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자는 건가?
오늘도 습관적으로 배꼽을 향해 가는 빛이의 손이 눈에 거슬린다. 못 본 척하고 싶지만 이미 잔소리 발사.
“빛이야, 배꼽 파지 마.”
"배꼽 아니야!"
그저 '네' 대답하고 멈춰주면 좋으련만. 내가 본 건 분명 배꼽인데, 배꼽이 아니라는 듯 꼭 그 주변을 더 긁거나 만진다. 모기에 물렸을 때도 그렇다.
“긁지 마! 모기 물린 데 긁으면 더 가려워져.”
"그 옆에만 긁는 거야아!"
적반하장이다. 모기 물린 작은 팔뚝에 컵받침만한 붉은 태양이 벌겋게 타오른다. 보기만 해도 뜨겁다. 게다가 땡땡 부어 곧 터질 것 같다. 팔뚝에 있던 손이 이번엔 눈으로 이동한다.
“눈 만지지 마! 자꾸 더러운 손으로 만지면 눈병 걸려!”
"그럼 손 씻고는? 만져도 돼?"
약이 오른다. 빛이 팔뚝에 타오른 태양의 열기가 내 머리로 전해지는 것 같다. 빛이의 손이 또 움직인다. 그 손은 왜 꼭 내가 원치 않는 곳으로만 가는지 모르겠다.
"빛이야! 발톱 만지지 마!"
발톱 사이를 파던 빛이는 발가락, 발등, 발바닥을 차례로 만지며 해맑게 묻는다.
“그럼 여기는? 발가락은 만져도 돼? 여기는?”
이 정도면 아빠랑 싸우자는 거지?
아이들 재울 준비를 마치고 집 앞 헬스장으로 달려가 러닝머신 위를 또 달린다.
10.0km/h.
한 시간에 10km를 달리는 속도다. 30분이면 딱 5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처음엔 5분만 뛰어도 숨이 찼다. 매일 조금씩 시간과 거리를 늘렸다. 10분, 15분, 20분.. 결국 30분을 달려 5km를 채웠다. 늘린다고 느는 것도 신기하다.
이번엔 속도를 올려본다. 10.5km/h. 30분을 달렸을 때 겨우 250m 더 가는 속도다. 그런데 또 5분 만에 숨이 차다. 다시 처음부터 시간을 점차 늘린다.
10.5km/h의 속도가 익숙해질 즈음, 또 속도를 올리고, 시간을 늘리고, 이를 반복한 결과 지금은 12.0km/h의 속도로 5km를 25분에 뛴다.
그렇게 노력해서 겨우 5분 단축했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달려본 사람은 안다. 1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한계를 조금씩 뛰어넘는 쾌감 역시 달리는 자가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어쩌면 빛이도 어디까지가 진짜 안 되는 범위인지, 어디까지가 혼나지 않는 경계선인지, 자기 나름의 한계를 찾아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저 딴지를 걸거나 부모와 싸우려고 심기를 건드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뻗어나가기 위해 계속 두드리며 스스로와 싸우고 있을 뿐.
그렇게 생각하려고. 안 그러면 뚜껑이 열릴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