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대 공사 2일 차 : 계속되는 궁금증
오후부터 비 소식이 있었습니다. 동네 날씨가 우중충하고 소나기가 가끔씩 마른땅을 적셔서 일하기가 싫습니다. 동네 아저씨들도 마찬가지인 양 모두 제 현장에 모여 수다를 떨고 가셨습니다. 처음 뵌 분들도 많았지만 굉장히 오래된 사이처럼 느껴지는 정감 가는 대화들을 뒤로하고 기분 좋게 퇴근하는 길입니다. 토대를 꽤 올려놓고 왔습니다.
기존 북미식 목조주택과 국내에서 사용되는 목조주택의 공법들은 다릅니다. 기후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가장 크게 다른 이유는 바로 온돌문화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시공되는 목조주택들의 공법들은 시공자마다 방법과 해석이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가장 이야기가 많이 되는 것이 바로 이 토대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초와 주택을 고정시키는 앵커 볼트에서부터 의견들이 갈립니다. 비교적 오래된 시공자들은 앵커볼트를 외벽에만 시공하여도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은 전단벽에 설치하여야 한다고, 어디 기준에는 모든 벽에 설치하라고 되어있습니다. 외벽은 L앙카를 사용하고, 내벽은 펀치 앙카나 케미컬 앙카를 사용합니다. 물론 손이 많이 갈 수 있다면 내벽에도 L앙카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 앙카를 효율적으로 설치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들이 미국의 S사에서 나와있습니다.
두 번째 오해는 바로 씰 실러입니다. 방부목과 기초 사이에 들어가는 얇은 스티로폼 같은 제품으로 롤로 말려서 나옵니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를 대부분의 업자나 판매자들이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씰 실러를 검색하여 보면 1. 습기차단 2. 단열효과의 역할을 한다고 되어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여러 자료들을 보면 명확해지는 사실이 있습니다. 애초에 씰 실러는 Crawl Space(벽식 줄기초)에서 그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슬라브가 없는 열린 줄기초는 바닥을 나무로 만들고 그 아래에 콘크리트 기초 벽 내부 공간이 존재하게 됩니다. 습기나 찬 공기 등이 그 공간 안에 들어오게 되면 바닥 목재와 단열재가 썩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그 공간을 막기 위해서 개발된 것입니다. 씰 실러의 상위 제품의 이름은 바로 Gasket입니다. 말 그대로 공기를 가둔다는 것이죠. 하지만 국내의 목조주택은 콘크리트에 어찌어찌해도 바닥이 있습니다. 온돌을 할 때 쓰는 몰탈은 자체적으로 기밀함을 가지는 재료이고 그 하부에 단열재도 까는 것이 기본인데, 과연 씰 실러가 필요할까요?
그리고 방부목의 두께나 단수에 대해서도 참 말이 많습니다. 두꺼운 게 좋은 것이다라는 의견이 있고, 한단이면 충분하고 두꺼워져도 아무 효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건물 전체의 단열선이 끊기지 않게 바닥 단열과 방통의 두께를 고려한 토대 설계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어쨌건 제가 짓는 집의 궁극적인 목적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이기 때문에 씰 실러와 방부목 2단 그리고 수평 토대까지 매우 두껍게 깔고 있습니다. 방통 마감까지 고려하여 바닥 단열재에도 신경을 쓸 예정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용되는 자재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성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씩 배워가며 하나의 집, 나아가 공간이 생활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게 되는 원리들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먹줄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나무들이 밑바탕을 알차게 그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한 가지 또 신기한 점은 방부목이 구조목보다 사이즈가 큽니다. 그리고 그 범위도 제각각 달라 면 맞추기가 생각보다 힘이 듭니다. 목조주택은 피트-인치 단위를 사용함과 동시에 중심선이 기준이 아니라 끝선이 기준이기 때문에 바깥쪽 면을 맞추어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목공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토대가 하나씩 제작되고 외벽을 그리고, 내벽을 그리며, 한단이 추가되어 나름의 공간감을 가지는 과정을 겪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경험입니다. 마치 무에서 유로 공간이 창조되는 과정의 시작점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요. 작업 도중에 계속해서 이 공간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바쁩니다. 동네 어르신들도 이제 집의 구성에 대해서 이제는 말로 안 하시고 발걸음으로 하십니다. 현장 경험은 새로운 건축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