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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May 15. 2019

나무로 계단을 만드는 것

계단 시공 3일 차 : 아마 가장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을까.

 

 절대적인 시간이 곧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나는 건축현장에서도 그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며칠을 고민하고 땀을 흘려봐도 티가 나지 않는 공정들이 있고 한편으로는 얼마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공정이 있습니다. 지금 이곳 현장은 2층 벽체가 다 서있는 상태에서 여러 부분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꼼꼼하게 하지 못한 부분은 어디인지 찾고, 수정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그러다 보니 시간은 잘만 가는데 진도는 나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최 소장님이 전화를 주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위와 같은 생각에 공감을 받습니다. 천직으로 삼고 계시는 분들도 결국 재미가 있어야 할 만하겠죠. 최 소장님이 계단을 만들면 또 나름 재미있다고 하셨고 미루던 계단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습니다. 계단은 지금까지의 공정 중에서 가장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몇 번이나 보여드렸듯이 목조주택은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만들게 됩니다. 길이와 넓이 그리고 폭과 두께까지 모두 정해진 규격대로 착착 만들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또 마찬가지로 몇 번이나 말씀드렸다시피 나무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닙니다. 기초공사 때에 큰 실수와 더불어 보일러실의 크기 문제로 계단실이 약 3인치(7.5센티미터) 정도 커졌고, 공사 중에 계단 모델링을 해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을 간과한 것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제가 계단을 만들어보거나 만들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계단은 매우 잘 설계되어야 합니다. 높이와 너비, 그리고 챌판의 깊이도 매우 중요합니다.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며 사용자에게 잘 맞추어져야 합니다. 결국, 순서가 뒤바뀌어 버립니다. 계단을 설계하면서 계단실의 공간이 들어서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공간에 맞추어 적정한 계단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부리나케 노트북을 꺼내 하나하나 맞춰가며 만들었습니다. 재미있었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였던 것은 계단 한판을 만들 때마다 모델링을 보고 확인하고 다음 판을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홍팀장만 더운 곳에서 고생했다. 나는 그늘에서 컴퓨터만.


 높이와 넓이, 그리고 폭을 정하면 가장 먼저 계단의 기본이 되는 부재를 만듭니다. 위 사진처럼 높이/깊이를 만들어줄 삼각 지그(조각)를 이용해서 일정하게 만들어 자릅니다. 그리고 위치에 가져와서 높이와 수평/수직을 확인합니다. 3개의 같은 부재를 만들고, 그 위에 바닥용 합판을 높이부터 부착하여 주면 한단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와인더라 부르는 회전 계단참을 만들 차례입니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목조주택에 쓰이는 구조목과 합판 등은 규격이 있습니다. 때문에 와인더를 만들 때 그 규격을 기준으로 이리저리 조합해 만들었습니다. 2x6구조목에 바닥용 합판이면 약 160mm가 안되게 높이가 만들어집니다. 참고로 계단의 안전한 각 변의 치수들은 건축계에서 나름 정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총높이를 나누고 나름 안전을 위해서 넓은 참을 만들고 와인더를 짠 독특한 형태의 계단이 되었습니다.



사내 둘이 쿵쿵 뛰어도 끄떡없다.


 


 계단의 고정은 내벽에 보막이를 설치하고 그곳에 고정하고, 각 단부에 전단 못 박기(사선 못 박기)를 이용해서 고정합니다. 이때, 계단을 내벽에 딱 맞게 설치하면 차후 내부 마감 때 계단 부분이 손이 많이 가게 됩니다. 석고보드가 들어갈 두께만큼 합판 등을 이용해서 간격재로 활용해 주었습니다.



계단 밑 공간을 아주 알차게 사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하루 만에 끝날 것 같던 공사가 3일이나 지체되었습니다. 중간에 다른 공정도 있었고, 손님들이 여러 있어 조금 늦었습니다. 지금까지 공사 중에 가장 복잡한 공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집의 진짜 지붕을 덮고, 내부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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