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치
아이들과 밥 먹기 전에 기도를 한다. 식사기도가 끝나기 무섭게 빛이가 하늘이를 잡는다.
“하늘이 너! 이렇게 눈 뜨고 기도하더라?”
아직 돌도 안 지난 하늘이가 알아들을 리 없다. 자신에게 갑자기 화내는 언니를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다. 그 모습이 우스워 나도 빛이에게 물었다.
“빛이야, 넌 그걸 어떻게 봤어? 눈 뜨고 봤구나!"
“아니! 난 눈 감고 봤어!”
그 모습이 어찌나 당당하던지. ‘거짓말 아냐?’라는 말이 올라오다 다시 목구멍으로 쏙 들어간다.
나도 눈을 감고 있었으니 눈을 감고도 봤다는 빛이 말을 믿을 수밖에.
우린 누가 결혼을 한다고 하면 묻는다.
"결혼할 사람이 몇 살이야?"
"뭐 하는 사람이야?"
"어디 출신인데?"
다 눈에 보이는 겉핥기만 하고 있다.
"그 사람 성품이 어때?"
"따뜻한 사람이야?"
"유머감각은 좀 있어?"
이런 걸 묻는 경우는 별로 못 봤다.
음악을 듣다가 눈을 감으면, 안 들리던 가사가 들려온다. 그저 흘러가던 네 박자의 비트 위에 노래의 의미가 실린다.
연봉, 순위, 자산, 성적 등 모든 것이 눈에 보이는 '숫자'로 판단되는 세상에서도 그렇다. 잠시 눈을 감아야 바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 삶의 의미가 부여된다.
사랑받고 있다는 안정감, 함께 보내는 행복한 시간, 서로를 향한 따스한 배려, 여행이나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여유,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공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자존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이 고귀한 가치들을 어찌 눈에 보이는 숫자 따위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 눈을 뜨는 것보다, 눈을 감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볼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숫자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