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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Mar 27. 2019

준비가 반이다.

벽체 만들기 2일차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첫 출발이 가지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겠죠. 만물을 통할 것 같은 이 문장은 집짓기에는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내 손으로 집을 짓지 않더라도, 막연히 집을 짓고자 하는 마음만으로는 내 집짓기가 내 생에 가장 힘든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건축주들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많은 준비 과정을 여유롭게 가지시길 바랍니다. 



나른한 오후 현장엔 손님들이 넘친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이유는, 벽체가 하나 둘 만들어 지고 있는 지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제게 묻습니다. 건축비는 얼마나 드는지, 나무로 짓게 되면 무엇이 좋은지 등등. 심지어는 현장에서 제가 일하는 것을 보고 제게 맡기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한사코 그건 안될것 같다 하시면 제 번호를 가져가실 때 까지 수 시간을 제 옆에 따라다니시면서 호감을 사려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일할때 집중하기 어려워 말을 안걸어 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제법 이제 슬슬 뽐새가 나는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그분들과 같을 수 있는 여러분들은 반드시 집짓기는 준비가 반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경험이 없는 제가 드리기엔 무언가 부족한 말입니다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것들이 대부분 준비가 부족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개인적인 판단으로 무마하기엔 무리가 있는 문제들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때 만약 제 옆에 계신 분들이 건축주라면 과연 저는 솔직하고 담백하게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는게 더 좋을지 말씀드릴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제 편한대로 작업을 하고자 할까요. 그럴때 정보가 없는 건축주라면 과연 무슨 후폭풍을 맞이하게 될까요.




목조주택은 정말 준비가 반이 넘는다.



 경량목구조는 구조목들을 일렬로 배열해 나가며 벽체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벽체들을 차후에 도면 대로 조립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보는 건축도면으로 목조주택을 만들라고 하면 꽤나 어려움이 있습니다. 반드시 별도의 구조모형과 부가적인 도면들이 필요합니다. 벽체들에 기호나 번호를 매기고 조립순서 별로 현장이나 공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작업됩니다. 이때 스터드(Stud)라 불리는 배열되는 구조목들의 간격과 구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작업이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벽체 모델링 중 일부. 각 부분의 치수와 벽체의 명칭들이 보인다.



 이제 벽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기초와 토대를 만지는데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서 부지런히 힘을 내고자 합니다. 대구의 명물 북성로 공구골목에서 발품을 팔아 원하는 제품을 싸게 업어왔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원형톱보다 더욱 깔끔하고 정확하게 나무를 자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터드와 헤더들을 준비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갑니다. 벽체 하나 하나의 도면을 뽑아왔습니다. 필요한 치수들을 모두 표기해서 레이아웃 후에 각 위치에 맞게 못질해주면 점점 선에서 면으로 공간이 확장되어 갑니다.




늠름하구만. 고장만 나지 말아주렴.



 그렇게 벽체들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작업이 단순하지만 굉장히 새로워 재미를 붙이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공정 속도 또한 예상보다는 잘 나가서 다행입니다. 오늘 일정을 조금 일찍 마치고 시내로 나가보니 많은 꽃들이 만연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바람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 정취에 함께하지는 못해 못내 아쉽습니다. 하지만 저의 집도 피어나는 꽃망울 마냥 살포시 싹을 틔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벽체 레이아웃과 합판이 물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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