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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Mar 06. 2019

기초공사는 끝날 줄을 모르고

너무 큰 값을 치르게 되지는 않을까.

 작업 일주일 차. 스스로 주택을 짓기 위해 공정을 이해하고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손수 집을 짓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블로그나 글들을 참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도 그것들을 꽤 많이 참조하였고 나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참조하고자 방문했던 블로그에는 제가 눈치채지 못했던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글을 쓴 사람과 작업자가 다른 경우. 남편이나 혹은 업계에서 경험이 있는 지인 등이 있죠. 두 번째는, 설계도를 직접 그리지 않아 어느 정도 자기 손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는 것. 저는 제가 그린 설계도면을 무조건 지켜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기에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들이 커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설계 따로 현장 따로라는 말이 참 와 닿는 기분입니다.


공정의 실수로 철근을 잘라냅니다. 그라인더는 비산물이 몸으로 튀는 게 기분 나쁘긴 해도 안전합니다.



 결국 생각보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세세한 문제들이 눈덩이처럼 엉겨 붙고 크게 불어나서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주 괜찮아 보였던 거푸집의 한쪽이 심하게 높았고, 마찬가지로 철근들도 제각각 피복두께를 지키지 못하거나, 기초면 보다 위로 올라와있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집 중앙에 위치하게 된 배관도 철근들로 인해서 설치가 너무 힘들어 제 위치를 못 찾아서 반나절 동안 끙끙대서 겨우 비슷하게 위치를 맞출 수가 있었습니다.


   "기초공사 시 설비와 배관은 미리 묻고, 지면 처리는 잡석보다는 버림 콘크리트가 작업성 면에서는 훨씬 좋을 것 같다. "
   "기초 평활도는 아무리 해도 20mm 내외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차후에 무수축 몰탈로 레벨링을 하거나 기초면을 갈아내야겠다."


 사실 결론은, 제가 못한다는 점이죠. 아무리 계획을 치밀하게 짜고 검토하고 그대로 이행하여도 결국 문제들은 어디선가 조금씩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내가 그린 그림인데도 내가 그린 그림대로 내 앞에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은 참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울고 싶다.


 기초 공사가 가장 까다로울 것이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하지만 벌써,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되돌리기 어려운 잘못들에 후회감이 밀려옵니다. 배운다고 생각하기엔 대가가 너무 큽니다. 그런데 사실 차후에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대가라 하면 제 몸뚱이가 두배 정도 더 굴러다니면 되는 거니까요. 완벽을 추구하고자 하는 게 상실감이 더욱 몰려오는 괴리감이 넘쳐나는 행위임을 느낍니다.


 그러나 드디어 내일 아침, 콘크리트를 타설 하기로 합니다. 더욱더 고민하고 마음 아파해 봤자 처음부터 다시 할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선 마주하고, 그 다음에 다가오는 무언가를 열렬히 환영해줄까 합니다. 거푸집을 세우고부터, 자잘하게 신경 쓸 부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공정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크게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제 제법 현장 같은 느낌이 난다. 현장에서는 몰랐는데 사진으로 보니 뭔가 뿌듯하다. 내가 이걸 했다니.



 철근을 배근하는 것 또한 도면에 나온 대로 진행합니다. D13과 D16을 섞어 주근을 만들어 엮고, 300 간격 단배근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슬라브 두께를 감안하여 각 부에 연결 한 뒤에 스페이서라 불리는 것들로 철근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보통 작은 현장에서는 시멘트 벽돌이 저렴하고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사용을 하지만, 바닥에서 습기가 올라오게 되면 콘크리트 강도에 이상이 생긴다고 합니다. 하긴 요즘 바닥에 비닐을 깔지 않은 현장이 있긴 하겠습니다만은. 저는 콘크리트로 된 것을 사용했는데 꽤 귀엽고 실용적으로 생겼습니다. 3면 혹은 2면에 둥근 홈이 파여 있는데 그곳에 철근을 올려놓으면 됩니다. 345 / 5075 등으로 규격이 있으니 설계 시에 반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페이서를 가로지르는 철근들. 철근이 남는다면 버리지 말고 사선으로 엮어주면 좋다.


 배관작업을 하기 전에 시청에서 알려준 오수관 위치를 확인합니다. 삽으로 열심히 땅을 파다 보면 땅! 하고 오수관이 보이게 됩니다. 그곳으로 바로 배출할 수 있도록 오수 배관을 열심히 작업합니다. 어느 곳에서 배근 안쪽에서 작업하라고 되어있었는데, 혼자 하려면 절대 배관 구배와 높이까지를 먼저 다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덕분에 철근 묶음들 속으로 낑낑대며 작업하느라 건물 중앙부 배관을 할 때는 거리 1m를 옮기는 데에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배관작업은 컷쏘 등으로 배관을 자르고 부속들을 본드와 고무망치를 이용해서 결합하듯 만드는데, 구배와 조립이 너무 어렵고 수직으로 서야 할 배관들 조정이 한번 접착하면 되돌릴 수 없는 등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업체에 맡기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 이전 건물의 수도 계량기가 있는 위치에 수도 배관을 묻어서 보일러실 분배기 위치로 보내 놓았습니다.


오수관이 보인다.


 

  그리고 인치 피트 설계를 기준으로 한 치수를 맞추기 위해 내부에 임시로 부착했던 단열재를 거푸집에 못으로 고정합니다. 아무리 강하게 붙여도 콘크리트 양생 후에 다시 화스너와 전용 폼본 드로 접착하여야 이탈이 없습니다. 임시로 붙여놓은 부분들이 뜯어지기 시작해서, 콘크리트가 부어졌을 때 부력으로 단열재가 떠버릴 수 있기에 못을 박아 고정합니다.


 마지막 공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거푸집의 보강입니다. 콘크리트가 부어졌을 때 주어지는 압력이 상상 이상으로 강하기 때문에 거푸집이 바깥쪽으로 터질 염려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부분에 보강을 해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가새를 위아래로 골고루 대어 줍니다. 터파기 하여 땅과 거푸집 사이가 좁은 쪽은 땅에 박고, 평활한 부분은 철근 말뚝을 박아 고정하여 줍니다. 이 과정에서 철물점은 수 번 왔다 갔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반생이(굵은 철사 : 저는 10번을 썼습니다.)를 남는 단관 파이프와 산승각에 대고 바짝 묶어줍니다. 반생이 묶는 법도 따로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은 필요하긴 하지만 차후 거푸집 탈형시에 일이 늘어나버린 것이기도 합니다.


오비끼라 불리는 거푸집보 목재. 운이 좋게 주변 제재소 바닥에 굴러다니는 것들을 싸게 업어왔다.



힘이 많이 들지 않는 못질이나 반생이질 같은 소소한 작업들이 너무 좋다.



  해가 저 물때쯤, 급하게 주문한 레이저 레벨기를 콘크리트 타설기 높이로 띄워서 배관이나 단열재 부분에 표시를 합니다. 그러면 차후에 타설시에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되겠지요. 이제 내일 아침이 기다려집니다. 레이저 레벨기는 차후에 더욱 사용도가 중요해집니다. 반드시 다시 돌아옵니다.


 사실 더욱더 부지런하게 힘을 냈으면 전기도 묻고, 수도설비 배관도 미리미리 제 위치에 빼놓고 하였을 텐데, 너무 힘에 부치고 골조 공사 이후에 하는 경우도 있어 저는 화끈하게 미루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밀리거나 건너뛰는 작업을 볼 때면 마치 답을 쓰지 않고 시험지를 제출한 기분이 듭니다. 씁쓸하고 아쉽지만 애써 웃어보려 하는. 내일을 기다리는 기분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런 기분입니다.


 콘크리트 타설 이후에는 조금 색다른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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