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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urnuri Apr 13. 2016

성주 한개마을

星州

대학 다닐 때 도서관에서 관심이 있는 건축학 책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성주 한개 마을에 관한 건축학과 학위 논문을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성주가 어디에 붙어있는 지역 인지도 잘 모르던 시절이라 이런 곳이 있나 보다 하고 자나 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차츰 한국의 고 건축에 대해 관심이 쌓이면서 성주 한개 마을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드디어 어느 가을날 발걸음을 하게 되었다. 

경북 성주군 월항면 대산리에 위치한 성주 한개 마을은 성산이 씨의 집성촌이다. 성주읍 내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대산리 한개 마을은 주산인 영취산 아래 자리 잡은 영남에서 으뜸가는 길지로 유명한 곳이다. 마을 입구에는 한개라는 마을 안내 표지석이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 놓여있고 언덕 위로 크고 작은 고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여느 전통마을이나 토담이 집집마다 경계를 가르는데 두 갈래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마을 윗동네에서 두 갈래 길이 하나로 만난다. 마을 끄트머리 언던 위에 오르니 언덕 아래 동네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멋진 풍경이다.

마을에는 첨경재를 비롯하여 다섯 개의 재실 건축물이 남아 있고 한주종택, 북비고택, 교리택, 화회댁, 월곡댁등 고택이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중 1760년 영조 36년에 지어졌다는 교리댁이 가장 오래된 가옥으로 20세기 초 조선시대 목조건축 기법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지금은 어찌 변했는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다른 전통마을에 비해 특별한 문화재도 특별한 특징도 없는 상주 한개 마을은 음료수 하나를 사 마실 수 있는 그 흔한 매점하나 없는 그저 그런 시골마을이다. 그래서인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는데 이런 점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떤 고택인지 잘 기억에 남지 않지만 마을을 구경하다가 문이 열려있어 우연히 들어간 고택의 잘 정돈된 잔디 마당에서 막 태어난 강아지 몇 마리가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 마다 쫓아다니며 장난을 치는 모습 떠오른다. 강아지가 하도 귀여워 장난을 받아주려니 주인 할아버지가 십만 원을 주고 한 마리 데러 가라고 하신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어미개의 눈을 보니 곧 달려와 물어 버릴 듯 한 눈빛으로 강아지를 만지고 있는 손길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런 풍경에 취해 더 깊이 기억되는 상주 한개 마을은 그래서 더 오래오래 기억되는 곳이다.   

[성주한개마을 웹버전 사진더보기 ]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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