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믿어야 할까.
저는 학생입니다. 세상 모두가 자신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혼자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들 때 괴로움이 꿈을 잡아먹습니다. 학생이라서 더 배우고 싶고, 잘 못하더라도 배운다는 마음으로 소중한 단 하나의 집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당신들이 말하는 "좋은 건축" 보다 아래인 것일까요.
학생으로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그거 네가 하면 안 된다. " 와 "그거 자랑거리가 아니다." 입니다. 여기저기 물어볼 것도 많고 받아야 할 일도 산더미라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사실 누군가를 만나면 보통 자기소개라는 것을 하죠. 어떤 목적으로 어떤 것을 얻어가고자 하는지 이야기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괜히 돌려 말하기는 싫고 또 막상 너무 정직하게 말하면 너스레 떠는 것 같아서 ‘그냥 배우려고 집을 짓고자 한다’ 그리 말하곤 하죠. 하지만 제 마음가짐을 드리고 받는 대가는 가혹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학생임을 숨기고 현장 오야지인 척하는 것도 익숙합니다.
괜히 유난 떠는 것 같아서 개인 블로그에 작성하는 글들 말고는 어디 가서 자랑이나 심지어는 SNS에도 올리지 않고 정말 많은 일들을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서 그런 말들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맘속에서는 상대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끓지만 그냥 웃어넘기고 꽤 큰 상처를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스스로 오만에 빠져있는 것인지는 아닐까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한 끗 차이입니까. 개성 없이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하여 맹목적인 신념 하나만을 가지고 사는 인간이 바로 저이기 때문에 별 생각이 없었지만 결국 인생과 커리어의 선배 격인 분들 또한 모두와 같이 무언가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들 또한 나와 같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어버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계속하며 살아왔고 자신이 만들어온 선택들을 다시 되돌리려면 너무나 힘든 것이겠죠.
“정보들의 진위가 불투명하여 오판이 생길 경우가 두렵다.” 제가 얼마 전 썼던 글의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버렸습니다.
설계도면을 제출 후에 배수설비 설치 관련해서 보완을 1회 받았습니다. 당시에 시청에서는 오수받이를 이용해서 분류식으로 배출하라고 하였고 저는 그 말만 굳게 믿고 시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오수관을 인입하기 위해서는 면허업체가 시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업체를 수소문해 현장답사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업체 사장과 서류 처리와 시공 방법에 대해서 문의를 하기 위해 시청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는 사고가 터집니다.
시청에서 오수받이를 사용하면 안 되고, 생활하수와 분뇨수 라인을 따로 빼내어 각각 하나씩 맨홀을 설치하라는 명령이 왔습니다. "이제 와서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그래서 넋이 나가버렸고, 설비업체 사장님은 한바탕 호탕하게 웃으시고는 도면을 보시더니 수정안을 제안하십니다. 이제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그냥 그리하자고 했습니다.
기초를 깎아내고 새로운 설비 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는 김에 기초공사 때 미루어 놨던 수도관 작업을 같이 기초 안에 새로이 넣습니다. 확실하게 부실시공입니다. 제 잘못이죠. 앞으로 설비는 사장님이 다 해주세요. 사장님 말씀도 제가 믿어볼게요. 마지막으로 정말 굳게 믿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