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uung May 01. 2019

홀로 집 짓기는 가능할까

2층 시공 6일 차 : 너 내 동료가 되어라

 

  힘듦. 그 고충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계속 입에서 나오던 말은 혼자서- 였습니다. '나 홀로 집짓기'와 같은 거창한 수식어는 제게는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가능하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도 그렇고 단순히 공부만으로 할 수 없는 것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3달여 동안 혼자서 작업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학교 친구들이 도와주러 왔습니다. 혼자서 작업하는 일은 계속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욱 고되고 스트레스받는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수도 없이 쌓여있는 자재들은 도무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하나씩 차분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은 1달여를 못 가고 여러 사건사고들로 인해서 완전히 날아가버렸습니다.   



땅에 나 홀로.


 작업을 하다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집 짓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목조주택은 평당 얼마나 하는지, 농사만 지으니 몰라서 배워보고 싶은데 가르쳐주는 곳은 있는지, 그런 질문들을 하루에도 수번씩 듣게 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은 바로 '혼자 하는 거예요?'입니다. 그리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질문은 '혼자서 가능해요?'입니다. 


 - 네. 


 그렇게 짧게 대답하고는 뒤틀린 속을 감춘 채 바쁜 척 일을 하곤 했습니다. 사실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오랜 공부와 조금의 몸 쓰는 법만 익힌다면 말이죠. 물론 법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감 있게 시작했던 저도 결국 동료를 구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정말 지쳐 갈 때쯤 학교 후배가 내려와 숙소를 구하고 일을 같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현장에서 초상권은 없기 때문에.



 얄팍한 자존심이 있었는지, 조금은 더 노력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동료가 생기고 나서 너무나 많은 힘이 생겨났습니다. 현장에서도 수다를 떨 사람이 있고, 퇴근 후에 근사한 저녁을 먹으러 갈 사람도 있습니다. 촌동네에서 20대 남자 혼자 할 일이 많지 않다 보니 하루 종일 붙어있으면서 재미있는 추억도 만들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혼자서 카메라를 세팅하고 작업하랴 기록하랴 정신없었는데 이제는 작업하는 것이 즐거워 가끔은 카메라를 현장에 들고 가지 않게 되는 날도 많습니다. 




위에서 아래에서.



 "사람이 한 명에서 두 명이 되면, 효율은 2배가 아니라 5-10배야."

 

  누군가와 마음을 맞추고 같이 일한다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일입니다. 사람이 진정한 고마움이고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혼자 집 짓기를 한다는 오만한 생각이 제 머릿속에 있었구나를 반성하게 됩니다. 그냥 저는 '엄마의 집'을 아주 조금 그리고, 지으며 도를 닦는 것입니다. 이 시간들은 일생일대의 몰입의 시간이며 덕분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레벨점을 새로이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웃고 떠들며 일하다가 합판으로 카메라 렌즈를 박살 냈다.

 


 

매거진의 이전글 2층은 반복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