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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Jun 13. 2019

목조주택 단열재를 위한 고찰

단열 공사 2일 차 : 더위 먹기 딱 좋은 날씨네


  꽤 오래전에 어디선가 이 글라스울 단열 공사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느 현장의 아르바이트로 학교 동기들과 후배들을 꽤 모아 갔었습니다. 그때가 눈이 참 많이 오던 겨울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몸은 땀에 젖고 유리섬유의 분진으로 인해서 온 몸이 따갑고 계속 기침을 며칠간 해댔었습니다. 그때 참 고생했는데. 더운 날 이 짓을 다시 하고 나니 아르바이트여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대부분의 목조주택은 글라스울(유리섬유)로 단열을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두께에 비례한 단열효과가 가장 뛰어난 단열재 중 하나이면서 가볍기 때문입니다. 일부 발포수지 계열의 단열재는 특정 두께 이상은 열관류율이 감소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글라스울은 일정 밀도 이상에서, 두께에 잘 비례하는 단열 효과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아주 저렴한데, 20평 벽체+10평 지붕에 들어가는 제품의 총비용이 180만 원 정도입니다. 가장 비싼 등급의 주문 제작품이 그렇습니다.



글라스울 보온판 / 오픈셀-수성연질폼 / 셀룰로오스 필링



 최근에는 수성연질 폼이나 셀룰로오스와 같은, 글라스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품들이 많이 나와있고, 고비용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이 시공되고 있습니다. 글라스울이 헐렁하거나 다른 단열재에 비해 '보이는 밀도'가 낮기 때문에 뭔가 꽉 차 있거나 패딩같이 퉁퉁한 단열재들을 보게 된다면 당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유리섬유에서 나오는 분진이 걱정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글라스울 보온판의 가장 큰 단점은 시공이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부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양중 작업이 우선 발목을 잡습니다. 그리고 골조 사이로 전기와 수도 설비들이 들어가게 되어서 그 부분을 처리하는 것이 까다롭습니다. 보통 제품들은 굉장히 압축된 포장이 되어서 오고, 이놈들이 제대로 된 두께로 시공하지 않으면 단열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라스울도 등급이 있는데, 국내 단열 기준으로 가/나/다 등급이 있습니다. 이 등급은 글라스울의 밀도 차이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서 단열재 밀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단열재는 거의 없기 때문에 밀도 확인이 가능한 제품을 구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재고가 없는 제품을 제작 공장까지 전화해서 구해왔습니다. 글라스울을 고집한 이유는, 어떤 단열재를 사용하건 간에 시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단열 공사에 대해서 가장 많이 공부했었고 나열하긴 어렵지만 여러 데이터와 이후 공정들을 검토한 결과, 암면이나 글라스울 단열재가 가장 적합했습니다.



25K 밀도의 글라스울 보온판. 압축이 되지 않은 상태로 배송된다. 사용한 양의 1/3 정도뿐이다.


  

 물론 이러한 단점이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연구되고, 개발된 것들이 있습니다. 정상 밀도의 보온판을 국내에서 주문 제작하고, 기존과 다른 시공법으로 소위 정성을 다해 시공해야 합니다. 말은 쉽지만 현장에서 이 것을 일일이 지키기에는 매우 어렵습니다. 우선, 압축 포장되지 않은 제품들을 양중하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두께가 복원되어 계속 밀려 나오기도 합니다




 이제 그냥 넣으면 됩니다. 목조주택 제품들의 특징 중 하나가, 잘 되어있는 규격화입니다. 단열재도 마찬가지로 벽체의 간격 12"-16"-24"등에 맞추어서 규격화가 되어있기 때문에 그냥 쏙쏙 끼워 넣으면 살짝 끼워져 팽팽히 들어갑니다. 규격이 맞지 않는 부분을 공간의 길이보다 약 1/4인치 정도 크게 잘라서 넣으면 되겠습니다. 치수를 정확히 잴 필요 없이 대충 잘라도 대충 잘 들어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칭 두께를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물론, 전기나 수도 설비는 골조안에 없습니다.



 

아주 잘 잘립니다. 주욱-주욱




 그렇게 쭉 넣다 보면 시간은 아주 잘 가고, 체력은 급격히 소진됩니다. 날이 아주 더웠고 방진복에 고글 그리고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일을 하다 보니 늦은 오후부터는 정말 일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뿌리치고 퇴근하고 오는 길입니다. 하루 만에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좀 더 시간이 들어도 괜찮겠지요. 나무색이었던 집 내부가 이제는 허여멀건하니 누런색입니다. 단열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패딩을 입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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