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닮았는지

이런 것도 유전인가

by 윤슬기

"나 혼자 갈 거야!"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빛이는 평소에 나와 잘 잡고 가던 손을 뿌리친다. 내가 위험하다며 아무리 잡으려 해도 절대 손을 잡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잡을까 봐 아예 뒷짐을 지고 간다.


'으이그, 저놈의 고집.'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릴 때도 잡고 있던 손을 잽싸게 '쏙' 빼면서 혼자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저런 독립성은 누굴 닮은 건지, 가르쳐주지도 않는데 어디서 배우는 건지.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여수로 여행을 떠났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간다고 안 새랴. 거기서도 빛이는 어김없이 뒷짐을 지고 혼자 횡단보도를 건넌다. 하지만 이번엔 신호등이 없는 곳이라 내가 억지로 손을 붙들고 건넜다.


"끄아아아아앙~~"


방금 전까지 아무렇지 않게 잘 놀고 있던 빛이가 순간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 갑작스런 폭발에 의아해하실 어머니께 뭔가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았다.


“얘는 이상하게 꼭 횡단보도에서 저렇게 손을 안 잡으려고 해요. 고집이 있어가지고..”


어머니는 내게 답변하는 대신, 빛이에게 조용히 다가가 말씀하셨다.


“야, 니네 아빠는 지하철 탈 때 손 잡아주면 열차에 아주 드러누웠어. 횡단보도 건널 때 손이라도 잡으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손 놓고 다시 건너와야 했는데 빛이 넌 아주 양반이다야.”




'하아.. 이런. 내 피였네.'




자식은 늘 나를 돌아보게 하는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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