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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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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Feb 25. 2024

thanks to trust

콩이의 신뢰에 감사합니다


비싼 가위를 샀습니다.

강아지 콩이의 엉킨 털을 잘라주려고.

펫샵 주인이 강아지를 높은 데 올려놓고 꼼짝 못 하게 한 후 한 번에 자르라는 요령을 알려주었습니다.


산책 후 빨간 고무 통을 엎어놓고 콩이를 올려놓았습니다.

폴짝 뛰어내립니다.

더 높은 고무 통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제 키보다 다섯 배는 높은 데서 다시 뛰어내립니다.

사냥개도 아닌데 용감합니다.


하는 수없이 그냥 포장재에서 가위를 꺼내 들었습니다.

콩이는 가위를 처음 보았나 봅니다.

무서운지 위험한지도 모르고 가만히 있습니다.

귀 뒤에 꽁꽁 뭉친 털을 잘랐습니다.

스윽~

가위 날이 무섭게 섰습니다.

날카로운 가위로 여러 번 털뭉치를 잘라냅니다.

실수로 귀를 자를까 봐 조금씩 자릅니다.


콩이는 가만히 있습니다.

이렇게 얌전한 걸 괜히 겁주려고 높은 데 올려놓으려고 했네요.


상으로 간식을 조금씩 줍니다.


꼬리에 뭉친 털에 붙은 씨앗까지 자르려고 합니다.

꼬리 만지는 건 싫어합니다.

뱅글뱅글 돕니다.

그래도 내가 의지를 보이자 가만히 있습니다.

엉덩이 부분의 더러운 털도 잘라주었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엉킨 꼬리를 더 잘라주려 하자 도망가다가 품 안으로 파고듭니다.

바깥에서 살며 온갖 데를 다 다니며 목욕도 안 한 콩이는 사람 손길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콩이의 엉킨 털을 처음 사 본 가위로 잘라내주었습니다.

나를 믿어주는 콩이에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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