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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Mar 11. 2019

갈고닦은 시간

기초공사 15일 차

 길고 길었던 기초공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콘크리트를 타설 하기 전에도 많은 것들을 챙겨야 했고,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서 타설 후에도 신경 쓸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초, 그 기초를 갈고닦으면서 저의 몸도 준비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처음 공구를 준비할 때 모든 공구가 너무 무거워 놀랐는데 이제는 거진 대부분이 다루기 쉬울 정도로 가볍게 느껴집니다. 대략 3주 정도 시간이 소요된 것 같은데, 기존에 계획했던 일정보다 두배가 걸렸습니다. 혹시 1년 더 휴학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섬찟한 생각이 밀려옵니다.



 콘크리트 타설 이전에는 1. 터파기 및 잡석 다짐 /  2. 거푸집 조립  /  3. 철근 배근  /  4. 배관설비와 같은 공정들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작업 위치가 낮고 자재들이 굉장히 무겁고 크기 때문에 단련되어있지 않은 몸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공구들과 자재로 가능하기 때문에 부자재 비용을 제외한 굵직굵직한 자재들은 대부분 시장 가격이 온라인에 많이 오픈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목조주택용으로 주문 제작된 스테인리스 스틸 L형 앵커볼트.



 타설 이전에 필요한 것은 콘크리트에 삽입할 앵커볼트와 혹시 모를 거푸집의 움직임을 대비한 가새나 말뚝입니다. 이 두 가지는 절대 잊지 말고 챙겨야 합니다. 특히 앵커볼트는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어 설치하는 케미컬이나 펀치 앵커들은 집이 좌우로 움직이는 저항은 괜찮지만 위쪽으로 들리는 힘에 대해서는 약하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에 L형 앙카를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콘크리트를 타설을 합니다. 아침 8시도 되기 전에 펌프카와 타설 인부 두 명이 현장에 도착하였고 레미콘은 30분 정도 있다가 도착하였습니다. 레미콘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규격을 사용했고 루베당 69,000원으로 14루베를 받았습니다. 펌프카와 인부 모두 레미콘 회사에서 소개해 주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패착이었던 것 같습니다. 펌프카에서 미친 듯이 콘크리트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고 한차를 다 부어 내리는 데에 10분도 안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너무 집중해서였는지 한쪽 벽 하부가 밀리고 있는 것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차가 오기 전에 준비해놨었던 가새와 말뚝들로 보강을 해놓고, 인부 분들에게 중간에서부터 조금씩 가져와서 천천히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30분도 안되어서 두 번째 차가 오고, 인부들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장 면도 엉망이고 심지어 앵커볼트를 심을 때 그 주변이 가라앉아서 다시 미장을 해야 하는데 그것 또한 놓치고 말았습니다.



 " 인부 두 명 인당 18만 원, 펌프카 35만 원. 1시간에 "




펌프카에서 콘크리트가 쏟아져 나올 때 생각보다 많이 튀고 압이 강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겠지 싶었다.


  

 너무나, 정말 너무나도.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 마냥 마음이 아프고 화가 많이 났습니다. 누군가를 탓하는 것은 무의미하기에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과 아쉬움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장에서 정말 한참을 서성이다 돌아섰던 마음이 아직도 훤합니다. 이 마음을 잘 가지고 걸어가야겠지요.




미장면이 과하게 안 맞고 크랙도 불규칙적이다.


레벨 표시는 해놓아도 무용지물.

  


 그리고 이틀 뒤에 기초면을 확인하러 갔습니다. 날씨가 일교차가 크고 미장면이 고르지 않아서 양생을 여유 있게 시키려고 계속 물을 뿌려주었습니다. 양생은 사실 콘크리트가 제대로 된 강도를 가지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기온이 너무 낮거나 높지 않으면 기본적인 습윤 양생이 원칙이기 때문에 손수 물을 자주 뿌려주고 지켜보았습니다. 일주일 정도 양생 시켰습니다.



 거푸집을 탈형하고, 내부 단열재도 번거롭지만 다시 뜯어서 단열재용 폼본드와 화스너로 고정하여 줍니다. 가끔 건물 외벽이 탈락되는 건물을 보신 적이 있으시다면 대부분 이 과정에서 부실시공이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폼본 드는 바르는 방법의 권장 사항이 유럽 제조사 자료들에 나와있습니다. 기초면과 깔끔하게 떨어지게 하기 위해서 많은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단열재 화스너를 시공하여야 합니다. 화스너도 생각보다 구하기 어려운 자재입니다. 가스총으로 화스너에 사용되는 앵커 못 머리가 안쪽으로 들어가게 작업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서 타격형으로 구매하고자 했는데 자재가 없어서 미리 유럽 제품을 따로 어렵게 구해왔습니다.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고 화스너를 넣고 그 안에 앙카 못을 타격하면 설치가 됩니다. 이 부분이 생각보다 까다로운 이유는 차후 외벽의 마감과 외벽의 기준선이 타 구성(기초 외곽선 및 앵커볼트)과 짜임이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폼본드로 붙여놓은 단열재와 앵커볼트. 비는 공간을 충진해야 단열성능이 제대로 나올 것 같다.


유럽 단열기준을 만족하는 제품. 플라스틱 같지만 단단하고 설치가 꽤 힘이 든다.



 그렇게 단열재를 고정하고, 기초 측면 하부에도 단열재를 ㄴ자로 설치하여 줍니다. 의미가 없어 보이는 단열재의 용도는 땅을 단열하는 것입니다. 기초 측면 열의 움직임은 지면에서 기초 하부로 U자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이때 이 하부 단열재가 그 열의 경로를 막아주어 깊은 땅이 영하의 온도가 되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설치를 할 때는 바깥쪽으로 경사를 주어서 비가 왔을 때 흘러 내려가도록 합니다. 그 위에 부직포를 깔고 자갈을 채운 뒤에 준비해 놓았던 유공관을 설치하고, 성토하면 이제 본격적인 집 짓기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습니다.



기초 측면 단열재 설치를 한 모습.  기초 모서리가 깨진 부분은 무수축 몰탈로 그라우팅 하였다.


부직포는 이물질들이 유공관에 흘러가지 않게 하며, 배수판의 역할 또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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