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uung Apr 01. 2019

날 것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

벽체 만들기 5-6일 차 : 1층 벽체 조립

 

  나무에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함과 동시에 시작된 벽체 만들기 작업은 슬슬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허리 아래에서만 작업을 한지 대략 5주간이 지났고 이제 눈에 보이게 진도들이 나아가고 있어 작업하기에도 기운이 넘치는 요즈음입니다. 엄마의 집의 가장 중요한 외골격이 되는 바깥쪽 벽체들을 세우고 돌아왔습니다. 미리 조립하여 쌓아 놓은 벽체들을 제 위치에 옮겨 놓고 저 하늘 높이 날아갔으면 하는 소망으로 힘껏 올려 세우고 보니 이제 정말 공간이고, 집이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는 곳에서 삶을 살아갑니다. 추운 겨울 포근하게 날 지켜주는 공간, 정신없이 쇼핑할 수 있는 공간, 거대함에 압도되는 공간들. 내가 마주하게 되는 방향으로 굳건히 서있는 벽이 있고, 천장이 있었습니다. 이제껏 내 손으로 만들어 본 것이라고는 두꺼비 집과 건축모형 밖에 없는 제 눈 앞에서 실제 공간이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경험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겹쳐 누워 세상 태평하게 잠을 자고 있는 놈들을 요란하게 깨워 하나씩 연결하다 보니 수시간도 안되어서 집의 테두리가 생겼습니다.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공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으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나마 경험에 비추어 느끼기라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때 말로만 듣던, 휘어감싸는 느낌, 위요감이라는 놈을 아주 서서히 내 손으로 내게 느끼도록 만든 아주 이상한 경험이랄까요. 아무쪼록 그 감개무량한 날의 느낌과 기분은 앞으로 언제나 품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벽체를 그냥 세우기만 하면 안 됩니다. 이 벽체의 수직과 수평을 맞추어야 하고 잘 짜 맞추어 놓아야겠지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몇 가지의 공정들을 거치게 됩니다. 가장 기본은 가새를 이용해서 벽체의 수직을 임시로 맞추어 놓는 것입니다. 한 곳이 수직이 맞는다고 하더라고, 벽체가 활처럼 휘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두 번, 세 번 여러 곳을 교차로 확인해서 최대한 맞춰주는 꼼꼼함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확인을 해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을 해야겠죠.



세상에서 제일 어색한 연출



 운이 너무나 좋게도 벽체들이 휘어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한쪽 모서리 벽체가 평행사변형처럼 비틀려 있어서 벽체 윗부분을 당겨 맞추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숫자 4 모양의 지렛대를 만들어 붙이고 성인 두 명의 몸무게를 이용해서 위 그림처럼 눌러주니 벽체가 딸려 옵니다. 수직이 맞는 순간에 서둘러 많은 못질을 해서 고정시켜주고, 내부에 가새를 다시 대어 확실이 고정을 합니다. 그렇게 벽체의 수직과 수평을 맞추어 놓았습니다.


 "토대에 그려놓은 레이아웃을 지붕까지 오차 없이 올리는 일이 빌더에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 목조주택 시공실무, 최현기


 각자 노는 벽체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구조적으로 보강하는 것이 합판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벽체들이 연결되는 부분에는 꼭 합판이 교차로 걸려있는 것이 좋고, 위 층과 연결되는 부분에도 합판을 통하여 연결되어야 합니다. 목재들의 조각이나 톱밥 등을 압축시켜 만든 OSB합판을 사용합니다. 구조재 보다 변형에 취약하기 때문에 수축-팽창들을 고려하여 간격을 만들어 시공하여야 합니다. 우선 붙인 뒤에, 톱으로 켜내거나 그냥 간격을 만들어 시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합판이 매우 크고 무겁기 때문에 저는 합판 클립 (Board Clip)을 사용해서 시공하였습니다.


 

합판 클립. 합판의 검은 줄은 표준적으로 사용하는 스터드 간격을 표시해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간격 사이로 혹여나 열이나 습기가 통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투습방수지에 사용하는 기밀 테이핑까지 해놓았습니다. 필수는 아니지만, 제가 작업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시도와 꼼꼼함을 지키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모든 작업들은 역시나 또 한 번 저를 도와주러 와준 친구들이 있기에 가능하였습니다. 혼자 작업하는 것이 고달프긴 하지만 즐겁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이유들은 못지않게 노력해주고, 기뻐해 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건축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집을 짓는 과정이 즐거운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이제 어르신들이 앉아 계실 자리도 더욱 많아졌고, 따가운 햇빛을 어느 정도 가려줄 수 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이 날 것의 집이 멋진 저택 못지않은 집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무와의 사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