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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엽 Nov 09. 2019

왠지 뒤가 켕길 때.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

 살면서 이런 순간 한 번쯤은 대부분 있지 않을까?


# 회사 동료들과 술 한 잔 거나하게 걸치고 필름이 끊어졌는데, 평소에는 조금 불편한 누군가가 다음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다. 덜 취한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아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분위기는 아주 좋았단다. 분위기가 좋았다니 다행이고, 다행히 그 사람도 싫지 않은 눈치인데... 정작 나는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걸까? 내가 실수하진 않았을까? 왠지 뒤가 켕기고 후회되는 기분.


 술을 잘 안 마신다고? 회식에서 왜 필름이 끊어질 때까지 마시냐고?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떨까?


# 직장 상사가 말을 걸어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고 본인의 의견과 불만을 피력함과 동시에 내 의견도 물어온다. 당황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대충 둘러대면서 그 자리를 빠져나오긴 했다. 돌이켜 생각을 해보니 말도 횡설수설한 것 같고, 내 말을 통해 누군가와의 관계나 일처리가 꼬여버린 것 같다. 아까 어떻게 말을 했었어야 할까? 이렇게 처신을 했어야 할까? 뭐가 잘 못된 것일까? 왠지 뒤가 켕기고 후회되는 기분.


 이런 것이라면 누구나 있는 경험 아닐까?

 꼭 위의 상황과 같진 않겠지만 누구나 비슷한 경험은 있을 것이다.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다', '이것이 틀렸다'라고 명확하게 말할 순 없는데... 왠지 뻑쩍지근하게 일이 안 풀린 것 같은 느낌. '이것이 잘못이다'라고 시원하게 드러내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자니 왠지 찝찝한 기분.'후회'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너무 거창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잘한 일 같진 않은 그런 일.




 나 역시 수도 없이 그런 일을 경험해봤고 최근에도 자주 겪었다. 저런 순간이 올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실 앞서 언급했지만 '이것이 잘못이다'라고 인정하고 수정하기에도 너무나 자잘한 일이기에, 행동으로 대처를 하기에도 애매하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마 믿는 것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를 믿고 눈 딱 감고 잊어버리는 것이 내가 나름대로 찾은 최선의 대처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잊는 것이 아니라 나를 믿는 것이다. 

자신감. 나에 대한 믿음.


 올바르게 컸고 평소에 올바르게 행동하는 나라면 크게 문제 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 돌이켜보면 작은 아쉬움은 남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믿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딱히 더 잘할 순 없었을 것이라는 믿음.

 저런 일에는 그냥 믿고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 같다. 그렇게 나는 믿지 못하면 내 머릿속은 후회로만 가득 차버릴 것이다. 저런 작은 찝찝함을 제외하고도 후회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하나하나 곱씹는다면 인생의 즐거움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가? 왜 기억이 나지도 않은 순간의 나를 믿을 수 있고, 후회되는 언행들에서도 최선이었다 생각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아마 그런 것이 타고난 성격이라고 말할 것이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 곱씹어보니 그런 것은 선천적인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자신감도 아마 학습되는 것이 아닐까?


 내가 평소에 올바르게 행동하고 누군가를 배려할 줄 알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아마 평소의 인간관계에 있어서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친구가 나로 인해 상처 받지 않았을 것이고, 오해하며 다투지 않았을 것이며, 내 주변에는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켜켜이 나에게 쌓여 있다면 내가 술이 취했을 때나, 경황이 없을 때나 올바르게 행동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내 안에 있는 내 기질이 -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 올바르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선천적인 기질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행동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접해왔기에 생기는 부산물이다.


 업무도 마찬가지이다. 스타트업에 오면서, 리더가 되면서 딱히 내가 맞다, 틀리다 지적해줄 사람도 알려줄 사람도 없다. 매번 하는 업무들이 새롭고 걱정되고 떨린다. 이 의사결정이 잘못되진 않았을까, 회사가 나로 인해 손실이 나진 않을까, 누군가 내 결정으로 상처 받진 않을까... 매 순간이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순간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뿐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평소에 업무를 하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많이 얻었을 때만 생길 수 있다. 그런 것들이 리더가 되기 전에 쌓아야 하는 경험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경험치를 통해서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실제 상황이 그렇듯) 옳은지 틀렸는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옳겠거니 하고 믿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 자신감의 지붕이 클 때 조직원들이 그 지붕 아래에서 비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평소에, 혹은 어릴 때 올바르게 행동하고 긍정적인 결과물을 얻어보는 경험들이 쌓여서 자신감이 된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상황 속에서 나를 지켜준다. 자신감이 없으면 '답이 없는 어른의 세계'에서 견뎌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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