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시공 3일 차 : 아마 가장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을까.
절대적인 시간이 곧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나는 건축현장에서도 그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며칠을 고민하고 땀을 흘려봐도 티가 나지 않는 공정들이 있고 한편으로는 얼마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공정이 있습니다. 지금 이곳 현장은 2층 벽체가 다 서있는 상태에서 여러 부분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꼼꼼하게 하지 못한 부분은 어디인지 찾고, 수정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그러다 보니 시간은 잘만 가는데 진도는 나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최 소장님이 전화를 주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위와 같은 생각에 공감을 받습니다. 천직으로 삼고 계시는 분들도 결국 재미가 있어야 할 만하겠죠. 최 소장님이 계단을 만들면 또 나름 재미있다고 하셨고 미루던 계단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습니다. 계단은 지금까지의 공정 중에서 가장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몇 번이나 보여드렸듯이 목조주택은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만들게 됩니다. 길이와 넓이 그리고 폭과 두께까지 모두 정해진 규격대로 착착 만들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또 마찬가지로 몇 번이나 말씀드렸다시피 나무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닙니다. 기초공사 때에 큰 실수와 더불어 보일러실의 크기 문제로 계단실이 약 3인치(7.5센티미터) 정도 커졌고, 공사 중에 계단 모델링을 해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을 간과한 것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제가 계단을 만들어보거나 만들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계단은 매우 잘 설계되어야 합니다. 높이와 너비, 그리고 챌판의 깊이도 매우 중요합니다.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며 사용자에게 잘 맞추어져야 합니다. 결국, 순서가 뒤바뀌어 버립니다. 계단을 설계하면서 계단실의 공간이 들어서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공간에 맞추어 적정한 계단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부리나케 노트북을 꺼내 하나하나 맞춰가며 만들었습니다. 재미있었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였던 것은 계단 한판을 만들 때마다 모델링을 보고 확인하고 다음 판을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높이와 넓이, 그리고 폭을 정하면 가장 먼저 계단의 기본이 되는 부재를 만듭니다. 위 사진처럼 높이/깊이를 만들어줄 삼각 지그(조각)를 이용해서 일정하게 만들어 자릅니다. 그리고 위치에 가져와서 높이와 수평/수직을 확인합니다. 3개의 같은 부재를 만들고, 그 위에 바닥용 합판을 높이부터 부착하여 주면 한단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와인더라 부르는 회전 계단참을 만들 차례입니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목조주택에 쓰이는 구조목과 합판 등은 규격이 있습니다. 때문에 와인더를 만들 때 그 규격을 기준으로 이리저리 조합해 만들었습니다. 2x6구조목에 바닥용 합판이면 약 160mm가 안되게 높이가 만들어집니다. 참고로 계단의 안전한 각 변의 치수들은 건축계에서 나름 정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총높이를 나누고 나름 안전을 위해서 넓은 참을 만들고 와인더를 짠 독특한 형태의 계단이 되었습니다.
계단의 고정은 내벽에 보막이를 설치하고 그곳에 고정하고, 각 단부에 전단 못 박기(사선 못 박기)를 이용해서 고정합니다. 이때, 계단을 내벽에 딱 맞게 설치하면 차후 내부 마감 때 계단 부분이 손이 많이 가게 됩니다. 석고보드가 들어갈 두께만큼 합판 등을 이용해서 간격재로 활용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하루 만에 끝날 것 같던 공사가 3일이나 지체되었습니다. 중간에 다른 공정도 있었고, 손님들이 여러 있어 조금 늦었습니다. 지금까지 공사 중에 가장 복잡한 공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집의 진짜 지붕을 덮고, 내부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너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