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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Dec 30. 2022

굴뚝새의 모험 3

정원을 찾습니다 - 배롱나무와 대나무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많은 이들을 귀향, 귀촌 또는 귀농으로 인도했다. 

내 창조주도 폐업 후 고향으로 갔다. 

잠시 휴식을 취할 겸 연로하신 홀어머니를 돌보러 내려간 시골이었으나 나날이 사나워지는 바이러스의 창궐로 개업은 묘연해졌다. 다행히 정부에서 자영업자를 위한 긴급생계지원금이 간간이 지원됐다. 부식비와 보일러 기름값으로는 턱도 없었으나, 공치는 가게 건물주에게 꼬박꼬박 월세를 바치는 것보다는 나았다. 적어도 양심 없는 건물주를 배 불리느니 모아놓은 돈 까먹는 게 속은 편했다.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목숨 줄을 끊는 판국에 긴급 월세 감면도 해 주지 않은 서울의 건물주는 이후로 다시는 세입자를 들이지 못했다. 창조주가 있던 고즈넉한 감성의 공방은 촌스럽기 짝이 없는 도색으로 흉물스러운 공실이 되어있었다.      


주인이 창조주를 다시 만난 건 배롱나무 때문이었다. 

아니 배추와 무 농사 때문이었다. 

아니 편찮으신 어머니 때문이었다. 

아니 둘은 만날 운명이기 때문이었다. 

창조주는 타고난 농사꾼이었고 주인은 이제 막 농사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었다. 


창조주의 고향 밭에 있는 배추도 무도 고구마도 가지도 고추도 호박도 홍당무도 땅콩도 깨도 주인에게는 어여쁜 화초였다. 하물며 먹을 수 있어 고맙기 그지없는 작물이었다. 각종 농작물이 철마다 밭을 장식하고, 우후죽순 대나무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배롱나무들이 그 밭을 죽 둘러서서 주인이 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곳은 주인에게는 거대한 정원이었다. 둘은 농사를 짓고 배롱나무들을 구해주었고 벌초를 하고 집을 삼킬 듯 진격해 오는 대나무를 베어냈다. 


눈이 부시게 빛나는 나날이었다. 주인은 꿈꾸던 삶을 살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날들은 무지개처럼 지나치게 짧았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무자비한 확산으로 인해 타지에서 오가는 주인은 어머니 안전 경계 대상이었다. 

주인은 처음으로 가져본 전용 낫과 톱을 그대로 두고 그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초록 장화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주인은 돌아갈 수 없었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코로나 19, 예술로 기록> 수록작 '정원을 찾습니다'-굴뚝새의 모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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