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올해 정월대보름 맞이로 구나물 대신 칠나물과 황색지단과 백색지단을 마련했습니다.
지난가을 말려놓은 무청과 말린 죽순과 말린 고사리와 말린 표고버섯과 오이와 무 채 썬 것과 당근 편 썰기 한 것을 볶은 것으로.
말린 나물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몰라서 인터넷 정보를 찾아보아야 했습니다.
물에 불리고 삶는 게 무청 만들 때처럼 손이 많이 가더군요.
오곡밥도 지었습니다.
볶은 땅콩과 호두도 다음날 아침 깨서 먹었습니다.
살아야겠기에, 석 달만에 제대로 된 밥상을 차렸습니다.
원래는 다 따로 담는데 반찬이 아주 많아 한 접시에 담았습니다.
이렇게 잘 차려놓고 혼자 먹는 게 매우 아쉽습니다.
살면서 점점 느끼는 건 다른 거창한 게 아니라 함께 밥 먹는 게 사랑.
정성 들여 요리하고 맛있게 먹어주는 그 간단한 일이란 걸 너무 늦게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액운을 쫓고 풍요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정월대보름 풍습을 지켰으니 남은 올해 잘 살아가리라 믿습니다.
몇 년 전에 말린 죽순을 주시고 지난봄 여린 고사리를 꺾어 주시고 가을에 무를 주신 분께 감사합니다.
소중히 먹었으니 건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