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정하기
빛이와 함께 나름 큰 틀에서의 여행루트는 정했다. 이제 제일 중요한 건 바로 '숙소'. 여행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기도 하고, 비용을 가장 많이 아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단 이번 여행의 숙소를 정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위치'다. 차를 렌트하면 약간 외곽으로 나가더라도 가격 대비 좀 더 좋은 방을 구할 수 있겠지만, 이번엔 빛이가 좋아하는 '대중교통'만 이용하기로 했기에 숙소는 최대한 도심을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차량 렌트비용으로 아이의 체력과 시간절약에 투자한다는 마음이다.
"빛이야, 이제 우리 여행 가면 잘 곳이 필요하잖아? 숙소를 정해야 하는데 넌 어떤 데가 좋아? 집처럼 주방이랑 세탁기 다 있는 곳도 있고, 방은 좀 작은데 깨끗한 호텔도 있고, 아니면 현지 외국인 가족이 사는 집에 방만 하나 빌려서 며칠간 같이 살 수도 있어. 어디로 갈까?"
이어지는 빛이의 대답이 내 질문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잠은 아무데서나 자도 상관없어. 그냥 제일 싼 데. 난 그것보다 뭐 타는 게 좋아. 돈 아껴서 케이블카나 놀이기구 같은 거 탈래."
유전인가. 내 딸인 게 확실하다. 이런 선택은 처음일 텐데 그 대답에 기가 차서 웃음만 나온다. 만 7세의 작은 아이에게도 이렇게 나름 '기회비용'이라는 경제관념이 생기나 보다.
부킹닷컴, 아고다, 에어비앤비, 트립닷컴 등의 숙박 어플을 깔고 며칠간 우리가 갈 지역의 숙소를 비교하며 지켜봤다.
다운타운에 자리잡은 숙소들은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았으나, 비수기인 만큼 할인상품들이 종종 뜨기도 했다. 게다가, '동반 아동 1인 무료'로 올라오는 초특가 호텔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빛이야, 이거 봐 봐! 우리가 머물 숙소인데 맘에 들어?"
"어."
난 아주 좋은 위치에 특가로 나온 방을 빛이에게 보여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역시나 빛이에겐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다. 빛이가 보는 자리에서 세 지역의 숙소를 굉장히 만족스런 가격에 예약했다.
그렇게 다섯 밤을 제외한 11박의 숙소가 모두 정해졌다. 나머지는 현지에 가서 정할 예정이다.
"빛이야, 이제 잘 곳도 거의 다 정해졌으니까 거기 가면 우리 탈 수 있는 건 다 타보자!"
지하철, 버스부터 수상비행기, 아쿠아버스, 곤돌라, 대관람차까지 빛이와 탈 수 있는 건 다 찾았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자연스레 '타면서 즐기는 여행'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