는데 가장 밑바탕이 되는 일이라는 믿음은 변함이 없다. 나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시도한 노력들이 모이다보니, 타인에 대해서도 그 사람의 성향이나 장단점을 날카롭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데에도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본인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한번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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