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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동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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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Jun 16. 2024

동거 열이튿날

콩이 쾌유 일지-소대변과 빨래 


아침 7시. 콩이가 나가고 싶어 한다. 

목줄을 매고 안고 내려갔다. 


"어이구~ 팔자야~ 팔자야~."


맞은편 집 아주머니가 콩이 안고 조심조심 내려가는 내 모습을 보시더니 큰 소리로 한 말씀하신다. 

깔깔깔깔~

나도 청량한 웃음소리로 화답했다. 


바깥으로 가려는 콩이 목줄을 끌었다. 

"콩아, 인사하러 가자."

잔디가 말끔하게 깎여 있고 여주인이 잡초를 뽑고 계셨다. 

방향을 튼 콩이가 주인을 알아보고 달려간다. 

가서는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는다. 서운하지 않았다. 


"야, 네 주인은 2층이야."

주인이 농담하신다. 


"어이구, 큰일 날 소리 하시네요."

나도 맞받아쳤다. 


"사람은 개를 버려도 개는 주인은 안 버린댜."

"맞아요. 개를 버리니까 어제 그 개들처럼 유기견이 되죠."


벌초하시던 남주인도 "콩아~"하고 반가워하신다. 


콩이 소변과 대변을 보게 하고는 돌아오니 남주인이 집 앞 금계국을 낫으로 베어내신다. 

여주인이 너무 무성해서 뒤에 있는 식물이 자라지 못한다고 하셨다. 

예쁘다 좋아하던 금계국이 다른 식물을 자라지 못하게 하는 유해 식물이라니 서글프다. 

상추 죽음의 원인은 남주인이 비료를 주셨는데 비가 오지 않아서란다. 

옆의 다른 꽃도 비료도 모두 독한 것들. 


콩이를 다시 안고 올라와서는 어제 남은 사료에서 털을 한 올 한 올 뽑고 손으로 몇 개씩 주었다. 

개가 뭘 먹을 땐 앉거나 일어서서 먹는데 이 녀석은 엎드려서 먹는다. 

내가 개버릇을 나쁘게 들이나 보다. 

아침 8시.


잠시 후 차소리가 나고 주인이 가신 듯하다. 

오늘은 주일. 권사님과 장로님이시니 교회 가신 듯하다.  

정원을 내려다보니 빨래가 주르륵 빨랫줄에 널려 있었다. 내가 바라던 풍경이다. 

겨울만 빼고는 계절마다 꽃이 그치지 않는 정원, 도란도란 가끔은 티격태격 함께 밭일과 정원일을 하는 주인 부부는 내가 바라던 모습이었다. 

평화롭다. 

나는 남의 정원에서 남이 이루어 놓고 남이 사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한다. 


하지만 씩씩하게 자전거를 타고 Missa.

매주 유익한 말씀 듣는 게 좋아졌다. 다시. 

갈 때는 계속 오르막길, 올 때는 쭉 내리막길. 

인생도 힘들 때가 있으면 편안할 때가 있는 법이지. 


오늘 친구들은 경주 나아리로 갔다. 

내일 아침 8시 대 월성원전인접지역주민이주대책위원회 상여시위에 동참하기 위하여. 

나도 탈핵신문읽기하던 날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그날 저녁에 콩이가 사고 났다. 

7월 말까진 아무 데도 못 간다. 


16:30 이른 산책 겸 소변.


왜냐하면 5시부터 편집구성회의.

그리고 밤 8시. 잠깐 식사. 

콩이도 손바닥으로 사료 먹이고 약도 먹임. 


밤 10시 직전 수정 구성안 송고. 

아~ 피곤해. 

쉬고 싶다. 

콩이는 현관 바닥에 모로 누워 잘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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