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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w Here 세은 May 17. 2022

제주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여행객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제주도민의 고민

제주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의 활동범위도 넓어지고

 기다렸다는 듯 매일 여행객이 많아지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시골이라

가장 먼저 변화를 느낀 곳이 오일장이다.

5일마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해

오후 3시경 마감하는 오일장에

 정확히 아침 8시에 가도 주차할 곳이 없다.
물건을 구경할라치면

제주 장사꾼과 여행객들 사이에 줄지어 걷기 바쁘다.

오일장엔 없는 물건이 없다. 뭐든 물어보면 다 있으니 현금을 두둑히 챙겨가야 한다.
시골 시장에선 지역에서 나오는 농.산물 빼고는 모두 생각 외로 비.싸.다!

내 옛 경험에 제주에 여행 오면

성산일출봉, 천지연폭포 등의

유명한 지역 관광지에 갔다가
성. 문화박물관에 가서 어머나! 하는 게

당연한듯한 코스였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다.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이 지역의 다른 가게들도 손님들로 북적인다.
제주에서 유명하다는 곳에만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개인이 원하는 콘셉트를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자주 가는 소품샵이 한적해 민망할 정도였는데

오일장 날엔 발 디딜 틈도 없다니.


그렇다 보니 제주에 잠시 머무는 게 아닌

매일 사는 내 입장에선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공존한다.


우선 좋은 점은 [대리 감정]이다.
제주에 오는 여행객들은 '행복'을 느끼고 싶어 왔기에 머무는 내내 미소가 가득하다.
지나가다 작은 정보만 알려줘도

큰 선물 받은 양 기뻐하고,
이곳에서 아이들과 사는 내 삶을

매우 궁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지나가는 여행객들의 표정만 봐도

설렘, 두근거림, 신나는 등의 감정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더불어 [대리 만족] 도 가능한데,
가까운 바다 앞에 가면 애써 내 몸 바닷물에 빠지지 않아도
따뜻한 햇볕 아래 서핑과 바다를 즐기는 여행객들을 보며 미소를 짓게 된다.
이 얼마나 쉬운 마음 경험인가.

[출처.블로그 제주폰북&인카페온더비치]

불편한 점,

이는 아마도 나 스스로 만든 기준에서 시작됐겠지만

[내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여기서 말하는 '내 공간'은 전적으로 나의 기준이며
그 누가 정해준 게 아니란 것을 충분히 안다.
더불어 '공유'를 통해 얻어지는

또 다른 시너지와 새로운 경험도 좋은 점 중 하나일 거다.


그러나 매일 지나가던 한적한 골목,

문만 열어도 매일 안락함이 느껴지던 구석진 카페,
쉬고 싶을 때 올라가던 경치 좋은 언덕,

줄 서지 않아도 먹을 수 있었던 남들 모르는 맛집들이
이젠 나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되어가고 있고

또 그래야 되는 게 맞다.

세화리에 있는 [카페 미와]. 조용한 분위기에 잠시 휴식하고 책 읽기에 좋다.

너무나 한적해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을 때
원치 않아도 여행객들이 지나다니며 말을 건다.


'쌍둥이랑 여기 사시는 거예요?'

'이사 오시니까 어때요?'

'여기서 먹고 사는 건 가능해요?'

(참고로, 네. 모두 매우 가능합니다)

제주에 친구가 없는 난 우선 반갑지만

뭔가 TV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은 왜 일까?

뭔가 멋들어진 말로 대답해 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은 왜 일까?


한 가지 정확한 사실 중 하나는,



여기서 사나 거기서 사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요



오늘도 난 자연 냄새를 맡으며,

사람 사는 구경하러 바다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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