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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May 30. 2019

찬 지붕과 따뜻한 지붕

투습방수지 시공 2일 차 : 웜루프 만들기



 

 목조주택에서 지붕을 구성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Cold roof와 Warm roof라고 불리는 두 가지가 그것입니다. 한국어로 바꿔 말하면 찬 지붕과 따뜻한 지붕이 되는데 누가 봐도 따뜻한 지붕이 더욱 좋은 것이라 느끼게 만들고 싶은 제품 회사의 작명이 아닐까 예상해 봅니다. 실제로 에너지 소비량이 연구결과에 따라 7~11% 정도 차이가 나긴 합니다만, 기존에 사용하던 Cold roof 방식이 찬 지붕이라고 불리기에는 아직도 많은 집들이 따뜻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콜드 루프와 웜루프의 차이.  출처 : Dupont 社



 사실 두 지붕의 차이는 단열재 내부의 습기를 배출하는 통기층의 위치에 따라 나뉩니다. 그래서 내부통기지붕과 외부통기지붕이라고 불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내부통기지붕(Cold roof) 같은 경우에는 구조목 사이에 단열재를 넣기 전에 서까래 벤트(Rafter vent)라는 것을 설치하여 단열재와 지붕 합판 사이에 통기층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통기층이 처마에서부터 시작되기 위해서 처마가 나오는 것이 시공, 기능적으로 좋습니다. 처마에 구멍이 뚫린 시멘트 판들이 보인다면 내부통기지붕일 확률이 높습니다. 


 

 외부통기지붕(Warm roof)은 서까래 사이에 단열재를 넣고, 바로 지붕용 투습방수지를 설치하고, 그 위에 각목으로 하지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통기층을 확보해주는 방식입니다. 지붕에 사용되기 때문에 지붕용 투습방수지는 더욱 두껍고 성능이 좋습니다. 하지만 시공이 까다롭고 위험합니다. 그래서 벽을 만들듯이, 투습이 잘되는 합판(ESB 등)을 설치하고 투습방수지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벽에 붙일 때와 지붕에 붙일 때.



 무엇이 되었든 시공만 잘 된다면 체감될 정도의 차이를 가져오는 선택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지붕의 구성과 모양이 비용을 추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입체적이고 다양한 모양의 지붕을 가진 집들이 많은데, 사실 굉장히 하자위험성과 비용이 높기 때문에 지붕은 최대한 간결하게 하시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외측통기지붕을 선택하였습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인데, 처마를 내고 마감을 잘 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벽체와 지붕이 깔끔하게 만나길 원했고 그 상태에서 내부통기지붕을 만들기 위해서 처리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고소 작업은 계속됐습니다. 



웜루프 작업은 더욱이 위험하다.



 지붕용 투습방수지는 두껍고 매우 질깁니다. 정말 재미있었던 점이 지붕용 제품에는 무게가 표시된 카탈로그가 붙어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게 옆에는 사람 모양이나 발 모양이 있었죠. 서까래를 투습방수지로 덮은 뒤에 위치를 더듬어 가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추락 위험이 높습니다. 아래에서 부터 덮어주면서 벽체보다 더 많이 겹쳐주면서 작업했습니다.



 그렇게 이틀 가량 지나고 날씨가 나빠져 비바람이 불었습니다. 타카로 고정해 놓은 부분들이 모르는 사이에 뜯겨 그 구멍 사이로 빗물이 조금씩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정말 난감하여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봤지만 도움을 받을 데가 없어 직접 자문을 구했습니다. 창호 시공을 해주시기로 한 곳에서 알려준 노하우를 사용해봤습니다.



통기층 확보를 위한 작업. 용마루 부분이 중요하다.


 지붕 통기층을 만들 때, 결국 다시 투습방수지에 못질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미리 못질을 해도 안전한 제품들을 서까래 라인을 따라 미리 붙여놓고, 못질을 하라고 알려주셨고 그 방법으로 기존에 미세한 누수들도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테이프나 시트지 라인에서 Self-sealing(못질을 해도 기밀함) 기능을 가진 제품들은 꽤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나 더욱이 많은 비가 왔지만, 누수가 되는 부위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골조 공사는 끝이 나고 있습니다. 지붕까지 검은색으로 덮어 버리니 기존에 밝고 자연스러운 색감과 질감은 온데간데없고 정말 공장에서 막 튀어나온 놈처럼 생긴 집이 눈 앞에 있습니다. 동네 분들은 언제나 새로운 게 등장할 때마다 핀잔과 신기함을 보여주시며 지나다니시는 것 같습니다. 이제 서둘러 지붕 합판을 덮고, 외부 작업을 조금 더 하면 몇 주간은 제 손으로 할 일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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