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자율입니다” 그 말이 더 무서웠다

자율이라고 말했지만, 아무도 진짜 내 의견을 묻지 않았다

by 아기상어

“백신 맞으셨어요?”


별 뜻 없이 던진 한마디였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나라가 들썩이던 그 시절,

그 질문은 내게 숨고 싶게 만드는 말이었다.


나는 맞고 싶지 않았다.

부작용이 걱정됐고,

정해진 순서를 따라 무언가를 내 몸에 넣는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뉴스에선 연일 이야기했다.

열이 며칠씩 가기도 하고,

드물게는 마비 증상도 있을 수 있고,

평소 생리 주기까지 흐트러질 수 있다는 말도 들려왔다.

그런데 그런 불안감은,

회사에서는 말해도 되는 감정이 아니었다.


“백신 접종자 명단을 취합합니다.”

메일이 도착한 날, 나는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메일 내용엔 분명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자율적으로 선택해 주세요.’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문장 속에 진짜 선택은 없었다.


그 무렵, 회사는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누가 2차까지 맞았대요”,

“이번에 OO 씨는 안 맞았대요”,

“이왕이면 빨리 맞는 게 좋죠.”

대화는 자연스러웠지만, 표정은 뚜렷했다.


나는 어느새 ‘왜 아직 안 맞았는지’ 설명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결국,

나는 조용히 병원 예약을 잡았다.


병원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 있던 그날,

손바닥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금방 끝나요, 아프지 않아요.”

간호사의 말을 들으며 고개는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계속 도망치고 싶었다.


그 순간,

나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누구도 내게 진짜 묻지 않았는데

그저 모두가 가는 방향에 떠밀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백신을 맞고 돌아온 출근 첫날,

몸은 멀쩡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는 “잘 맞았죠?”

누군가는 “별일 없죠?”

모두가 걱정처럼 말을 건넸지만

그 속엔 “당연히 맞았겠지”라는 전제가 느껴졌다.


나는 그저 웃으며 말했다.

“네, 괜찮아요.”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괜찮지 않았어요’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백신을 맞은 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말하지 못했던 내 감정이다.


그 누구도

“혹시 맞기 싫은 이유가 있어요?”

라고 물어봐 주지 않았다.


그냥 모두가 말없이 한 줄로 움직였고,

나도 그 사이에 조용히 섞여 있었다.


백신을 맞느냐 마느냐보다,

그 선택이 없었던 사회의 분위기가 더 무거웠다.


그 시절, 회사는

‘자율’이라는 단어를 붙였지만

그 안엔 ‘다른 생각’이 설 자리가 없었다.


그때 처음 느꼈다.

진짜 자율이라는 건

선택하지 않을 자유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


keyword
작가의 이전글5년 연애, 일방적 이별 후 내가 출근해서 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