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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May 17. 2019

용마루와 서까래

지붕골조 2일 차 : 고소공포증은 아닌데

 2층 골조가 마무리되고 - 계단도 완성됨으로써 미루고 미루었던 집의 최상부인 지붕을 만들 차례가 되었습니다. 지붕의 골조를 만드는 방법은 한옥의 지붕을 만드는 방법과 비슷합니다. 때문에 한옥에서 사용하는 명칭들이 목조주택으로 넘어와서 사용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장 최상부에 걸리는 마룻대는 용마루, 그리고 그 마룻대를 지지하며 다른 방향으로 살처럼 붙는 부분들을 똑같이 서까래라고 합니다.



용마루를 건 모습. 용마루는 델타 스크루 피스로 마치 철골처럼 고정하였다.


 집의 지붕에 용마루를 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위와 같이 부재와 부재 사이에 간격을 두고 끼워 넣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철물 등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용마루는 구조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고, 긴 부재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구조목보다 강한 공학목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글루램, PSL, LSL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목은 매우 무겁고 다루기 힘듭니다. 덕분에 엄마의 집은 그 규모가 작아 구조목으로도 시공할 수 있었습니다.






 모델링 된 계산대로 서까래들을 미리 잘라놓아 준비합니다. 전통적으로 계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붕의 각도(Pitch)와 서까래가 벽에 얹히는 부분과 맞물리는 부분 등을 계산하고, 처마의 길이에 따라 서까래 도면을 구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고등 목수가 아니기 때문에 프로그램에서 그려진 그대로 따라 그리기만 합니다.




 지붕에는 2x10 이상의 구조목이 사용되기 때문에 못으로만 고정하여도 우리나라의 기후에 문제가 생길 여지는 사실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지붕이 취약한 부분은 '바람'입니다. 유체의 속도(v)가 증가할 때 압력(P)이 감소한다는 베르누이의 법칙에 따라서 - 강한 바람이 불면 건물도 위로 떠오르려고 하는, 일종의 상향력이 발생합니다.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는 것이 그런 원리인 것입니다. 그래서 서까래를 상향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철물 제품은 거의 필수입니다. 목조주택에 철물 하나만 사용하라고 하면 바로 이 제품, 허리케인 타이를 선택하겠습니다.


 서까래도 마찬가지로 레이아웃을 해주고, 위치에 맞게 철물들을 고정시켜두면 하나씩 올릴 때 용마루 쪽에서만 위치를 잡아주게 되어 편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고정시키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고 하늘을 쳐다보는 풍경은 더욱 멋지게 변해있습니다.


 



편히 앉아있는 게 아니다, 옆 칸으로 가는 중이다.



 지붕공사는 매우 위험합니다. 면으로 되어있어도 위험한데, 얇은 부재 위에서 공사하는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평소에 안 쓰던 근육들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그 위에서 가끔씩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되면 주변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아주 짧은 감상적인 휴식을 가질 수 있는 특권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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