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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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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Mar 11. 2024

thanks to daffodil

수선화에 감사합니다



지난주 금요일 학원 건물 입구에 있는 수선화 화분을 보고 지나갔습니다. 월요일인 오늘 그 화분에 있는 수선화가 만개했습니다. 지나치지 못하고 꽃집 문을 열고 가격을 물어보았습니다. 만 원이라고 합니다. 그냥 지나쳐야 했습니다. 흙도 없이 알뿌리만 세 개 가득한 수선화를 왜 사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만 원이 아니라 천 원이라도 사지 말고 물어보지도 말고 그냥 왔어야 했습니다. 수선화에는 너무 많은 기억이 봇물처럼 터져 나옵니다. 엄마의 자랑이었던 여고의 교화. 그 꽃을 어찌나 좋아하셨는지 그 강렬함에 밀려 저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뭐라고 아직도 딱히 말하지 못합니다. 도라지꽃도 카라도 작약도 배롱나무꽃도 좋아하지만 수선화를 볼 때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진 않습니다. 수선화를 보면, 꽃 속에 꽃이 피어서 예쁘다던 환한 엄마 얼굴이 생각납니다. 베레모를 쓰고 수를 놓고 발레를 배우고 양식 먹는 법을 배웠다는 그 학교에 다니던 예쁘기 그지없는 사진 속 엄마 얼굴이 떠오릅니다. 지금의 저보다 훨씬 젊고 아름다웠던 엄마. 애써 괜찮아졌는 줄, 이젠 나아졌는 줄 알았는데 오늘 또다시 웁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내 상실감의 근원을 생각나게 하는 꽃 수선화. 수선화가 피면, 수선화가 피면....... 이렇게 슬플 줄 모르고 샀을까요? 슬퍼도 고맙습니다. 가슴 아파도 고맙습니다. 내 안에는 당신이 있으니까요. 수선스런 꽃 속의 꽃 덕분입니다.


*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3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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