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은 척 버텼던 하루
5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건,
일요일 저녁이었다.
나는 사회초년생이었다.
아직 결혼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하고 싶은 것도,
해내야 할 것도 많았다.
반면, 그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사람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안정을 원했다.
어떻게 보면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무너진 마음을 붙잡을 수 없었다.
그다음 날, 월요일.
나는 울먹이는 얼굴을 애써 정리하고 출근했다.
하지만 일을 하는 내내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다.
하필이면 그날,
대표님 앞에서 신용평가모형 중간보고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를 악물고, 숨을 죽이며 보고서를 정리했다.
겨우겨우 목소리를 가다듬어 발표를 하고,
머릿속은 텅 빈 채로 오전을 버텼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그냥 조용히,
자리에서 눈물만 훔치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쩌면 너무 철없어 보였을지도 모른다.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때,
팀장님은 조용히 선배에게 개인 카드를 건넸다고 한다.
“가서 밥 좀 사주고,
위로도 해줘.”
아무 말 없이,
선배는 나를 데리고 근처 식당으로 갔다.
“괜찮아질 거야.”
“오늘은 그냥, 울어도 돼.”
선배는 따뜻하게 말했다.
나는 뜨거운 국물 한 숟갈을 입에 넣다가
또 울어버렸다.
그 당시에는
나의 감정만이 세상의 전부 같았다.
서운하고,
배신당한 것 같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그날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따뜻함이다.
일도 많고,
자신들도 바빴을 선배들과 팀장님이
아무 말 없이
나를 이해해 주었던 것.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곁을 지켜주었던 것.
그 첫 직장에서,
나는 사회생활의 냉정함보다
사람 사이의 온기를 먼저 배웠다.
그것이 내가
그 뒤로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