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8일
‘월요일 아침부터 웬일이지?’
평소 연락이 잘 없는 H의 전화여서인지
갑작스런 벨소리가 더 애타게 들린다.
H는 이번 비전트립에서 합창지도를 맡았다.
현지교회 예배시간에 우리 팀이 특송을 하기로 했는데
곡 선정과정에서 마음이 어렵다고 한다.
마음에 꽂힌 곡이 있어 이미 연습에 들어갔고,
튀르키예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경험을 살려
후렴가사까지 튀르키예어로 번역해둔 상태다.
번역한 가사가 어색하지 않은지 알아보기 위해
현지교회에 연락해 확인을 부탁드렸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번역한 가사가 현지인들 눈엔 어색하다는 평가와 함께
H가 선택한 찬송가도 현지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곡이라
웬만하면 다른 곡으로 바꿔달라고 요청받은 것이다.
한 번 꽂히면 해야 하는 H의 성격에
마음이 어려웠을 법하다.
그럼에도 H에게 주신 몫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면 그대로 밀고가도 좋고,
기도하면서 다른 마음을 주시면 새 곡으로 바꿔도 좋아.
어떤 선택을 하든지 전적으로 너에게 맡길게.
그리고 우린 네가 결정한대로 따라갈 거야.”
그렇게 믿고 맡기니,
내 마음도 편하다.
“많은 고민 끝에… 위 찬양으로 선정했어요!”
며칠 후, H가 카톡으로 악보파일을 보내며
곡을 변경했다고 한다.
“진짜? 나 테너파트 연습 다 했는데….”
난 처음 선택했던 곡의 파트연습을 다 끝냈을 만큼
H가 당연히 곡을 바꾸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게 H니까.
‘H 입장에선 참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다시 기도하고, 다시 고민하며,
꽂혔던 마음을 뽑아내느라 애썼을 모습이 훤하다.
주시는 마음에 순종하는 그 모습이 참 감사하다.
그리고 그 순종이
내게도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