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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rat Jun 06. 2016

2016年 5月, 함께한 책들

<월간 독서기록>


2016년도 절반이 지나간다니, 이젠 시간 가는 속도가 놀랍지도 않다. 언제나 그렇듯이 5월은 활기차고 바쁜 한 달이었다. 반가운 빨간 날들, 서서히 속내를 드러내는 태양이 5월을 채웠다. 이번 달에는 갑자기 눈에 띄어서, 혹은 공부할 필요가 있어서  독서를 했다. 절대적 양은 많지 않지만, 충분히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들이었다.








1. < 인생이란 무엇인가>, 레프 톨스토이, 채수동. 고산 역, 동서문화사, 2004, 1220p

이 두껍고 무거운 책은 오래전부터 책장에 있었는데,  압도적인 제목과 저자가 '톨스토이'라는 왠지 모를 부담감으로 쉽게 시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한 후엔, 미리 열어보지 않음을 후회했다! 말 그대로 이 책은 톨스토이가 '인생'에 대해 논한 책이다. 책에서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대문호 톨스토이가 풀어나가고 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는 톨스토이가 15년에 걸쳐 집대성한 인생의 마지막 저작으로, 그는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칸트, 플라톤, 소크라테스, 쇼펜하우어를 비롯해 공자와 노자, 탈무드, 아랍의 전설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철학적 견해를 모두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과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책의 구성이 1월부터 12월까지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다 읽으려는 부담을 갖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하루에 읽을 분량을 정해 읽어나가면 좋을 것 같다.(나는 지금까지 반 정도인 6월까지 읽었다.)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가 곱씹을수록 깊게 다가온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인생이 무엇인지' 하나의 정답을 얻을 수는 없다. 이 책 또한 그 질문에 대한 톨스토이의 여정을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스스로 그 질문에 각자의 답을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이 그러한 각자의 정답을 찾아가는데 큰 도움을 줄 수는 있다는 것이다. 글을 읽으면서 위로도 받고, 반성도 하고, 다짐도 해보고, 깨닫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쓰는 수고를 해준 톨스토이에게 감사를 느꼈다. (누군가는 이런 책을 써야만 했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책장에 넣어놓을 책이 아니라, 자주 손이 닿는 곳에 두고 마음이 혼란할 때도, 평화로울 때도, 삶이 어려울 때도, 삶이 즐거울 때도 펼쳐 보아야 할 책이다. (+책 앞부분에 수록된 톨스토이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좋은 문장들이 너무나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좋았던 것들을 책을 읽으면서 표시 해 두었다. 두고 두고 곱씹어 볼 예정이다.





2.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문학과 지성사, 2003, 460p

이번 달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어쩌다가 책장에 있는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아마 대한민국의 입시 제도를 거쳤다면 전체가 아니라도 부분적으로는 반드시 읽어봤을 <당신들의 천국>. 이 책이 문득 다시 읽고 싶어 졌다. 다시 읽어도 참 잘 쓴 소설이다. 소설이지만 현실 같고, 현실의 모습이지만 소설인 이야기는 읽는 동안에도, 읽고 난 후에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그리고 지금까지 이 세상은 항상 지배하는 쪽과 지배를 당하는 쪽이 존재해 왔다. 소록도라는 섬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배와 피지배의 양상,  그 속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이 책의 초판은 1976년에 나와 어느 새 조금만 지나면 반세기가 지나지만, 여전히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유효하다.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는 한, 사람은 결코 타인의 입장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지배받는 사람들, 소외당한 사람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을 지배하는 사람들, 소외시키는 사람들, 약자를 밀어내는 사람들은 '자기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멈추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우리가, 혹은 누군가가 만들어가는 세상이 '누구의 천국'인지. 책의 마지막에 부각되는 가치는 자유와 사랑 그리고 믿음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유엔 믿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를 함께 살아가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소록도의 환자들에겐 낙원이 없었다. 환자들에게 낙원이 없는 한 소록도엔 낙원이 없었다. 그들의 이기적인 소문 속에서만 소록도의 천국은 존재하고 있었다. (157p)


"... 그야 물론 제가 그때 섬을 버리지 않을 수 없었던 사정이나, 섬이 끝끝내 원장님을 용납해드릴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만 말한다면 그 나름대로 사정이 분명했던 점은 있었지요. (중략) 그것은 한마디로 원장님과 섬사람들의 길이 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원장님이 아무리 섬사람들을 생각하고 섬을 위해 노고를 바치고 계셨다 해도 원장님은 결국 그 섬사람들과 같은 운명을 사실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원장님께서 꾸미고자 하신 섬사람들의 낙토가 원장님과 섬사람들의 공동의 천국은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장님은 저들의 천국이라 하고 저들은 원장님의 천국이라 말하게 되겠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상욱 과장의 편지 중에서  (379p)


"... 자유로 행하심을 단념하신다면 그럼 이 섬에선 장차 무엇으로 행하고 무엇으로 이룩함이 옳은 길입니까?" (중략) "그야 물론 사랑이어야겠지. 이제 이 섬은 자유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았으니 다시 또 그런 자유로만 행해나갈 수는 없을 게야. 자유라는 건 싸워 뺴앗는 길이 되어 이긴 자와 진 자가 생기게 마련이지만, 사랑은 빼앗음이 아니라 베푸는 길이라서 이긴 자와 진 자가 없이 모두 함께 이기는 길이거든. 하지만 이건 물론 자유로 행해나갈 것도 지레 단념을 한다는 소리는 아니야. 아까도 잠깐 말했지만 이제 이 섬에선 자유보다도 더 소중스러운 사랑으로 행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일 뿐이지."
- 황장로와 조백헌 원장의 대화 중에서 (337p)




3. < 맹자의 철학>, 채인후蔡仁厚(차이 런호우), 천병돈 역, 예문서원, 2000, 220p

이 책과 밑의 4번 책은 맹자에 대해 공부해야 할 일이 있어서 찾아 읽은 책들이다. 개인적으로 맹자는 좋아하는 철학자인데, 그 이유는 그는 인간에 대한 긍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사상을 펼쳐나간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맹자의 인성론을 대표하는 '성선설'은 단순히 인간이 선하다는 팩트가 아닌 '모든 인간이 선할 가능성을 가진다'라는 선언으로, 맹자의 인성론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 정치사상의 기반이 된다. 이 책의 저자 채인후蔡仁厚(차이 런호우)는 1930년 중국 강서성 우도(雩都)에서 태어나 대만 문화대학교 철학과 교수, 동해대학교 철학연구소 소장, 중국 철학회 상무 감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동해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 신유가 제3대의 대표적인 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학자이지만,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이 책은 누구나 맹자의 철학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책이다. 때문에 쉽게, 하지만 가볍지 않게 맹자의 철학을 정확히 공부할 수 있었다.




4. <맹자> - 선한 본성을 향한 특별한 열정, 맹자, 김선희 역, 풀빛, 2006, 240p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 때문에 위의 3번보다 훨씬 설명이 쉽게 되어 있다. 하지만 결코 내용이 가볍지 않고, 저자는 <맹자>의 내용을 기반으로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것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도와준다. <맹자>를 읽는 데 있어서 철학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현대적 시각에서 사회 정치적으로 맹자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교수님의 책이기에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청소년 철학 창고>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 또한 철학 혹은 정치, 사회, 윤리 고전들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지만 성인이 읽어도 전혀 무방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독서에 있어서, 게다가 고전에 있어서 대상 구별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머리가 아파오는 학술적인 저서들보다 더욱 쉽고 정확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5.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7년 동안 50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 카트린 지타(Katrin Zita), 박성원 역, 걷는 나무, 2015, 232p

여름엔 여행이 가고 싶어 진다. 그래서인지 우연인지 지난 몇 년간 여름엔 짧게든 길게든 어디론가 떠났다. 얼마 전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구입한 것은 여름이 다가와서일까? 단순히 '여행'에 대한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을 내세운 점, 혼자 한 여행이란 점,  그리고 특히 저자의 삶의 궤적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공과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다 언론학과 사회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꿔 대학원을 갔다. 그리고는 <오스트리아 연합통신>에서 기자로서의 커리어를 쌓고, 오스트리아 최대 일간지 <크로넨 자이퉁>에서 일하게 된다. 이렇게 누가 봐도 성공한 커리어를 가진 그녀는 사실 일 중독과 관계 단절을 겪고 있었고, 이혼이라는 시련을 만나게 된다. 혼란 속에서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홀로 여행을 떠난다. 단순히 쉬고 즐기는 여행이 아닌, 진정한 나 자신을 찾으려는 여행이었다.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을 뒤로하고 한 걸음 느리게 걸으면서 '진짜 나'를 찾고자 한 것이다. 그 누구와 함께도 아니고,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로지 혼자만의 여행을 마친 그녀는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명확한 목표의식을 정립하고, 심리 코칭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후 십 년 가까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책에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여행을 결심하기까지의 생각과 심리들, 혼자만의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 그 여행을 통해 저자가 배운 것들, 그리고 앞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날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팁을 알차게 담아냈다.



이 책을 읽고 "누군 여행이 가고 싶지 않냐"고, "가고 싶지만 돈이 없는걸", "시간이 없는데"라고 불평한다면 책을 읽은 시간만큼 시간을 낭비했을 뿐이다. 그녀는 '여행'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더 행복한 삶을 위한 나만의 시간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그녀가 심리 코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생각'의 흐름이다. 여행을 하는 이유도, 여행에서 얻는 것도 결국 나의 마음과 생각에 달렸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은 삶의 목표와 행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빡빡하게 세운 일정을 무작정 따라가는 사람도 있고, 아무런 목적과 준비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잠깐씩 우리는 오롯이 '나'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 때 비로소 익숙했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고, 이 여행의 '목적'을 확립하며, 필요 이상의 것들을 버리고, 누구의 도움 없이 해내고자 하는 용기를 가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꼭 해외여행이 아니라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동네를 낯선 버스를 타고 가본다거나, 항상 누군가와 가던 곳을 혼자 거닐어 보는 것, 이 모든 경험이 일상에서의 '혼자하는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
우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우연히 마주치기 위해서, 삶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경험하기 위해서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막스 프리쉬












올해 여름, 무더운 기운이 심상치 않다. 이열치열, 뜨거운 태양에 맞서는 뜨거운 독서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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