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자, 공기가 달랐다

경력직 면접, 그리고 낯선 업계의 냄새

by 아기상어

이직을 결심한 뒤, 나는 처음으로 ‘완전히 다른 업권’에

이력서를 냈다.

지금까지 몸담았던 저축은행이 아닌,

카드사.

규모도, 문화도, 업의 특성도 전혀 다른 세계였다.


서류가 붙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기뻤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울렁거렸다.

내가 그려보지 않았던,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첫걸음이니까

면접 당일,

회사 건물 1층에 들어서자마자

공기가 달랐다.


말로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훨씬 분주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들었다.

구내 커피숍부터 복도, 엘리베이터 안까지

모두 깔끔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였다.


나는 회사에 도착해 안내데스크를 지나

면접 대기실에 앉았다.


맞은편엔 같은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말수는 적었고,

차분하고 자신감 있어 보였다.


그중 몇몇은 이미 업계에서 이름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갑자기

‘저축은행 출신’이라는 배경이

작게 웅크려지는 기분을 느꼈다.


면접이 시작됐다.

면접관은 총 세 명,

질문은 빠르고 정확했다.


“리스크 관리 기준이 기존 업권과 다를 수 있는데, 적응할 자신 있나요?”

“카드 상품과 소비 패턴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 있으신가요?”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 많이 다르다는 점은 인지하고 계셨나요?”


나는 차분히 답했지만

답하는 내내 느껴졌다.

나는 이 공간에서 ‘외부인’이었다.


면접이 끝나고 나서

건물 밖으로 나왔다.

날은 흐렸고,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일하던 저축은행의 출입문을 떠올렸다.

한산한 복도,

내 이름을 부르던 후배의 목소리,

하루를 시작하던 컴퓨터의 로딩음.


그 모든 것이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감싸고 있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낯선 공기 속에선

내가 잘할 수 있을지보다

내가 어울릴 수 있을지가 더 걱정됐다.


이직이란 건 결국,

‘새로운 문을 열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날,

나는 문 앞에서

나도 몰랐던 나의 감정과 마주했다.


그 회사는 결국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새로운 업계의 냄새는,

막연한 환상이 아니라

내가 견뎌야 할 또 하나의 현실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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