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실무, 첫 압박, 그리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던 날들
나는 석사까지 마쳤다.
통계 프로그램은 누구보다 익숙했고, 데이터 처리에는 자신이 있었다.
입사 전에는 그게 분명 강점이 될 거라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외부 교육도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되었다.
처음 맡은 일은 금융감독원에서 요청한 자료였다.
엑셀 시트 다섯 개가 동시에 열려 있었고,
그 안에 ‘빼꼼하게’ 입력해야 할 숫자들이 가득했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팀 선배들은 모두 바빴다.
“그건 지난번처럼 해주면 돼요”
“작년에 OO님이 정리해 뒀을 거예요”
그 말속에는 “나는 못 봐줘요”라는 뜻이 숨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결국 전화기를 붙들고 부서를 돌기 시작했다.
이 데이터는 어디서 뽑나요?
이 항목은 전년도랑 비교해야 하나요?
그렇게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우리는 우리 부서 건 몰라요”
“그건 본부 쪽에서 확인하셔야죠”
사람들은 공손했지만,
그 안엔 늘 한 겹의 방어적인 선이 그어져 있었다.
나는 어느 부서에도 속하지 않았고,
아무 부서에서도 책임지지 않는 ‘회색 지대의 인턴’이었다.
그날따라 자꾸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난 인턴인데 왜 나한테만 이러지?”
“이 자료, 틀리면 내 책임인가?”
내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더 버거웠다.
그럴 거면 왜 인턴에게 던진 걸까.
인턴은 애초에 이런 일까지 해도 되는 존재였을까?
엑셀 창을 닫을 때, 눈이 따가웠다.
다음날 제출해야 할 자료가 아직 절반도 남지 않았는데
퇴근 시간은 이미 두 시간이나 지났다.
나는 여전히
팀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전화를 붙잡은 채
누구에게도 ‘소속되지 않은 사람’처럼 일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