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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기 Jan 24. 2024

불쏘시개

8월 27일

‘지친다’


올해 들어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누군가에겐 인생의 가장 소중한 기억이 될지도 모르는

이 여행 하나만 바라보며 연초부터 열심히 달려왔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지치는 줄도 몰랐다.

지칠 틈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여기에 ‘내가 지쳐서는 안 된다’는 강박 한 스푼 추가.


청년부 예배 시간,


비전트립 선배인 I의 간증이 이어지는 동안

공황이 찾아온 J가 쓰러졌다.


J의 상태에 대해선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쓰러진 사건 자체가 무딘 내 가슴을 울리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 손에 있구나!’


힘이 빠진다.

힘이 빠지는 그 순간에,

힘이 그간 너무 들어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힘을 빼고 맡겨야할 때인가 보다.



     

예배 후,


비전트립 모임 중인 청년들을 본다.

늦게까지 남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인 청년들을 보며

불길이 조금 옮겨 붙었음을 느낀다.


밤에 자리에 누웠다.

‘난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내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불쏘시개.


왠지 모르게 이 단어가 떠오른다.

장작에 불을 붙이기 위해 

먼저 태우는 종이나 지푸라기 따위.


요즘엔 토치가 있어 비교적 쉽게 불을 붙이지만,

신문지에 불을 붙여 장작 아래에 넣고 

부채로 살살 부치는 그 감성을 따라올 수 있을까.


어쨌든 난 장작에 불을 붙이기만 하면 된다.

온몸을 다 태워서라도 불이 옮겨 붙을 때까지만

꺼지지 않고 버티면 된다. 


놀랍게도 내 힘이 빠지기 시작한 지금,

조금씩 불씨가 옮겨가는 느낌이다.


이 느낌을 기억하기 위해 

오늘도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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