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항이 아닌가벼~
뛰어야 할 때와 여유를 부릴 때
“왜 우리 비행기가 없지?”
바르셀로나 공항에 왔는데
우리가 탈 비행기가 없다!
화면에 뜬 목록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라바트 행은 보이지 않는다.
인포메이션센터에 가서 물었다.
“여기서 100km 정도 떨어진
히로나 공항으로 가셔야 합니다.”
“뭐? 여기가 아니라고?”
저가항공의 경우,
그 도시의 메인공항과는 조금 떨어진
다른 공항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린 그 사실을 간과했다.
지금 여긴 바르셀로나의 메인공항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포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인천공항에 와버린 셈.
“그럼 히로나 공항까진 어떻게 가죠?”
“택시를 타거나, 아니면 전철을 타고
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타야해요.”
돌아서서 아내에게 물었다.
“우리 비행기 티켓 한 사람당 얼마에 끊었지?”
“한 삼만 원?”
“그럼 여기서 택시타면 공항까지 얼마 나올까?”
“최소 몇 십만 원 나올걸?”
배보다 배꼽이 커지겠다.
“뭐 해? 뛰자!”
손잡고 전철역을 향해 힘차게 달렸다.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
타든 못타든 간당간당하겠다.
***
고등학교 등교 시간.
“어이, 거기 마지막에 탄 학생 내려!”
아침마다 버스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끝까지 밀고 들어가다가
앞문이 닫힐 때 끼는 일이 허다했다.
올 때부터 이미 가득 찬 버스는
정류소를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버스를 놓치다 보면…
또 지각이다!
처음엔 버스 안에서 늦을까봐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그것도 매일 하다 보니,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몸이 깨닫고 있었다.
‘맘 편하게 힘 좀 아껴뒀다가 내리면 달리자!’
머리로 알아도 말처럼 쉽진 않지만,
어차피 버스 안에서 열심히 뛰어봤자 결과는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집중해야 할 때와, 걱정이 필요 없을 때를
구분짓는 훈련의 시간은… 꽤 길었다.
***
“헉… 헉…
이제 이 버스만 타면 공항으로 가는 건가?”
시간은 빠듯했지만 공항버스에 올라탄
우리의 마음은 의외로 상당히 여유로웠다.
버스는 목적지인 공항을 향해 신나게 달렸다.
이제 내릴 때까진 어차피 내 손을 떠난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버스기사님께 맡겨야 할 일이 있다.
뛰어야 할 때와,
여유를 부릴 때가 있다.
“오! 버스에 와이파이 터지네?
지금 상황이나 SNS에 잘 남겨볼까?”
564일간 67개국 공감여행에세이
<어디가 제일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