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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기 Aug 26. 2022

걸어서 1분, 이게 국경이라고?

인도-네팔의 국경에서

십여 년 전 중국을 여행하며  

압록강 너머로 북한 땅을 바라본 적이 있다.


‘저 작은 다리 하나 건너면 북한이라고?’


그러고 보니 지금 서 있는 이 자리,  

참 멀리도 돌아왔다.  

언제쯤이면 육로로 이 자리에 올 수 있을까.


***


네팔에서 인도로 넘어가는 길.

어젯밤 국경에서 2~3km 정도 떨어진

네팔 측 국경 마을에 도착해 하루를 쉬었다.


아침 일찍 국경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승용차 한 대가 옆에 와서 멈춘다.


“땍시?”  

“국경 가는데 얼마예요?”

“400루피(4,000원).”  


와…!

우리가 지금 네팔에서 한 달이나 지냈는데

누굴 바보로 아나.


“걸어갈게요.”

“300루피!”

“No.”

“250루피!”


좀 더 기다리면 더 내려갈 것 같았지만  

처음에 하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서 패스.  


택시가 떠나기 무섭게 이번엔

‘릭샤’라 불리는 자전거 택시가 옆으로 다가온다.


“헤이, 쁘렌드~ 어디가?”

“국경까지 얼만데?”

“400루피”

“잘 가.”


잠시 후 다른 택시가 도착했다.  

이번엔 흥정을 해야겠다.


“국경, 얼마예요?”

“50루피(500원).”


‘흥정이 필요가 없네?’  


가끔 이렇게 처음부터 정직하게 나오는 친구  

내릴 때 오히려 팁을 더 주고 내린다.  

서로 기분 좋게 인사하고 내려 보니  

옆에 조그마한 이층건물이 보인다.  

출입국 사무소란다.  

들어가자마자 여권에 도장하나 찍고 나왔다.  


좁은 길 양쪽으로 각 나라 국경이 한눈에 보인다.  

두 나라 국민들 사이에는 특별한 절차 없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것 같았다.  

네팔 측 게이트를 통과했다.  


‘우와.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눈앞에 보이는 인도 측 국경까지는 불과 1분.  

살면서 이렇게 걸어서 국경을 넘을 일이

몇 번이나 될까.  

난생처음 나라와 나라 사이를 걸어서 통과하는  

그 1분의 시간은 뭔가 굉장히 특별했다.  

기분이 참 묘하다.  


압록강 너머로 그 땅을 바라보던  

그날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언젠간 우리도 걸어서 국경을 넘을 수 있겠지.





564일간 67개국 공감여행에세이

<어디가 제일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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