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승엽 Dec 05. 2021

To-do list 다시 쓰기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계속 밀리고 있는 느낌이 들 때

정신없이 바빴지만 정작 중요한 일은 하지 못 한 하루

 일을 하다 보면 '엄청 바쁜 것 같긴 한데 정작 중요한 일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솔직히 말해보자면 그런 느낌이 거의 항상 든다. 매번 시간에 쫓기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지칠 대로 지쳐서 퇴근함에도 맡은 일을 다 하지 못해서 야근이나 주말근무를 하기도 하지만, 무언가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는 기분 말이다.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서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배우곤 한다. 아래 그림을 보자면 중요성도 높고 급한 우상단 A의 일을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고,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좌상단, B영역)과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우하단, C영역) 중에서는 B영역의 일을 먼저 하라는 것이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배웠던 방법론이고 나 역시도 내가 리딩해야 하는 팀원들에게 이렇게 가이드를 주긴 하지만, 실제로는 B영역의 일을 미뤄놓고 긴급해 보이는 C영역의 일을 먼저 처리하기 일쑤이다.

 매일 쓰는 To-do list에서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라 가장 급한 일, 내가 하지 않으면 펑크가 나는 일, 혹은 간단하게 처리가 가능해서 리스트에서 빨리 지울 수 있는 일일 때가 많다. 그것이 솔직한 나의 반성이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중요한 일을 가장 높은 우선순위로 잘 처리하고 계신 분들은 이 글을 읽지 않으셔도 된다) 보통 중요한 일들은 난이도가 있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처리하긴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업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일이 많다. 그렇게 밀리고 밀리다가 시간에 쫓겨서 충분한 시간 투입을 못 한 상태에서 겨우 완성만 하기도 하고, 야근이나 주말에 하느라 체력을 다 써버리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 그렇게 밀리고 밀리다가 하지 못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To-do list 다시 쓰기

 위와 같은 상황에서 하루하루 내 업무를 펑크 내지 않고 해 나가고는 있지만, 정작 나와 내 조직을 성장하게 만드는 중요한 일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들었다. 그래서 내 업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장 급하게 해내야 할 일을 기반으로 한 To-do list가 아니라 내가 맡고 있는 R&R에서 요구되는 일, 내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제로베이스에서부터 적은 To-do list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이 글의 제목인 "To-do list 다시 쓰기"이다.

 어떤 참고자료나 전문적인 근거 없이 나 개인의 필요에 의해서 시도해본 방법이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중요한 일인데 못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었고, 급하다는 이유로 관성적으로 하고 있었던 업무들을 중단하거나 위임할 수 있었다. 직접적인 행동의 변화가 없더라도,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현재 상황의 GAP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회사 동료들이나 지인들에게도 몇 번 권해보았는데 매번 반응이 좋아서, 언젠가 한번 이 방법을 정리해서 브런치에 공유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렇게 글까지 써보게 되었다. 동일한 방식으로 똑같이 진행할 필요는 전혀 없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작은 힌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작성법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그냥 실제로 내가 해본 버전을 공개하는 것이 가장 이해하기 쉬우실 것 같아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샘플까지 공개해보았다. 샘플을 보시면 쉽게 이해를 하실 수 있겠지만 약간의 설명도 덧붙여 보겠다. 

샘플 보러 가기

실제 내가 다시 쓴 To-do list의 일부 발췌

Step 1. 업무 리스트업 하기 (노란색 음영)

 다 완성된 버전을 보실 때는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실제로 처음 작성을 하는 분들은 오른쪽부터 시작해서 이를 묶어 가면서 왼쪽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좀 더 쉬울 것이다. 가장 오른쪽 열에 업무 리스트를 적게 되는데 유의할 점은 현재 시점에서 당장 해야 하는 일을 적는 것(일반적인 To-do list 작성)이 아니라, 당장 할 일 / 굳이 리스트에 들어올 정도의 중요성은 없지만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일 / 당장 할 일은 아지만 곧 다시 하게 될 일 / 해야 하지만 못 하고 있는 일 / 하고 싶진 않지만 내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 일 등을 모두 모아서 "일"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최대한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다 보면 자연스럽게 업무 성격에 따라 그룹핑을 할 수 있게 될 텐데, 그렇게 그룹핑 작업을 하면서 점점 왼쪽으로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샘플에 있는 그룹핑은 당시 사업개발팀장을 맡고 있던 내 기준에서 작성된 것이니 참고는 하되 굳이 똑같은 기준으로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룹핑을 하기 용이하도록 줄글의 형태보다는 표의 형태(엑셀, 구글 스프레드시트 등)로 작업을 시작하기를 권해드린다.


Step 2. 중요도 결정하기 (녹색 음영)

 다음은 중요도를 결정할 차례이다. 어차피 나에게 요구되는 모든 일을 정리한 것이고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므로, '긴급도'를 고려하지 말고 '중요도'만 고려해서 결정하도록 하자. 나의 역할에 있어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 만한 일인지, 혹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인지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해보도록 하자. 


Step 3. 리뷰 하기 (파란색 음영)

 Step 2를 진행하면서도 이미 슬슬 느낌이 올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리스트에 넣었고 중요도를 체크해보니 A급인 일인데 못 하고 있는 일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반대로 언제나 내 할 일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이고 시간도 많이 쓰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중요도를 판단해보니 C 정도인 경우도 허다하다. 나 또한 그랬고 내 권유로 이 작업을 해본 모든 사람들이 그랬으니 부끄러워 말고 솔직하게 리뷰해보자. 아예 업무 공백이 생길 정도로 못하고 있는 업무가 있는지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 영역이 있는지를 점검하보고, 반대로 불필요하게 시간을 많이 쏟고 있는 업무들도 찾아보도록 하자. 



인사이트 도출

 인사이트 도출이라고 그럴듯하게 적어놓긴 했지만 거창한 인사이트일 필요는 없고 그저 앞으로의 나를 바꾸어 나갈 몇 가지 힌트를 얻는 것으로 충분하다. 


강화해야 할 일

 일단 더 리소스를 많이 투입해야 하는 것들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새로운 일이 갑자기 튀어나오진 않을 것이고 처음 문제의식을 가졌던 지점에서 느꼈듯이, 중요하지만 급하진 않아서 미루고 있었던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일단 현 상항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행동을 변화하기 위한 첫걸음이니, 조급해 힐 필요 없이 어떤 일들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하는지를 우선 파악해보고 앞으로 업무를 계획함에 있어 항상 이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도록 하자.


덜어내야 할 일

  이 글을 읽고 "To-do list 다시 적기"와 같은 일까지 해보는 사람이라면 높은 확률로 이미 하루하루가 꽉 차게 열심히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의 입장에서 더 중요한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기 위해서는 덜 중요한 일을 반드시 덜어내야 한다. 이 부분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저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식으로 전근대적인 근면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단순히 열심히 노력해야지라는 교훈을 얻고자 이 작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내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밸런스를 찾고자 시작한 것이므로, 반드시 덜어내야 할 일에 대한 명확한 고민과 실천을 함께 진행하기를 권해드린다.


다른 사람과 협의하고 조정하기

 혼자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업무를 밸런싱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다른 사람들과의 협의와 조정의 과정이 필요하다. 내 업무를 덜어내기 위해 누군가에게 업무를 위임하거나 다른 팀/조직에 업무 협조를 구해야 할 일도 있을 것이고, 팀 간 R&R을 조정하거나 추가 채용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은 혼자서 진행할 순 없으니 주어진 결과를 가지고 솔직하게 이야기해보고 도움을 구하도록 하자. 

 나도 해보진 않았지만 나의 권유로 To-do list 다시 쓰기를 해본 사람들이 추천해준 효과적인 후속 조치 중 하나가 이 결과를 가지고 본인의 리더와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더 리소스를 쏟을 업무가 무엇인지, 덜어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리더의 생각도 들어보면 좀 더 명확한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업무의 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도움 역시도 리더를 통해서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원티드에서는 팀원 중 1명이 이것을 해보고 팀장에게 보고를 하여 팀원 전체가 동일한 작업을 해보았고, 다른 팀과의 R&R 조정을 통해 업무를 조정한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가 내가 왜 To-do list를 다시 쓰게 되었는지와 어떻게 진행했고 활용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떠한 참고자료나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서 진행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내 필요에 의해서 혼자만의 방법으로 진행한 것이므로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대로 따라 할 필요 없이 이를 활용해서 여러분 각자의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나가기를 권해드린다. 본인 상황과 업무 특성에 맞추어서 자유롭게 활용하시되 그것을 위한 작은 힌트가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작은 노하우를 알려드리고자 글을 써보았지만, 나 역시도 요즘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다시 한번 To-do list를 점검해볼 시간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글을 마치고 내 To-do list부터 다시 써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자신감, 도전의 필수요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