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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w Here 세은 Jul 14. 2022

chapter 2. 내 나이와 난소 나이

4번의 유산, 6번의 도전으로 쌍둥이를 만난 과정 두 번째 이야기


어릴 적부터 친한 20년 지기 내 친구는 아이가 다섯이다. 스무 살 임신을 시작해 다섯 번 출산하고 더 이상은 안된다며 확실히 차단시켰다. 같은 배에서 태어난 내 언니는 허니문 베이비를 낳았다. 그 후 형부와 3분 이상 대화가 어렵다더니 두 살 터울로  둘째를 만들었다. 이렇다 보니 아이에 관해 내게 익숙한 문장은 '아이가 생겼어'이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생기는, 계획하면 만들 수 있는 생명체. 난 그게 아이라 생각했다.


2015년 2월, 남편과 함께 병원 의자에 앉아 왜 임신이 어려운지 난임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의사 말에 의하면 몸속 조직적인 요인 등 여러 이유가 있는데 집중해서 봐야 할 부분이 내 나이란다. 그것도 내 실제 나이 35세가 아닌 난소 나이. "엄마의 신체나이도 적은 편은 아니지만, 난소 나이가 세 살 정도 더 많은 38세로 아이를 갖기엔 피곤할 수 있어요."

난소에도 나이가 있는지는 처음 알았지만 의사의 표현도 참 창의적이다. 피곤할 수 있는 나이라니 그럼 나이 오십 먹음 뛰지도 말아야겠네. 흥. 불편한 기분에 빨리 상담을 끝내고 싶은데 의사가 덧붙인다. '남성은 나이 칠십 먹어도 아이를 가질 수 있는데 여성은 한계가 있어요. 그래도 잘 될 거예요.' 이건 뭐 잘 되란 소린지, 내가 문제란 소린지 모르겠지만 유명한 의사라니 꾹 참고 시키는 대로 해보자.


먼저 내 자궁의 나팔관이 잘 뚫려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팔관 조영술이 필요했다. 이걸 하면 나팔관이 깨끗해져 착상에 도움 될 수도 있다니 고민도 낭비다. 카메라가 달린 얇은 튜브를 몸속에 넣고 30분간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이 고통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꽁꽁 묶여있는데 옷 속에 지네가 기어 다니는 기분.


인공수정을 위해선 2주 정도 매일 주사와 질정을 넣어야 하는데 모든 게 처음이라 실수하면 어쩌나 불안하고, 과정이 참 불쾌하다. 이럴 땐 내가 여자인 게 참 싫다. 미안한 표현이지만 남자는 제공만 하면 되니 세상 편해 보인다.

정돈된 남편의 정자가 내 자궁으로 들어오는 날. 또다시 2주의 고통이 시작되는데 성공적인 착상을 위해 임산부처럼 조심히 걷고 커피. 술 모두와 이별하고 침대에 누워 천장만 쳐다보는 게 최선이다. 맘 편히 넷플릭스 보며 시간 때우면 좋겠다만 나도 모르게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웃었다 울었다를 반복하는 시간이 고문 같다.


'이번엔 잘 되겠지. 나도 엄마가 될 수 있겠지.'


2주 뒤 피검사를 하니 맘에 안 들던 그 유명한 의사가 말한다. "성공이네요?! 임신 축하드려요. "


인공수정 첫 도전만에 성공이라니, 다시 한번 뿌듯함과 자신감이 차오른다. 이번엔 왠지 성공할 것 같고 운명이란 느낌이다. 다시 한번 정부지원금, 임신 수첩을 받고 임산부 배지를 가방에 걸어둔다. 반드시 심장소리를 듣겠단 다짐으로 온갖 좋다는 태교는 다 해본다. 아침은 클래식을 들으며 명상하고, 오후엔 착상에 좋다는 루이보스차를 마시며, 저녁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동물 주인공 영화를 보며 잠든다.


뚜구뚜그뚜구뚜그... 아이의 심장소리. 두 눈 크게 뜨고 봐야 보이지만 젤리 곰의 팔. 다리도 보인다. 슬슬 입덧을 할 거라더니 젤리 곰을 본 후부터 속이 불편하다. 몸무게 1g도 변함없는데 100킬로짜리 모래주머니 차고 걷는 기분, 세상의 모든 냄새가 역겨운 울렁거림.


가족에게 두 번째 임신소식을 알린 게 결혼한 지 10개월만. 나라에서 주는 훈장 받은 것처럼 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엄마는 20인분의 미역국을 끓여놨고, 시부모님은 매일 소고기를 사다 주셨다. 절대 부담 갖지 말라는 말이 더 부담스럽단걸 아실까?!


여느 날처럼 바닥과 한 몸이 되어 누워있던 날, 오랜만에 남편의 외출 소식. 임신한 와이프 챙기느라 친구도 멀리한 그가 오랜만에 나간다니  '이제 축복이도 자리 잡았고 괜찮을 거야. 편히 다녀와' 큰 소리 쳤다.  


그리고 2시간 뒤 꿀럭하는 느낌과 함께 바닥에 피가 떨어진다. 내 몸에서 나온 피다. 보자마자 눈물도 같이 떨어진다. '안돼. 안돼'를 외치며 손으로 피를 닦아보는데 어디선가 계속 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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