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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rat Apr 29. 2016

2016年 3&4月, 함께한 책들

<월간 독서기록>

어느 새 4월도 막바지다. 새해가 되면서 올해부터는 매월 독서 기록을 쓰자고 다짐했는데, 두 달이 채 못 가고 지키지 못해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뭘 하며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바빴던 3월과 4월이었다. 변명 같지만, 그래서 기록할 만큼의 책도 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독서에 어찌 양만 중요할까! 한 권을 읽었어도 10권의 행복을 얻었으면 그걸로 된 것이라고 위로해 본다.(개인적으로는 多讀에 욕심이 있지만) 정신없던 3월과 4월, 틈틈이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 준 책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투사와 신사 안창호 평전, 김삼웅, 현암사, 2013, 284p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안창호'라는 이름을 들으면 '독립운동가', '흥사단', '도산'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 국사와 근현대사를 공부했고, 역사 공부를 좋아해서 대학에서도 사학과 수업을 몇 개 듣곤 했다. 때문에 도산 안창호 선생에 대해 좀 더 알고 있다고 믿어 왔지만 너무나도 유명하고, 또 익숙하다고 느껴서일까? 신민회 설립, 임시정부 수립, 한국 유일 독립당 운동, 미국에서의 독립운동 등 그분의 '업적'에 대해서는 몇 개 더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짜 '도산 안창호'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것이 사실이다. 


연초 신문에서 읽은 한 기사를 계기로 '인간 안창호'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팝페라 테너 폴 포츠가 공연을 위해 한국에 왔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우연히 숙소 인근의 도산 공원에 들렀는데,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위인의 글귀를 마주하고 크게 놀랐다고 전했다. 바로 도산 안창호 선생의 '낙망(희망을 잃음)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는 문장이었다.  폴 포츠도 한때는 큰 절망을 겪었던 사람이다. 왕따를 당하고, 두 번의 교통사고와 종양 수술 그리고 지독한 가난까지 절망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희망의 빛을 쫓았다. 휴대폰 판매원에서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가 되기까지 모든 여정은 '낙망'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실제로 안창호 선생의 유언은 "낙심 마라"였다고 한다. 이 유언을 남기고 선생은 59년 4개월, 환갑을 8개월, 그리고 해방을 7년 5개월 5일 앞둔 시점에 서거했다. (228p) 선생이  죽기 직전까지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는 '희망을 잃지 말라'였던 것이다.


도산의 업적은 크게 신민회 설립,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 한국 유일 독립당 운동, 흥사단 조직, 한국독립당 창당, 대공주의(大公主義)의 정치사상과 철학을 들 수 있다. 한 사람이 해내기에는 벅찰 만큼 크고 많은 일들을 해낸 도산이었다. 그렇다면 인간 안창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최근 별세한 도산의 비서실장 독립운동가 구익균 선생은 "백범 김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도산뿐이었다"고 전했다. 도산 선생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짧지만 잘 말해주는 문구가 책에 소개되어 있다.( 13p-14p)


웅변가였으나 선동가는 아니었다.
기독교인이었나 복음주의는 아니었다.
경륜가였으나 허장성세는 없었다.
무장 투쟁론자였으나 저돌적이지는 않았다.
실력양성론자였으나 대일 타협론자는 아니었다.
고매한 인격주의 자이지만 문약하지는 않았다.
점진론을 부르짖었으나 패배주의자는 아니었다.
정치인이었지만 협잡을 몰랐다.
온화한 성품이었지만 실천력이 강했다.
독립운동가이지만 독선적이지 않았다.
박학다식했지만 교만하지 않았다.
이상촌 건설에 노력했으나 유토피아 주의자는 아니었다.
항일전선에서는 투사였으나 일상적으로는 신사였다.


'양 쪽'을 다 취하는 것, 혹은 '중도'의 길을 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갈수록 깨닫는다. 우리는 자주 '한 똑똑'한다는 사회 지도층의 부도덕함과 무능력에 실망하곤 한다. 부와 명예를 가졌지만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목격한다. 밖에서는 온화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상처를 주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의 실체를 알고 충격을 받기도 한다. 이렇듯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은 그 무엇보다 힘든 일인 듯하다. 그런데, 도산 선생의 인생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진정한 '투사이자 신사'였음을 느낀다. 암울한 시대에 청년들의 참스승이었으며, 자신 스스로의 철학과 사상이 있는 경륜가였고, 항상 거짓과 위선을 배척하고 진실과 성실을 생활화한 고결한 인격자, '신사'였다.  더불어 철저한 행동파였던 도산은 어디서나 능력 있는 사업가의 면모를 발휘하며 경제적인 이윤을 만들어 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교육을 비롯한 민족 구국운동을 공격적으로 해 나간 '투사'였다.


인간 안창호, 특히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의 도산은 어땠을까? 도산이 언더우드학당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오니, 도산의 할아버지가 이미 같은 마을에 사는 서당 훈장의 딸 혜련과 도산의 약혼을 결정해 놓았다. 당시 도산의 나이 18세였고, 이혜련의 나이 13세였다. 도산은 조혼에 뜻이 없었으나 집안 어른들의 뜻을 거부할 수는 없었고, 대신 이혜련에게 신식 교육을 시키자 결심한다. 도산은 이혜련과 여동생 안신호를 서울로 데려와 정신여학교에 입학시켜 신학문을 배우게 한다. 박수를 치게 하는 멋진 생각이다. 안창호의 오직 꿈은 독립이자 민족 부흥이었으므로 가정에 충실한 가장은 못되었지만, 항상 그는 그의 부인을 '혜련'이라고 부르는 로멘티스트이기도 했다. 선생은 누구보다 바쁜 와중에도 항상 부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들을 보면 선생의 부인을 향한 사랑, 그리움, 고마움을 읽을 수 있다. 그에게 부인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다. 


강남 도산공원에 세워진 기념비에 안병욱 교수가 쓴 명문은 도산 선생의 위대한 생애를 짧게나마 느끼게 한다. (14-15p)

도산 안창호(1878~1938)는 일제의 침략에서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하여 60 평생을 구국운동에 바친 위대한 애국자, 한국 민족을 인류의 모범이 되는 최고 민족으로 완성하기 위하여 부단한 자아 혁신과 국민의 품격 향상을 힘쓴 민중 교화의 교육자, 무실역행과 인격 혁명과 대공주의 사상으로 민족의 지표와 역사의 진로를 밝힌 탁월한 사상가. 이상촌 건립과 사회 개혁과 산업 진흥과 교육 건설로 백년대계의 경륜을 보여준 훌륭한 선각자, 진실과 사랑의 실천으로 위대한 인격을 갈고닦아 국민의 사표가 된 뛰어난 지도자, 그는 겨레의 등불이요, 나라의 자랑이다.



우리 민족은 서로 사랑하는 민족이 되자. 서로 사랑하면 살고 싸우면 죽는다.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라고 도산 선생은 강조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꿈꾸는 것을 이루고자 했던 선생의 삶을 읽으며 많이 반성하게 된다. 요즘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를 '3포 세대'라고 부른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저 세 가지로 대표되는 일종의 삶의 부분들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먹고살기도 힘든' 세상이기 때문이다. 옆 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히키코모리', '사토리 세대', '프리터 족'등 젊은 세대의 무기력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반드시 연애하고, 결혼하고, 출산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다양한 선택이다. 하지만 중요한 시사점은 어떤 외부적 요소 때문에, 구조적 문제 때문에 젊은이들이 삶에서 무언가를 '포기'하게 되는 것은 안 된다. 젊은이들이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것은 희망이다. 


청년뿐만 아니라 모두 '낙심'하지 말고 끝까지 희망을 지켜야 한다. 낙심하고 포기한 자와, 희망을 지켜낸 자와의 미래는 달라도 크게 다를 것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을 누군가, 혹은 지나칠 누군가 '낙심'하고 있다면, 안창호 선생의 말을 통해 희망을 다시금 가진다면 좋겠다. (나 또한 힘을 얻었다.)





2. 처음 만나는 금융 공학, 이진재 진경철, 에이콘출판 주식회사, 2015, 208p

경영학을 주전공으로 공부한 나는 금융 수업들을 꽤 들었다. 경영학 내에서도 금융, 재무, 회계, 마케팅, 조직관리, 데이터 관리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어쩌다 보니(?) '금융'이 강의명에 들어간 수업을 꽤 들었다. 사실 수업을 들었어도, 시험을 봤어도, 심지어 좋은 성적을 받았어도 '금융'은 나에게 항상 어려운 분야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금융'은 왠지 모를 방어막이 있는, 그런 단어일 것이다. 게다가 '금융 공학'은 그 벽이 더 높다.  하지만 최근 핀테크가 급부상하면서 여기저기서 '금융 공학'이 들려오곤 했다.


어느 날 신문 경제면을 읽는데 금융 관련 기사가 어렵게 느껴졌다. 수업에서 금융 공학에 대해서 어느 정도 배운 기억이 있고, 재무 수업들도 상당 부분 연관이 되기에 신문 기사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시간이 흘러 까먹는 것이 맞지만 전공으로 공부했다는 사람이 신문기사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마침 서점에 가서 금융/경제 코너를 서성이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바로 구입 해 읽었다. '처음 만나는'이라는 제목처럼, 나와 같이 조금 익숙한 사람뿐만 아니라 정말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항상 헷갈렸던 부분, 잊고 있던 부분, 궁금했던 부분, 몰랐던 부분 등을 퍼즐 맞추듯이 읽어 내려갔다. 물론 아직도 신문의 경제면을 100%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차곡차곡 꾸준히 지식을 쌓아가야겠다.





3. 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Arte, 2015, 411p

작가 정여울은 글을 참 잘 쓰는 작가다. 이 책도 술술 읽어나갔다. 헤르만 헤세는 나도 참 좋아하는 작가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등 중고등 학생 때 많이 읽었다. 그래서 그런지 '헤르만 헤세'하면 그때 그 책들을 읽던 나도 생각이 나서 괜히 뭉클해지곤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헤세는 그런 작가일 것이다. 


자기의 길을 걷는 사람은 누구나 영웅입니다.
<서간집>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다수의 저서가 사랑받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우리가 계속 헤세의 책을 찾는 이유는 아마  그의 책 속의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속에 박히고, 책 속의 인물들에 깊이 공감하고, 위로받고, 응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작품들을 쓸 수 있었던  한 남자의 인생의 궤적을 쫓으며 그의 삶과 작품을 살피고 있다. 작가는 직접 유럽에 가서 헤세가 태어난 곳, 여생을 보낸 곳을 방문한다. 그 장소들이 참 헤세를 닮았다. <싯다르타> 작품 부분은 정신분석학자 융의 이론과 함께 풀어내 상당히 재밌다. 조만간 <싯다르타>를 다시 꺼내봐야겠다.


융은 말했다. 인간은 빛의 형상을 상상함으로써 계몽되는 것이 아니라 어둠을 의식함으로써 계몽된다고. 우리는 늘 탁월하고 훌륭한 것들에 이끌리도록 교육받지만, 추악한 것들, 암흑 속에 있는 것들에도 마음을 돌려야 한다. 인간에게 추악한 본성이 있다는 것, 인간에게 사악한 욕망, 절망적인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의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영혼의 성장은 시작된다. 계몽은 단지 어두운 곳에 밝은 빛을 비추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더 깊고 확실한 계몽은 바로 어둠을 인식함으로써, 어둠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시작된다. (중략)

싯다르타는 자신의 영혼을 할퀴고, 무너뜨리고, 통째로 부정해버리는 아들을 통해 심장이 뽑혀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끼지만 그 고통을 통해 더 큰 사랑의 힘을 느낀다. 아들이 아무리 자신에게 끔찍한 고통을 준다 해도, 이렇게 아들을 사랑할 수 있는 운명에 감사하게 된 것이다. 아들이 없는 아늑한 평화보다 아들이 있는 끔찍한 고통을 택하는 것이 사랑임을 깨닫는다. 자신의 사랑을 절대로 받아주지 않는 존재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받아들인 싯다르타는 더욱 크고, 깊고, 강해진다.  (284-285p)


헤르만 헤세의 그림도, 작품도, 삶 자체도 신기하게 다른 이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깨닫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평온해진다. 



인간을 사랑할 것, 약한 인간도 쓸모가 없는 인간도 사랑할 것,
그리고 그들을 재판하지 말 것.
<서간집>





4. 글 쓰는 여자의 공간, 타니아 슐리, 남기철 옮김, 이봄, 2016, 283p

올해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제목을 보고 홀린 듯이 구입해서 읽었다. 제목만큼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 애거사 크리스티,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시몬 드 보부아르 등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여성 작가들이 글을 쓰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공간'을 통해 그녀들의 글쓰기, 성향, 나아가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 명 한 명 어찌나 매력적이고 대단한지,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그들의 삶이 마치 소설 같기에 작가가 된 것일까, 아니면 작가이기에 소설 같아진 것일까?


내가 쓴 최고의 명작은 바로 내 인생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


모리슨은, 작가에겐 언제, 어떤 조건에서 가장 창의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음악이 있는 공간이 좋은지, 그냥 조용한 환경이 좋은지, 아니면 차라리 떠들썩한 환경이 좋은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모리슨 자신은 전화가 걸려오지 않고 이동할 필요도 없는 공간에서 커다란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길 꿈꾼다. 하지만 아직 그런 파라다이스를 찾진 못했다. 지금 그녀는 시간이 날 때, 주말이나 새벽에 글을 쓴다고 한다. 이제 자기 규율을 지킴으로써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는 벗어났다는 뜻이다.

역시나 그녀답게, 모리슨은 하나의 원고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을 겪는다. 글이 가장 만족스러워질 때까지. (125p)




그러고 보면 '글쓰기'에 있어 사람마다 스타일도, 장소도, 걸리는 시간도 다 다르다. 북적이는 카페 같은 곳에서 글이 잘 써진다는 친구도 있고, 완벽하게 소음이 차단된 혼자만의 공간에서 글이 잘 나온다는 친구가 있다. 나는 장소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 편이다. 글을 쓸 때 머릿속으로 오랜 시간 구상하고, 실제로 '쓰는' 건 앉은자리에서 끝내는 편이다. 구상은 책상 앞뿐만 아니라 이 닦을 때, 버스에서, 거리를 걸으며 계속해 나간다. 그러다 보면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하는 것이다. 성격상 꼼꼼하게 개요를 적어보는 편은 아니다. 반면 실제로 글을 쓰기 전 완벽하게 개요를 작성하고, 본문을 조금씩 써 내려가는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글쓰기는 이렇게 그 사람을 닮았다. 하지만 어떤 스타일을 가졌든, 얼마만큼의 시간이 들어가든, 어디서 쓰든 글을 쓰는 것은 항상 흥미롭고 소중한 행위다. '글'은 인간의 가장 고결하고 중요한 생산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소설가 김훈은 작품의 첫 문장 하나만 수개월 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또 아직도 연필로 원고를 쓰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만큼 글 자체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과정 자체에도 애정과 정성을 담는 작가의 고집 이리라.


아옌데에겐 독특한 의식이 있다. 그녀는 새로운 책의 집필을 늘 1월 8일에 시작한다. 그날은 아옌데가 첫 번째 장편소설 <영혼의 집>을 쓰기 시작한 날짜다. 그녀는 모닝커피를 마시고 나면 완벽하게 옷을 차려입고 화장을 마친 후 서재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촛불을 켜고 어머니에게 편지를 쓴다.

그녀는 새로운 작품의 집필을 시작하면 흡사 수도승 같은 생활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설이 완성될 까지는 극장과 레스토랑을 비롯해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자신의 온갖 욕망을 작품 속에 담겠다는 의지의 발현인 듯하다.  (231p)



슬픔이 밀려오려 하면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쓸 때면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조르주 상드



원래 알고 있었던 작가들도 있고,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들도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독서 리스트가 다시 한 번 가득 채워졌다.



난 한 번도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알려고 해본 적이 없다.
-나탈리 사로트






어느 새 4월도 가고, 푸른 5월이다. 5월에는 또 어떤 책을 만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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