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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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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Mar 09. 2024

thanks for passing the exam

필기시험 합격에 감사합니다


어제는 무척 피곤했습니다.

몸이 찌뿌둥해 샤워하고 속이 안 좋아 멀건 된장국을 끓여 남은 밥을 볶아 먹고는 잠깐 누워있는다는 게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새벽에 깨보니 형광등이 환하게 켜져 있고 거실에 라디오는 밤새 멘트와 음악을 들려주고 있더군요.

그걸 알면서도 불도 못 끄고 그대로 또 잤습니다. 오래전 한창 일만 하던 시절에 매일 불도 못 끄고 잤던 것처럼. 자고 또 자고 마지막에는 꿈을 꾸었습니다. 지난달부터 학원에 다니면서 계속 같은 류의 꿈을 꿉니다.


어제 기능사 자격증 필기시험을 보았습니다.

독학으로 준비해서 치렀는데 합격했습니다.

한 시간짜리 시험도 시험이라고 긴장이 되고 무척 피곤했습니다.

게다가 시험 후 곧바로 학원에서 4시간 실기 수업을 했으니 고단할 만도 했습니다.

실기시험은 엄두도 못 낼 실력이라 무슨 기능사인지는 아직 밝힐 수 없습니다.


다만 3년 전에는 순전히 남을 위해 배우려고 했다면, 지금은 자신을 위해 배웁니다. 생존을 위해서 그리고 백세시대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풍요로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나아가서는 함께 할 사람과 더 행복하고 기쁘기 위해서. 이 마지막 요건에 다다르면 여전히 제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건가 하는 반문이 듭니다.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구에 의존한다면 당신은 알코올중독자와 결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에디트 에바 에거가 말했는데도 말이죠.

그렇지 않습니다.


정원에 막 피어나려고 하는 튤립 잎사귀와 윗동네 움트는 매화꽃몽오리가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예쁜 게 아니듯 저도 저 자체로 아름다울 겁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우뚝 서 꽃을 피워내는 나무처럼 향기롭게 살기 위해 여전히 배우고 있는 저에게 감사합니다.



오늘의 감사는 주말 대청소와 마지막으로 삶아 먹은 고구마와 점점 길어지는 햇빛에게. 그리고 산책하다 절룩거리는 콩이 뒷발바닥에 박힌 도꼬마리를 빼줄 수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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