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전화

광고가 주는 교훈 2

by 윤슬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기기변경센터에서 연락드렸습니다. 저희 통신사 오래 이용하시라고…”

“아닙니다. 죄송해요.”


광고전화라 전화하신 분을 배려한다는 명목 하에 빠르게 거절하고 끊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빛이가 묻는다.


“아빠는 왜 사람이 말하고 있는데 중간에 먼저 끊어?”


이런. 수화기 너머로 소리가 다 들렸나 보다. 순간 난감했지만, 그냥 잘못 걸려온 전화라 둘러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빛이의 질문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난 평소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잘 듣고 있나?’




육아를 핑계삼자면,


빛이와 물감놀이를 하다가, 잠들었던 둘째의 울음소리에 방으로 달려간다. 얼른 안고 달래며 이유식을 준비하는데 구수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응가다. 얼른 엉덩이를 씻기고 기저귀를 처리하는 사이, 어디론가 빠르게 기어간 둘째는 느새 쓰레기통을 뒤고 있다. 똥 기저귀를 화장실에 그대로 두고 다시 달린다. 입으로 들어가는 쓰레기는 겨우 막았으나, 다른 한쪽에서 쏟아지는 빛이의 물감통은 막지 못했다. 걸레를 향해 또 달려보지만, 걸레를 가지고 돌아와 마주한 장면에 눈을 감는다. 자매는 엎어진 구정물 사이에서 이미 신나게 뒹굴며 하나가 돼 있다...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의 주요 원인은 '육아'가 아닐까. 열심히 청소를 해도 한순간에 난장판이 된다. 뭐 하나 제대로 마무리되는 일도 없다. 뭐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밥 하고, 빨래 돌리고, 씻기고...'


머릿속은 항상 '다음'을 생각하고 있다. 다음 터질 사고를 대비하는 마음은 늘 급하고,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뇌 한편에서는 '다음 해야 할 일'에 대한 프로세스가 돌아가고 있다.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결론은 이거라는 거지?"


가끔 아이의 말을 자르는 내 모습에 스스로 놀란다.


진짜 중요한 게 뭘까.


조금 어질러져도, 아이를 조금 덜 씻겨도, 일상에서 사고가 좀 터져도 괜찮다. 지금 필요한 건, 점점 여유를 잃어가는 귀를 살릴 심폐소생술이다. 그렇다고 광고전화까지 받을 생각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머물러야겠다.




핑계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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