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습방수지 시공 1일 차
우리나라는 아웃도어 의류의 메카 같은 곳입니다. 정말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있고 등산객들을 필두로 편하고 기능적인 소재들로 만들어진 의류들이 많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특히 야외 활동을 하기 위해서 필수인 것은 방수/방풍 그리고 '투습'입니다. 쉬운 말로는 '땀 배출'이네요. 비와 바람은 막고, 내부의 습기는 밖으로 내보내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소재인 고어텍스가 이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목조주택도 아웃도어 의류를 입습니다. 물과 바람으로부터 구조재를 보호하고, 집 내부의 습기를 배출하게 됩니다. 그래야 쾌적한 주택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겠죠. 이를 도와주는 것이 바로 '투습방수지'입니다. 왜 방수투습지라고는 안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간혹 투습방습지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던데, 명확하게 틀린 말입니다.
이 투습방수지는 창문이나 문 같은 개구부와, 전선이나 환기구로 인해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을 제외하고는 틈 없이 꼼꼼히 시공해야 합니다. 시공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둘러주기만 하면 됩니다. 보통 해머 타카를 이용하여 고정합니다. 타카의 간격은 가로세로 약 16-18인치 정도입니다. 타카로 인해 생기는 미세한 구멍까지도 테이프로 메꿔주기도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캡이 달린 타카핀과 전용 타카가 시중에 나와있습니다.
건물 아래에서부터 시공해야 하며 위에서 아래로 덮듯이 겹쳐주며 시공합니다. 친절하게도 제품들에 겹쳐야 하는 선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제가 사용한 제품에는 테이프 라인까지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세로 테이핑을 먼저 해주고, 최종적으로 가로 부분을 테이핑 해주게 됩니다. 테이핑 되는 부분에 타카를 박으면 깔끔하게 보이겠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헷갈렸던 부분이 바로 개구부 처리입니다. 여러 제품들에 매뉴얼이 있지만 제가 알아본 바로는 결국 어떤 창호를 설치하느냐에 따라 처리가 달라집니다. 기존 목조주택에 사용되는 전용 창호들은 창 프레임 바깥쪽에 '날개'라 불리는 판이 나와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문 상부에 투습방수지를 부착하지 않고 열어놓은 상태에서 날개를 덮듯이 시공합니다. 하지만 저는 시스템창호를 설치하려 하기 때문에 정리 정도만 해주면 되겠습니다.
투습방수지는 목조주택의 최종 방어막입니다. 어찌 보면 그깟 필름과 테이프이지만 잘못 시공하게 되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목조주택이어도 외단열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중부지역에서는, 투습방수지를 사용하지 않고 외단열 시공을 기밀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맞추어 방수/투습이 되는 단열재들이 개발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투습방수지를 시공하고 나면, 흔히 인터넷에 많이 나오는 목조주택 현장의 이미지와 같이 됩니다. 아직 창호도, 외장도 남았지만 집이 꼼꼼하게 포장되어있는 모습을 보면 제가 선물 받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과연 이 제품이 집을 보호해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고 자연스레 각종 자료와 논문들을 뒤늦게 찾아보게 됩니다. 제대로 주택건축 교육을 받지 못한 제가 그나마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 보면 목조주택은 결국 과학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상대습도, 투습공, 대류, 열저항 등의 낯선 단어들을 익히고 현장에서 새끼손가락만큼이라도 적용하고, 생각하면서 시공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