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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Apr 05. 2019

자두꽃에서는 향수 냄새가 난다.

작업 6주 차 : 장소를 알아간다는 것.


 어렸을 적 살던 곳에는 라벤더와 아카시아 나무가 참 많았습니다. 그 냄새가 어찌 좋았는지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봄이 되면 창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의 냄새가 아쉽습니다. 아직도 그 냄새를 생각만 하여도 한곁에서 부르는 듯이 떠오르는 추억들이 많습니다. 놀이터 옆에 한 그루씩 서있던 그 꽃나무들을, 이제 많이 볼 수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엄마의 집이 앉게 될 곳은 산과 물로 둘러 쌓인 작은 촌마을입니다. 제가 보았던 여느 촌마을과는 사뭇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마을 전체가 과수원과 같다는 것입니다. 이곳저곳 어느 곳을 보더라도, 산능성이와 저수지 옆에 그리고 마당 앞 작은 공터까지 모두 과일나무가 서있었습니다. 그리고 꽃이 피기 시작한 마을에서는 어릴 적 기억보다 짙은 냄새가 납니다.  



자두나무와 복숭아나무.



"여 다 자두랑 복숭아 친다. 봄에는 향수 냄새가 그렇게 나. 향수 냄새가. 달갑구로."



 자두가 맛있기로 소문난 마을. 그런 마을 속에 집을 짓는 것도 꽃이 피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과수원이 주변에 많아 농약과 비료 때문에 조금 힘들 것이다라는 말을 엄마에게 한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만발한 꽃들이 낮에 골바람을 타고 마을 어디에서나 달콤한 향수 냄새가 정말로 납니다. 그뿐입니까, 매 봄마다 기다려졌던 벚꽃보다도 대차게 피어있는 꽃들이 이루는 정취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운일 수도 있겠고 지나치게 감정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엄마의 집이 이 곳에 서게 되어 기쁩니다.




 한 장소를 배운다는 것. 단 계절 하나가 바뀌었음에 불구하고 이렇게 또 크게 배우게 됩니다.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한 얕은 조사와 물색만을 해왔던 지난날, 그 자리에 절대 오래 서있지 못하겠습니다. 



 

저수지와 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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