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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Mar 19. 2019

나무야, 반갑다.

공사 1달째 : 레이아웃과 토대 공사.


 경량 목구조는 [구조목]이라는 나무를 사용합니다. 구조목은 북미산 침엽수중 Spruce(가문비나무), Pine(소나무), Fir(전나무)가 주로 쓰이는데 비슷한 성질과 강도로 이루어진 목재들을 구분 없이 S.P.F 구조재라 부릅니다. 대부분 수입산을 사용합니다. 구조목은 인공건조를 통해 함수율 19% 미만이 되어야 하고 단단하면서 가볍고 일반 목재에 비해 변형이 적게 발생합니다. 그리고 구조목에는 등급이 있습니다. 옹이나 피죽, 대패 여부 등에 따라 구분됩니다. 등급에 따른 강도 차이보다는 구조/인테리어 용도로 구분되어 보기 좋은 것들이 높은 등급을 받게 됩니다.


  삐걱거림이 있었던 오수관 연결과 맨홀 설치를 마무리하는 도중에 나무를 받았습니다. 현장이 좁고 일정이 어떻게 문제가 될지 몰라서 1층에 필요한 자재만을 들여왔습니다. 구조목 약 140개와 방부목 10개, 그리고 합판 등을 받았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목재 가격은 낮습니다. 

 


나는 JAS 또는 PRIME 등급의 상위 목재만을 가져왔다. 초록색 칠된 나무는 방부목이다.




 목재를 현장 한쪽에 용도별로 분류하여 놓고 다음날 설비 공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기초 위에 무언가를 올릴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목조주택에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못질, 두 번째는 기밀함입니다. 목조주택은 못조주택이라고 불릴 만큼 못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그 못질은 내가 보기에 튼튼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정해진 기준들이 있습니다. 국내에도 [KDS 41 90 33 : 2018 소규모건축기준목구조]에 각종 지침들이 나와있습니다. 반드시 준수하여야 합니다. 기밀함은 물과 공기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한국패시브하우스협회 홈페이지 자료실에 [건물은 왜 기밀해야 할까?]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초 단계에서는 기초를 외부의 요소들로부터 보호하여 단열과 구조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들을 할 수가 있습니다. 우선 저는 단열재와 기초면 사이를 외부용 기밀테이프로 처리하였습니다. 보기에도 깔끔하고 차후 토대 공사에 들어가는 씰 실러와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3M에서 100mm 폭으로 나온 제품이다. 


 

 학수고대하던, 레이아웃 작업을 시작합니다. 건축을 배우고 나서 수년간 그림으로만 존재하는 도면들을 그려왔습니다. 이제 실재하는 기초 위에 제가 그린 도면을 1:1 스케일로 그려나갑니다. 레이아웃 작업에서 그리는 것은 매우 쉬운 작업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컴퓨터처럼 정밀하지 못하기 때문에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작업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직각입니다. 직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3D 레이저 레벨기, 직각자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이저는 수광기가 없으면 낮에 확인하기 어렵고 복잡하며 직각자는 오차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출처 : Nova Escola



 목조주택 레이아웃 작업에서 가장 많이 하는 직각 확인법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한 방법입니다. 거푸집 또는 기초의 직각을 확인할 때에도 사용합니다. 모재 각 변의 길이를 3ft/4ft 또는 6ft/8ft로 표시한 뒤에 그 표시점 간의 길이가 5ft 또는 10ft가 나오면 직각입니다. 이 정리가 위대한 이유를 실생활에 사용되는 것을 보고 깨닫습니다.



레이아웃을 한 모습이다. 도면과 맞는지,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여러 번 확인해야 한다.

 

 

 분가루를 먹인 실을 튕길 때마다 그려지는 선들로 공간들이 눈에 들어오고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재차 레이아웃을 확인하면 이제 토대 공사를 해야 합니다. 토대는 수분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방부목을 사용합니다. H3 등급을 사용하였으며 국내에 H1과 H2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H3등급 방부목은 나무 중심에 방부처리가 되어있지 않으므로 절단면에는 오일스테인으로 방부처리를 추가로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앵커볼트가 들어갈 구멍을 오거 비트를 이용해 만들어 라인을 맞추어 기초에 고정시켜줍니다. 타공 한 부분도 절단면이고 습기가 올라올 수 있기에 방수 실란트까지 처리한 뒤에 너트와 와셔를 고정하여 주었습니다.    



첫 번째 토대가 올라선 모습. 못이 무식하게 박혀있다. 다음 토대부터는 콘크리트 타카를 구해 정갈하게 고정하였다.




 나무를 너무 쉽게 봤나 봅니다. 토대 하나만 만졌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어려움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건조목이라고 하여도 나무는 휘고, 비틀리고, 팽창하고 수축합니다. 정확하게 시공하고자 하여도 모재가 계속 어딘가 1%씩 맞지 않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길고 긴 기초공사가 끝나고 약 1달여 만에 토대를 올렸습니다. 천천히 아주 여유롭게 하고자 합니다. 그와 동시에 꼼꼼하게 시공하고 진지하게 배워가며 집은 지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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