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 세우기
"아빠, 우리 밴쿠버 가면 뭐 할 거야?"
"너 하고 싶은 거."
빛이가 설레는 목소리로 묻는다. 비행기 티켓을 끊을 때만 해도 엄청 멀리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던 여행이 이제 진짜 눈앞에 다가온 기분이다(글 쓰는 현재 여행 4일 전).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아이의 마음도 기대와 떨림으로 차오르는 게 보인다. 난 전에 빛이와 서점에서 사 온 '캐나다 서부' 책을 들이밀며 말했다.
"이 책 보면서 우리 어디 갈지 한번 정해볼까? 맘에 드는 곳 있으면 다 얘기해."
그렇게 둘이 책상에 나란히 앉아 책장을 한 장씩 넘겼다. 빛이에게 맘껏 골라보라 하고는 책을 펼치기가 무섭게 내가 먼저 손가락을 뻗었다.
"빛이야, 아빤 어느 도시를 가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걸 좋아하거든? 그래서 '밴쿠버 룩아웃' 여긴 꼭 가봐야겠어. 그리고 여기는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서관이라고 하거든? 여기도 한번 가보자. 아빤 딱 이거 두 군데만 가면 돼. 나머지는 네가 다 정해."
다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 빛이의 눈이 커진다.
"어! 나 여기 알아. 이거 볼래!"
그리고는 얼마 전 엄마와 중고서점에서 산 책을 들고 온다. 요즘 푹 빠져 있는 책이다.
빛이는 단번에 '개스타운 증기시계'가 있는 페이지를 펼쳐 내게 보여준다.
"어! 나 이것도 탈래!"
이번엔 '아쿠아버스'다. '밴쿠버에서 보물찾기' 책을 어찌나 많이 봤던지 바로바로 찾아내는 게 놀랍다.
"우와아. 이거 진짜 예쁘다아~ 여기도 가자!"
빛이가 '퀸 엘리자베스 공원'의 알록달록한 분수 사진에 반했다. 머리가 많이 큰 것 같으면서도 이럴 땐 참 아이답다. 그런 아이에게 '거기 실제로 가면 사진이랑은 좀 다를 수도 있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어떤 곳에 갔을 때 기대 이상인지, 이하인지 느껴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니까.
"아빠! 이거 타자! 타도 돼?"
이번엔 곤돌라 사진을 보며 신났다.
"빛이 너 이거 타려면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차 타고 가야 하는데 괜찮아?"
"어! 탈래!"
그렇게 빛이가 손가락으로 찍으면 찍는 대로 우리의 계획이 된다. 여행 일정이 이렇게 쉽게 정해질 줄이야.
계획 짜기.. 참 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