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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Mar 08. 2019

건축의 민낯을 보다.

분칠도 얼마 안 되어있긴 하지만

 

 콘크리트 타설 이후. 착공일부터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한 탓에 몸이 정말 망가져버리고 말아서 휴식차 서울로 올라와 글을 끄적여 봅니다. 타설 이후의 글은 지친 체력이 돌아오는 대로 올려보려고요.




 저에게 비치는 우리나라의 건축 문화는 독특하게 유지되어가고 있습니다. 흔히 '바닥'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주류 문화들에 대한 표현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당연한 깨달음을 심히 깊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발품을 파는 것이 어렵다고 표현하기도 하였지만 이 바닥은 더욱이 그런 느낌이 강합니다.
 


 저는 건축을 공부하는 것 외에도 다른 쪽에 눈을 많이 돌리는 편입니다. 오픈소스 프로그램 개발에 매우 관심이 깊고, 프리랜서로 디자이너 활동을 소소하게 하며 시각 제품, 모바일 앱 디자인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이 비교가 되는 것이, 이런 쪽은 비교적 정보의 공유나 교육의 장이 잘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에서 구하지 못할 정보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건축은 재료 하나의 시방서를 구하기에도 힘들 때가 많습니다. 견적 요청을 하는 조건으로 송부받을 수 있다거나, 시험성적서 공개가 불가능하거나, 이런 문의를 하기 위해서 전문가 수준의 도면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또한 정보 공유의 장이 있어야 할 곳들에 날조와 비난, 그리고 훤히 보이는 수준 낮은 마케팅 전략들이 있습니다.
 

정말 별의별 견적서 수십건을 뽑아봤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답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렇죠. 기술적인 측면, 비용적인 측면, 시장조성의 측면 등에도 이유가 있겠고 제가 정말 필드에 있지 않아서인 이유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Standard가 존재하지 않아서 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 특히 시공 업계는 특히나 일본, 독일이나 캐나다의 건축 기술과 장인정신을 매우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이 세 나라의 공통적인 특징은 특정한 기준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철저한 시험과 결과 그리고 연구 끝에 나오는 여러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기술적으로 정리되어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각종 자료들과 챙겨야할 서류들. 이제 이게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이에 국내에서도 여러 가지 기준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막상 이 부분을 제가 봤을 때는 이 세 나라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일부는 첨부된 이미지나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기준의 역할이 '못해도 최소 이 정도는 해줘야지'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어떤 경우에 제품별 기준만 마련되어 있으며 전체의 기준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기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인터넷이건 현장이건 "내가 이걸 20년 동안 해왔는데-“ 이런 말들이 상당히 많이 오갑니다.
 


 이런 현상 속에서 제가 겪는 가장 큰 부작용은 바로 제가 알고 있는 정보의 진위가 불투명하며 오판일 경우가 두려워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걸 아주 잘 파악하는 시장은 "우리 방식이 아주 최고다"는 슬로건으로 차별화도 아닌 기술력을 매우 차별화된 것으로 포장하여 순수한 건축주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건축 시장이 모두 불투명하고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깊게 파고들수록 깊은 구석이 많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덕분에 수많은 감정노동과 고민들에 휩싸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금일 휴식차 방문한 병원의 의사분이 묻더군요. “몸을 많이 쓰시는 일을 하시나요, 아니면 머리를 많이 쓰시나요.” 저는 바로 대답했죠. “둘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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