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더니

부모를 닮아가는 아이

by 윤슬기

"빛이야, 그건 아빠가 주울 테니까 가서 놀아."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빛이는 꼭 다른 친구들이 바닥에 흘리고 간 젤리, 과자 부스러기, 아이스크림 막대, 비닐 등을 주워 온다. 좋은 일을 하는 거니까 뭐라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제발 바닥에 눌어붙은 '마이쮸'만은 안 뜯었으면 좋겠다.


실내놀이터에 데려가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이번엔 바닥에 굴러다니는 작은 먼지 뭉치들을 꼼지락꼼지락 줍고 있다.

"빛이야, 만지지 말고 가서 놀아."

"왜? 아빠도 맨날 쓰레기랑 먼지 줍짜나아."


순간 깨닫는다.


'내가 그랬구나!'


여러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기도 하고, 혹여나 영아들이 주워 먹을까 싶어 습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쓰레기나 먼지를 줍곤 했는데, 빛이가 그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거였다.


"아빠, 쉬 마려. 급해!"


이 영악한 다섯 살 아이는 빠르게 화제를 돌려 더이상의 잔소리를 끊어낸다. 입을 닫고 얼른 화장실로 함께 달렸다. 볼일을 마친 빛이는 휴지를 한 장 떼어 변기 뚜껑을 내리고 물내림버튼을 누른다.


"빛이야, 그 휴지 한 장은 왜 뗀 거야?"

"몰라. 엄마가 그렇게 하던데?"




빛이가 동생 하늘이를 부르는 모습에 기겁한 적이 있다.


"이눔식~ 이눔시익~~"


하늘이가 집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칠 때마다 내가 "이놈시키" 하며 나지막이 중얼대는 걸 들었나 보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더니. 별 걸 다 보고 자라네. 등에다 모자이크 처리라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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