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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엽 Aug 14. 2022

양극단을 피하며 성장하기

좌우 성향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상하 수준의 문제이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가진 유일한 절대적인 신념이다. (절대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절대적인 신념이라고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말이다) 사실 이것은 진리라기보다는 내 개인의 가치관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최소한 내가 아직까지 경험한 바로는 '절대적으로 A는 옳고 B는 그르다'는 사고방식은 언제나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게 되어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칠 경우 만용에 빠지게 되어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방심하여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반대로 지나치게 자신감이 없을 경우에는 도전할 용기를 잃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너무 많거나 너무 부족한 것보다는 적절한 수준의 자신감이 필요하다. 또 다른 예로 일을 처리하는데 속도를 지나치게 중시할 경우, 시원시원하게 일이 빠르게 처리될 순 있지만 일의 완성도는 놓쳐버릴 수 있다. 반면 지나치게 신중하고 꼼꼼하게 일을 하다 보면 완성도는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적시에 일이 진행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속도와 완성도를 조화롭게 잘 버무린 중간지점이 최선의 결론이다.

개인의 성향뿐 아니라 가치관이나 정치적 이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 좌파와 우파, 남성과 여성 등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몰입할 경우 반드시 부작용이 발생하고 만다. 좀 더 균형감 있는 시선을 가지고 다양한 입장을 폭넓게 고려해야지 조금은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치적인 이슈에 아래 내용을 대입하면 논란이 너무 첨예해질 수 있으니 좀 더 개인 성향의 문제로 이 글을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


따라서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굳이 한 단어로 표현하면 "중용(中庸)"인데,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중용의 뜻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다.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

중세 유럽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는 "가장 위험한 사람은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한쪽에 치우친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말해주는 명언이다. 그것이 중용이라는 단어로 표현이 되던,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말로 표현이 되던 극단적이고 편협한 사고를 벗어나 균형감을 갖추는 것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자주 언급되곤 한다.

나는 이러한 철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러한 중용의 묘가 개인의 성장에 어떻게 발현이 되는지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좌우 성향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상하 수준의 문제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어느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은 좋지 못하다. 물론 누군가는 극단적으로 한쪽의 장점에 집중하거나 하나의 사상에 푹 빠져서 위대한 일을 성취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위대한 사람의 반열에 오른 사람도 아니고, 최소한 내 주변의 사람 중에서 그런 사람을 본 적도 없다. 99.9%의 보통 사람들에게는 극단의 영역을 벗어나서 중용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하다.


왼쪽이던, 오른쪽이던 어느 한쪽에 몰입하는 것보다 왼쪽과 오른쪽을 균형감 있게 바라보는 것이 명백하게 더 발전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좌우의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일단은 균형감 있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것은 좌우의 문제 이전에 좀 더 낮은 상태에서 좀 더 높은 상태로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일단 그렇게 높은 수준을 갖춘 이후에 비로소 중용의 영역 안에서 성향 차이를 가지는 것이다. 좌우 성향에 대한 문제보다 상하 수준에 대한 문제가 먼저 풀어야 되는 숙제이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감성적인 리더는 자칫 감성에 빠져서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게 된다. 반대로 지나치게 이성만을 좇는 리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묘한 감성의 영역을 놓치게 되어 조직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부분과 감성적인 부분을 동시에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잘 활용하지 못한다면 높은 수준 (좋은 리더)에 도달할 수 없다. 두 개의 도구를 잘 활용하여 내 수준을 올린 이후에, 내 개인의 성향과 선호, 상황에 따라서 좀 더 감성적인 좋은 리더 혹은 좀 더 이성적인 좋은 리더 중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 좌우 간 이동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얼마 전에 고민상담을 하는 우리 회사의 구성원과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나(승엽) : A님은 너무 혼자 고민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어요. 고민이 있다면 A님의 팀장이나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구성원 A : 승엽님 말씀은 이해가 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제가 책임감 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이 느껴져요. 저는 책임감 없이 불만만 이야기하는 사람이 너무 싫더라고요.

내가 보기에 구성원 A는 책임감이 강한 쪽으로는 상위 5%에 들만한 사람이다.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은 훌륭한 덕목이지만, 지나친 책임감이 간혹 스스로의 발목을 잡곤 한다. 언제나 모든 문제를 어떻게든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데, 혼자 끙끙대느라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일이 늦어지기도 하고 함께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혼자서 해결하려고만 하다가 적절한 해결책을 못 찾기도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내가 구성원 A에게 책임감을 조금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터놓고 이야기를 하라는 것은, 지나친 책임감이 가져올 수 있는 극단적인 문제점을 줄이자고 조언을 한 것이다. 책임감이 없이 불만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었다.


이 대화를 통해서 똑같은 방향으로의 변화임에도 듣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서 얼마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보았을 때 구성원 A는 왼쪽 극단에 빠져있어서 오히려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용의 영역에 진입하는 '성장'을 의미한다(아래 그림의 Case 1). 구성원 A가 본인은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반대쪽 극단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의미인데, 아래 그림의 Case 3에 해당하는 변화일 것이다. 

이처럼 본인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 좌우 간 이동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이 왼쪽 극단에 있는 상태라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균형감을 찾은 더 높은 수준으로의 성장을 의미한다 (Case 1). 반대로 Case 3와 같이 오른쪽 극단으로 가는 이동은 똑같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임에도 성장이 아니라 퇴보를 의미한다. 중용의 영역 안에서 오른쪽으로 이동을 하는 것 (Case 2)은 성장과 퇴보의 이슈가 아니라 성향의 변화로 보는 것이 맞겠다.


살아가면서 우리 모두는 계속 좌우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때로 그런 변화는 스스로 시작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조언이나 피드백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처럼 똑같은 변화라고 할지라도 성장이 되기도 하고, 퇴보가 되기도 하고, 성향 차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변화를 맞이함에 있어서 현재 내 상태가 어디인지, 이 변화가 현재 내 상태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고민해본다면 변화를 좀 더 내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꽤나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주제이고, 내 머릿속에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을 했던 주제인데 막상 글의 형태로 옮기려다 보니 쉽지가 않다. 이래서 추상적인 개념을 글로 정리하고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이 정말 어렵고 위대한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니 철학이라는 학문이 위대한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 짧고 부족한 생각에 철학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일 수조차 없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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